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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정부가 부도덕" 공공부문 비정규직 실태 어떻길래?[노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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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 '작은 정부' 기조 속 비정규직·민간위탁 급증
이제야 조사 나섰지만 기간제, 파견직만 대상? 노동부 실태조사 '반쪽' 우려도
대안으로 공무직 위원회 재설치 방안도 논의 "컨트롤 타워 세워야"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개인정보보호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우와 고용 불안정 실태를 지적하며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내년도 예산을 확보해 실태 파악에 나설 예정이지만, 정작 비정규직 문제가 가장 심각한 '민간위탁' 영역이 조사 대상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있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일회성 조사를 넘어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인 '공무직위원회'를 법제화해 상시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공공부문의 고용 관행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왜 정부는 공공기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사람을 쓰면 꼭 최저임금만 주느냐"며 "똑같은 일을 하는데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에게 더 적은 임금을 주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호주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면 그에 대한 보상을 추가로 지급해 사회 평균 임금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정부의 '편법 고용'을 강하게 질타했다. 그는 "정부도 2년이 지나면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려 1년 11개월 만에 해고하거나, 퇴직금을 주지 않으려 11개월씩 쪼개기 계약을 하고 있다"며 "민간이 이익을 위해 그러는 것은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있으나, 모범이 되어야 할 정부가 그러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고용노동부에 즉각적인 실태조사와 시정명령을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기조는 지난 11일 노동부 업무보고에서도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비정규직이라서 억울한데, 임금도 더 덜 줘서 더 억울하게 만드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같은 노동을 하는데도 부당하게 좋은 혜택을 받는 자리를 몇 개 만들어 놓고, 그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시험을 잘 봤다는 이유만으로 이후에는 덜 기여하면서 더 많은 혜택을 받는다"며 "이런 특권적 지위가 과연 공정한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명박, 박근혜도 안그랬는데…윤석열 정부 때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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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는 지난 윤석열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중단'과 '작은 정부' 기조가 비정규직 양산을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1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최로 열린 '공공부문 비정규직 미전환 노동자 대책 마련 토론회' 자료에 따르면, 노동부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시스템 상 2023년 기준 공공부문 비정규직(기간제·파견용역) 규모는 27만 621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정규직 전환 정책으로 최저점을 찍었던 2019년(23만 3376명) 대비 18.4% 증가한 수치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와 교육기관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19년 대비 2023년 지자체 비정규직은 4만여 명 가까이 늘어났으며, 교육기관 역시 2만 7천여 명이 증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 기간 동안 1만여 명 이상의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우문숙 정책국장은 "역대 어느 보수 정부도 정규직 전환 정책 자체를 중단한 적은 없었다"며 "윤석열 정부가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멈춘 사이 상시·지속 업무가 다시 비정규직으로 채워졌다"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경기지사 시절부터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도입할 정도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관심을 보여왔다. 대선후보 시절에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약속한 바 있다. 다만 이 대통령 취임 후 눈에 띄는 정책 변화나 실태 파악이 없다가, 이제 실태조사를 시작한 것이다.

노동부 실태조사 나섰지만, 반쪽 우려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노동부의 실태조사조차 '반쪽'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내년 예산을 확보해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기간제, 파견직, 무기계약직 노동자에 대한 실태조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간위탁 분야는 실태조사에서 빠질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노동계는 민간위탁이 빠진 조사는 무의미하다고 반발한다. 현재 노인 돌봄, 생활폐기물 수집, 콜센터 등 대다수 사회 필수 서비스는 지자체 고유 사무지만, 민간에 위탁되어 운영된다. 공공연대노조 이영훈  위원장은 "정부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위탁이라는 이유로 매년 고용 승계 불안과 최저임금 수준의 처우에 시달리는 것이 민간위탁 노동자들의 현실"이라며 "가장 아픈 고리를 빼고 조사하는 것은 반쪽짜리 조사"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행정안전부는 지자체가 기준인건비를 초과해 인력을 운영할 경우 교부세를 삭감하는 페널티 제도를 운영해왔다. 이로 인해 지자체들이 인건비 규제를 피하기 위해 직접고용 대신 민간위탁이나 용역 등 외주화를 택하도록 구조적으로 내몰려온 상황을 고려하면 실태 조사에 민간위탁이 빠져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민간위탁에 감춰진 사각지대는 심각한 수준이다. 11일 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주로 민간위탁이 이뤄지는 지자체 육아종합지원센터 등에서 일하는 보육대체교사들의 경우 2226명 중 78.5%인 1746명이 기간제 신분이다.

이들은 평균 경력이 14.1년에 달하지만 호봉제나 근속수당 없이 매년 최저임금 수준의 기본급을 받으며, 교통비는 17년째 월 10만 원에 동결된 상태다.

노인일자리 담당자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지난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조사에 따르면, 정부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의 실무를 맡고 있는 이들은 전체 6606명 중 83.6%가 계약직이다. 현행 기간제법상 2년을 초과해 근무하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2년이 되기 직전 계약을 종료하거나 1년 단위 계약을 무한 반복하는 꼼수가 만연하다. 실제로 2년 이상 근무하고도 여전히 위태로운 1년 단위 계약을 맺고 있는 담당자가 42.3%에 달한다.

공무직위원회 상설화, 해답이 될까

이러한 난맥상을 해결하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전담 기구인 '공무직위원회'를 상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무직위원회는 공공부문 무기계약직(공무직)의 임금 및 처우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시절 국무총리 훈령으로 설치되었으나, 지난 2023년 3월 운영이 종료됐다.

우문숙 정책국장은 "기획재정부나 행정안전부 등 예산과 정원을 쥐고 있는 핵심 부처들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소극적"이라며 "이재명 정부 들어 입법 움직임이 있지만 부처 간 이견으로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대통령의 의지가 실현되려면 개별 부처에 맡길 것이 아니라, 법적 권한을 가진 공무직위원회를 설치해 기재부와 행안부를 강제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이용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무직위원회 설치법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국무총리 소속으로 공무직위원회를 법제화해 공무직 노동자 뿐 아니라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을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내용이다. 김 의원 안에 따르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고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처우 관계 부처인 기재부, 행안부, 노동부 장관 등이 참석해 협의를 제도화하는 게 핵심이다.

현장 노동자들 역시 공무직위원회 법제화를 핵심 요구안으로 꼽고 있다. SH공사콜센터지회 채윤희 지회장은 토론회에서 "공무직위원회 법제화가 이 문제의 해결 열쇠라고 생각한다"며 "공무직위원회가 법적 권한을 갖게 되면 공공부문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 기준 마련과 기관 간 임금·처우·복리후생 동일한 처우개선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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