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연합뉴스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대통령 직속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복귀를 지난 13일 선언했다. 한국노총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 강제진압 사건에서 촉발된 불참 선언 이후 5개월 만이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 등 '노동개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은 이어가겠다는 입장도 재차 밝혀 사회적 대화가 순탄치만은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지난 13일 사회적 대화에 복귀한다며 "사회적 대화에 복귀해 경제 위기 등에 따른 피해가 노동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노동자의 생존권과 노동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복귀 명분을 밝혔다.
다만 대통령실의 대화 복귀 요청에 한국노총이 즉답한 점을 두고 정부와 사전 물밑 접촉이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면서 복귀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온다.
그중 하나로 지도부가 공무원·교원 노조 간부(전임자) 등의 노조 활동 시간을 유급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주는 '타임오프제'를 논의하라는 압박을 이기지 못했다는 분석도 있다.
관련 개정법안은 지난해 5월 국회 본회를 통과했고, 유예기간을 거쳐 다음달 11일부터 공무원‧교원에도 타임오프가 실시된다. 일각에서는 구체적인 근로 면제 시간 상한 등은 경사노위에서 구성하는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게 돼 있어 공무원 교원 노조가 경사노위에서 한국노총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고 전한다.
어렵게 한국노총이 대화 테이블에 앉게 된 만큼 경사노위는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김문수 위원장,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 한국경영자총연합회 손경식 회장 등의 '4자 회동'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경사노위 관계자는 "실무자 접촉을 하고 있다"이라며 "교집합을 찾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만나겠다"고 했다.
우선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고용 문제부터 오를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노동계 모두 고령사회 일자리에 대한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는 상황. 관련해 법정 정년 연장은 한국노총의 관심사이기도 하다.
일하는시민연구소 김종진 소장은 "고령화 저출생 시대의 일자리 문제 등은 확실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다만 한국노총은 정년 연장 문제 안건으로 올리고 정부는 정년 연장은 부담되니 계속고용, 재고용 형태로 논의를 풀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사노위는 7월 '초고령사회 계속 고용 연구회'를 통해 정년 뒤 재고용 등 문제 등을 논의해 왔다.
연합뉴스이 밖에 노동계 요구 사안인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공무원·교원노조 타임오프제, 사용자가 요구하는 파견 허용 업종 확대 등이 안건으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노총이 복귀를 선언한 당일, 노사정 합의를 통해 '근로시간 개편안'을 새로 내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한국노총이 즉답한만큼 근로시간 개편 논의도 대화 테이블에 오를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용철 소장은 "정부 측에서는 당장 근로시간 개편안 등을 처리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대 이정민 경제학부 교수도 "근로시간 개편안 (발표 이후) 한국노총이 대화에 복귀했으니 근로시간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한국노총은 "경사노위에서 근로시간제도 개편을 논의한다는 소리 등은 정부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선을 긋기도 해 난항이 예상된다.
더욱이 노조법 2·3조 개정안 (노란봉투법)의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당장 대화 성과를 선보이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17일 한국노총 중앙집행위원회는 사회적대화 복귀 선언 경과보고를 하며 조속한 공포를 촉구하는 건의문을 보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수많은 노동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간신히 국회 문턱을 넘은 노란봉투법은 반드시 시행돼야 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결단코 반대한다"며 "이제 사회적 대화와 정부와의 협상은 기나긴 난관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밝혀 이같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국노총 내부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복귀 당일까지 위원장 등 일부 지도부만이 복귀 결정을 알았을 뿐 산별노조와 충분한 논의가 없었다는 지적이다. 한 전국금속노동조합총연맹(금속노련)의 관계자는 "(복귀 결정에) 당황스러웠다"며 "현장에선 원성이 크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지난 17일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은 "사회적 대화 복귀의 정확한 명분을 현장에 제시하고 현 정부의 변화와 진정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는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금속노련은 △정부가 노란봉투법 거부권 행사 하지 않을 것 △노동개악 시도 중단을 요구할 것 △정부위원회 위원 원상회복할 것 △의제 선정 위원회 구성에 대한 진정성 확인 등을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한국노총의 복귀가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단 분석도 나왔다. 김 소장은 "정부가 노조법 2~3조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법 적용 유예 등을 추진하는 불리한 형국에서 한국노총이 노동계가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한국노총의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 경사노위에 참석하는 타이밍 등에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산적한 노동현안을 풀기 위해선 경사노위의 방향성 설정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박 소장은 "이전에 경사노위에서 추진됐던 각종 위원회나 노사 협력 관련된 사안들이 다 올스톱 됐다"며 "김문수 위원장이 이전에 했던 활동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어갈지, 혹은 방향을 선회할지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