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알티스트레이블 작업실에서 알티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알티스트레이블 제공"예술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무조건 성실함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저 노래 하나 만드는 데 일 년 걸렸다니까요? 심지어 3, 4년 동안은 되게 헤맸고요. 저도 이렇게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다만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힘들 거예요. 근데 '참는 자가 얻는다!' 그렇게 생각합니다."작곡을 시작했을 때 곡이 잘 안 나왔다. 한 곡을 쓰는 데 1년이 걸렸다. 곡을 완성하더라도 잘 될지 안 될지도 모르는데 1년이나 걸리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다. 하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걸리는 시간은 점점 짧아졌고, 첫 히트작이 된 그룹 블랙핑크(BLACKPINK)의 '불장난' 초안 작업할 땐 25분 정도 걸렸다.
뭔가를 만들었을 때 '신선하고 좋다'라고 해 주는 사람들이 "감사하게도 좀 많았"다. 그 덕에 본인이 이른바 '감'이 좋은 편이라는 걸 알았지만, 프로듀서 알티(R.Tee)를 지탱하는 뿌리는 '성실함'이다. 못 해도 '하루 최소 2곡'을 만들려고 한다. 일하는 스타일을 물었을 때도 알티는 스스로를 "성실 오브 성실"파라고 소개했다. 화가인 아머지가 해 준 "매일 붓을 드는 사람은 이길 수가 없다"라는 말을 철학 삼아서 여기까지 왔다.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뚜두뚜두'(DDU-DU DDU-DU) '핑크 베놈'(Pink Venom)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 '프리티 새비지'(Pretty Savage) 등 블랙핑크 다수 곡과 빅뱅(BIGBANG)의 '에라 모르겠다', 전소미의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와 같은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작곡가·프로듀서·DJ인 알티.
알티는 '불장난' '하우 유 라이크 댓' '뚜두뚜두' 등 블랙핑크 대표곡 다수를 비롯해 수많은 히트곡을 만든 프로듀서다. 알티스트레이블 제공최근 독자 레이블 '알티스트레이블'을 세워 '아티스트 육성'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알티가 지난 7일 오후 서울 성동구 알티스트레이블 작업실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아이들(i-dle) 리더이자 솔로로도 활동한 전소연과 협업한 싱글 '담다디' 발매 소식부터, 장기적으로 알티스트레이블을 통해 무엇을 하고 싶은지까지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다.
신곡 중 전소연과 함께한 '담다디'는 팝 기반의 하우스 장르로, 세련된 사운드와 리드미컬한 에너지가 어우러진 트랙이다. 알티가 프로덕션을, 전소연은 가창을 각각 맡았다. 전소연은 파격적으로 전개되는 뮤직비디오 안에서 열연을 펼친 주인공이기도 하다.
평소 전소연이 만든 음악과 콘텐츠를 좋아하고 리스펙(존경)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그분 귀에 닿게끔은 안 하"던 "은밀한 팬"이었던 알티는, 신기하게도 올해 초 전소연 측으로부터 곡 작업 제안을 받았다. 같이 일하면서 친해졌고, 무척 바쁜 와중에도 전소연이 흔쾌히 참여 의사를 밝혀 '담다디'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알티는 각자의 작업 방식이 '온도차'가 있긴 하다고 전제하면서도, 전소연에 관해 "너무 착하고 겸손하고 맨날 일만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일벌레여서 일벌레를 좋아한다. 그래서 더 친해진 것도 있다"라며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알티는 전소연과 협업한 신곡 '담다디'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했다. 왼쪽부터 전소연, 알티. 알티스트레이블 제공평온해 보이는 사무실을 휘젓고 다니며 돌발 행동을 거듭해 발칵 뒤집어 놓는 전소연의 모습이 담긴 뮤직비디오도 눈에 띈다. "되게 쿨하고 멋있는 음악에 위트 있는 영상이면 어떨까" 하는 방향성을 잡되, '전문가'인 뮤직비디오 감독에게 전적으로 맡겼다.
이상은이 부른 동명의 곡이 워낙 유명한데 어떻게 '담다디'라는 제목을 짓게 됐을까. 가사가 없는 데모 곡에 우연히 들어간 발음 중 '담다디'가 있었고 노래 안에서 주문처럼 소화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알티는 이상은의 '담다디'를 두고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수 없는 노래"라면서도 "요즘 친구들이 기억하는 '담다디'라는 멜로디가 제 멜로디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담다디'에 또 다른 곡 '스위치 아웃'(Switch Out)까지 신곡 2곡을 오늘(10일) 저녁 6시에 발매 예정이다. 아직 전자음악을 낯설어하는 대중에게 "내 앨범을 통해 대한민국을 전자음악 강국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라는 포부로 앞으로 두 달 간격으로 2~3곡씩은 내려는 게 목표다.
록 밴드도 했고 힙합도 했지만 만들고 싶은 음악은 '전자음악'이었다는 알티는 "지금까지 들어왔던 소리의 자극이 너무 다르더라"라며 "전 지금 전자음악에 미쳐있다"라고 강렬한 애정을 고백했다. 록 에너지가 많이 섞인 음악을 펼치는 사이키델릭 밴드 MGMT를 워낙 좋아했다. "록 에너지는 담되, 표현되는 사운드는 전자음악으로 하고 싶다"가 방향성이 됐다.
