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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하는 자가 범인"…'법기술자' 尹 대통령의 자가당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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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떳떳하면 조사 받아라" 과거 발언 조명
영장 집행 전 이의제기, 탄핵심판 180일 주장
자의적 법해석으로 변칙적 방어권 행사



"권력층의 반칙에 대응하지 못하면 공정과 민주주의가 무너진다."(2021.3.2. 검찰총장 시절 국민일보 인터뷰)
"절대로 국민들 앞에서 숨지 않겠다. 잘했든 잘못했든 국민들 앞에 나서겠다."(2021.9.19 국민의힘 대선 예비후보 시절 SBS '집사부일체 출연)
"떳떳하면 사정기관 통해서 권력자도 조사 받고 측근도 조사 받고 하는 것이지. 특검을 왜 거부합니까. 죄 졌으니까 거부하는 겁니다."(2021.12.29.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시절 경북 선대위 출범식)

특수통 검사로 굵직한 수사를 도맡아온 윤석열 대통령은 거물급 정치인이나 기업인 등 권력층 피의자에 대한 쓴소리로 대중의 호감을 샀다. 힘 있는 피의자가 동원할 수 있는 반칙을 경계하면서 "일단 조사에 응하라"고 수사기관 입장에 힘을 실었다. 법치를 신뢰한다면 그래야 마땅하다는 게 그의 입장이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이 최고 권력자로서 중대범죄의 피의자가 되자 윤 대통령은 가용 가능한 모든 법적 방법을 동원하며 수사를 거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피의자에게 보장된 방어 절차들을 넘어서서 일반인은 상상하기 어려운 법기술을 시연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전날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다가 시도 5시간 30분 만에 중단했다. 윤 대통령 측이 "불법 무효 영장"이라고 반발했고, 관저 문을 열어주지 않은 경호처에 가로막혔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검찰과 경찰이 윤 대통령 사건을 공수처로 이첩하면서 수사 주도권 문제는 일단락됐지만,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권한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여전히 공수처에 변호인 선임계도 제출하지 않았다. 전날 윤 대통령 측은 체포영장 집행 시도와 관련해 입장을 낼 때도 '변호인단'이라는 표현 대신 '법률대리인단'이라고 썼다.
   
서울서부지법이 윤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며 공수처의 수사권한을 인정한 셈이지만, 법원의 영장 발부 자체도 위헌·위법하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 측은 전날 서울서부지법에 '체포 및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한 이의신청'을 접수했다.
   
통상 영장이 집행된 후 적부심이나 준항고를 할 수 있을 뿐, 집행되지 않은 영장에 대한 불복절차는 없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그러나 대리인단은 "체포영장 집행이 목전에 이르러 집행을 받은 것과 같은 정도"라며 자체 해석을 덧붙였다.
   
연합뉴스·류영주 기자연합뉴스·류영주 기자
헌법재판소에는 체포영장에 대해 권한쟁의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내란죄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이 대통령의 고유한 비상계엄 선포권한을 침해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권한쟁의심판은 국가기관 간의 권한다툼을 다루는 제도다. 행정부 수장이 아니라 피의자 윤석열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이기 때문에 적격성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상당하다. 이 때문에 이런 소송을 낸 것을 두고 '시간 끌기'이자 탄핵심판 진행 중인 헌재의 업무를 가중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탄핵심판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 측의 '떳떳하지 못한 대응'은 계속되고 있다. 헌재가 발송한 재판 관련 서류를 수령하지 않다가 지난달 27일 탄핵심판 1차 변론준비기일을 몇 시간 앞두고 뒤늦게 선임계를 내는가 하면, 재판에 필요한 답변서는 제출하지 않고 수사기록의 증거채택을 막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또 전날 2차 변론준비기일에 윤 대통령 측은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 명시된 심판기간 '180일'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피청구인인 대통령 입장에서 180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것이다. (해당 기간이) 무시되어서는 안 되고 졸속 심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재판 지연 목적은 아니"라고 덧붙이긴 했지만, 180일을 다 채울 경우 오는 4월 헌법재판관 2명이 퇴임하면서 다시 탄핵심판이 교착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180일' 규정은 그 기간을 마지노선으로 두고 최대한 신속히 심리해 종국결정을 하라는 취지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반드시 피청구인이 보장받아야 하는 기간이 아니며, 다 채우지 않았다고 졸속 심판으로 볼 수도 없다는 취지다.
   
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윤 대통령 측이 법기술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기상천외한 법해석을 하며 '떼법'으로 수사와 재판을 회피·방해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구속영장을 발부하더라도 신병 확보를 할 수 없고 탄핵을 시켜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사법시스템 자체가 조롱당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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