오늘(10일) 저녁 6시 발매되는 싱글 '담다디' 뮤직비디오 티저 캡처. 알티스트레이블 제공독자 레이블 알티스트레이블을 만든 이유 중 하나도 '전자음악 부흥'이다. "멋진 예술가들을 대중들한테 많이 보여주고 싶다" "국내를 통해서 글로벌로 갈 수 있는 솔로 뮤지션을 제작하고 싶다" "대한민국을 전자음악 강국으로 만들고 싶다" 3가지를 목표로 두었다.
음악을 만든 지 15년 정도 된 알티는 8~9년 차 때만 해도 누가 본인을 '작곡가님' '작가님' '프로듀서님'이라고 하면 '어, 내가?' 하면서 낯설어했다고. 그는 "누군가를 위해 곡을 만들 거라곤 생각을 못 했다. 전자음악을 제 이름으로 공표하고자 하는 마음이 되게 컸다. 블랙핑크 '불장난'도 원래는 제 앨범으로 생각했던 노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도 "'어? 이게 이렇게 될 수가 있네?' 하고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더 잘 완성이 돼서 너무 좋았다. 제가 처음에 만든 데모에 비해서 훨씬 더 곡이 좋아졌고, 곡자로서든 청자로서든 '이게 맞다' 싶더라. 블랙핑크가 소화도 잘해줬고. 그때가 처음으로 크게 히트했던 거 같다. 길 가다가 (노래 들을 때) 너무 즐겁고 황홀했다. 아직도 소감이 감사한 거밖에 없다"라고 돌아봤다.
인생곡은 무엇인지 묻자, 알티는 "'하우 유 라이크 댓'이라고 생각한다. 예술인은 명함을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만든 그 예술이 (곧) 그 사람이지 않나. '하우 유 라이크 댓' 분위기 자체가 김중구(알티의 본명) 같다. 그 곡을 이기려고 매일 두 곡씩 드래프트(초안 짜기)를 한다"라고 답했다.
알티는 오늘(10일) 신곡 '담다디'와 '스위치 아웃' 2곡을 발매한다. 알티스트레이블 제공
프로듀서로서 여러 히트곡을 만들었어도, 여전히 알티에게는 본인을 위한 악상이 가장 중요하다. 작곡이나 프로듀싱을 넘어 직접 가창한 노래를 낼 계획도 있는지 질문하자, 알티는 그 생각을 한 지가 3~4년 됐다면서도 "더 잘하고 잘 표현할 수 있는 가수를 그때마다 만났던 것 같다. 근데 꼭 한 번 내서 들려드리겠다"라며 웃었다.
알티스트레이블 대표로서는 "국내를 통해서 글로벌로 갈 수 있는 솔로 아티스트"를 선보이고자 한다.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알티스트레이블이 갖는 강점은, 알티가 다른 K팝 아이돌 작업을 활발히 하기에 더 다양한 정보와 새로운 콘텐츠에 접근하기에 용이하다는 것이다.
"멋있는 예술들은 더 오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운을 뗀 알티는 세계 최대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곡의 추이가 달라졌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예전엔 큰(대형) 아티스트 넘버(곡)가 시장에서 많이 증명됐다면, (지금은) 개인 취향에 따라 지속성이 좌우되고 개인의 플레이리스트도 되게 다양해졌다는 거다. 그런 면에서 멋을 추구하는, 멋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만의 시장이 있지 않나 싶다"라고 말했다.
프로듀서이자 DJ로 활동 중인 알티는 알티스트레이블이라는 독자 레이블의 대표이기도 하다. 알티스트레이블 제공왜 '국내'를 거쳐서 해외로 나가려고 할까. 알티는 "제한 두고 있진 않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지원할 수 있는 게 좀 많다"라며 "저는 한국인들이 참 좋다, 멋있고. 한국인들이 더 증명했으면 좋겠다고 염원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할 순 없지만 알티스트레이블 소속으로 솔로 아티스트가 곧 앨범을 낼 거라고도 귀띔했다.
한국화를 전공한 알티는 "그게 아니었으면 저는 지금 이렇게 못 만들었을 것 같다"라며 전공이 본인의 예술관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그때 같이하던 동기들은 본인 영향으로 전자음악을 틀어놓고 난을 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한국화에 여백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여백도 그린다고 생각해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예술은 그림도 그렇고 작은 사람이 그 작품 안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길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생각의 통로라고 해야 할까요? 구도부터 해서 여백에 대한 개념이 저를 너무 많이 깨우쳐 줬어요. 원래 멋있고 싶으면 화려해지고 싶고 힘을 주고 싶은데, '하우 유 라이크 댓'도 이미지 자체는 되게 세지만 (실제로는) 베이스 하나, 리드 악기 하나 정도예요. 악기를 좀 더 빼고 편곡적으로 미니멀하게 구상했어요. 더 비우고 포인트만 주는 거죠. 한국화를 안 했으면 절대 몰랐을 거 같아요. 계속 꾸미지 않았을까요?" 전소연과 함께한 신곡 '담다디'와 "전자음악인도 좋아할 수 있는" 콘셉트로 준비했다는 '스위치 아웃'은 오늘(10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