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울한 SM "자부심 무너져"…직원 투표도 '방시혁 인수 반대' 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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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새로운 도약 위한 'SM 3.0' 계획 발표 후 혼란의 일주일
경영권 다툼 격화 속 창업주가 경쟁에 지분 넘겨
'전통의 강자' SM 명성에 큰 흠집
직원들, 블라인드 글 통해 박탈감 토로
아티스트 일정은 최대한 '예정대로' 수행할 것

SM엔터테인먼트 로고. SM엔터테인먼트 제공SM엔터테인먼트 로고. SM엔터테인먼트 제공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소속사 빅히트 뮤직을 포함해 다수 레이블을 거느린 '업계 1위' 하이브가 '업계 2위' 에스엠(SM) 인수 작업을 개시했다. 하이브는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14.8%(4228억 원)를 사들였고, 공개 매수를 통해 추가로 25%를 확보할 예정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이 전 총괄은 공동 입장문에서 "SM과 하이브를 세계 대중음악의 게임 체인저로 도약시키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라고 밝혔다.

SM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이 전 총괄의 존재는 강점이자 리스크였다. 오랜 기간 '프로듀싱비' 명목으로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을 통해 이 전 총괄이 거액을 받아 간 게 특히 문제가 됐다. 소액 주주 운동을 통해 지난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드러났고, 경영권을 둘러싼 소란이 벌어졌다. 이후 이 전 총괄이 SM에 먼저 프로듀싱 계약 조기 종료를 요청해, '2023년의 SM'이 어떤 그림을 그릴지 주목받는 상태였다.

이성수-탁영준 공동 대표이사는 20년간 SM을 지탱해 온 '이수만 단일 총괄 프로듀서 체제'를 벗어나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로 나아가겠다는 'SM 3.0'의 1차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신주와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2171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게 SM의 설명이었다. 이에 '대주주' 이 전 총괄이 강하게 반발하며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을 냈고, 상황은 한층 더 격화됐다.

SM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는 와중에, 카카오와 하이브 등 덩치 큰 세력이 등장하더니 하이브가 발 빠르게 지분을 확보해 단숨에 SM의 1대 주주가 됐기 때문이다.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선구자로 꼽히며 K팝 한류 열풍의 '원조'로 꼽히는 '전통의 강자' SM이 가장 강력한 라이벌인 하이브 지붕 안으로 들어가는 결정이 대주주 뜻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된 것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성수-탁영준 공동 대표이사와 센터장 이상 상위직책자 25인이 낸 입장문에는 이 같은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들은 '라이크기획의 단일 프로듀싱에서 멀티 제작센터/레이블 체계로의 변화, SM 3.0'을 발표하자마자 "SM의 치열한 고민과 노력뿐만 아니라 그간 SM이 아티스트들과 함께 추구하여 온 가치들까지 모두 무시하는 지분 매각 및 인수 시도가 논의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일 발표한 'SM 3.0'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이성수 대표(왼쪽)와 탁영준 대표(오른쪽)가 각각 준비하는 신인 그룹의 데뷔도 불투명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SM 유튜브 캡처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 3일 발표한 'SM 3.0'은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무산될 위기에 빠졌다. 이성수 대표(왼쪽)와 탁영준 대표(오른쪽)가 각각 준비하는 신인 그룹의 데뷔도 불투명해졌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SM 유튜브 캡처이어 "우리 SM은 약 600명의 임직원이 글로벌 No.1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며 일하고 있고, 이러한 모두의 노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SM의 아티스트들이 자랑스럽게 K팝을 선도해 온 회사"라며 "이제 SM은 SM 3.0 시대를 통하여 다시 한번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를 선도하는 팬, 주주 중심의 회사로의 전환과 도약을 앞둔 만큼, 모든 임직원, 아티스트와 함께 힘을 모아 이번에 보도되고 있는 모든 적대적 M&A에 반대한다는 것을 명확히 말씀드린다"라고 전했다.

'SM 3.0' 계획 역시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는 '이수만 1인 총괄 프로듀서 체제'에서 벗어나 멀티 제작 시스템 도입을 중심으로 팬과 주주 친화적인 회사가 되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SM 인수 작업에 나선 하이브는 "지난 1월 15일에 SM이 발표한 '글로벌 수준의 지배구조'와 연계해 SM 운영 구조를 선진화하는 노력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라고만 밝혔을 뿐 'SM 3.0'에 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하이브의 SM 인수 소식이 전해진 후 온라인 직장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SM 직원들의 박탈감과 허무함이 담긴 글과 댓글이 올라오고 있다. "그래도 SM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SM이라서 버텼고 그래서 자부심이 있었는데" "SM 자부심은 있었는데 그게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 등의 반응에서 알 수 있듯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것은 '자부심'이다.

이 전 총괄의 퇴진을 요구하는 소액 주주 운동을 비롯해 현 경영진과 이수만의 대립 등 안팎으로 시끄러운 와중에도 최선을 다해 묵묵히 일해왔는데, 역사와 업적을 바탕으로 쌓은 'SM'이라는 브랜드 파워가 통째로 날아갔다며 배신감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블라인드에는 이성수-탁영준 공동 대표이사+카카오와 이수만+하이브 조합 중 SM 구성원들이 어느 쪽을 지지하느냐는 설문도 올라왔다. 13일 오후 현재 전자가 86%(191표), 후자가 15%(33표)였다. 내부에서는 'SM 3.0'과 이를 펼치려는 현 경영진에게 동조하는 이들이 크게 우세했다. 카카오와 하이브 개입 없이 이전처럼 독자 체제로 갔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 제공왼쪽부터 방시혁 하이브 의장,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 제공SM 주식 취득을 위해 단기 차입 증가를 감수하고, 70.53%(2022년 3분기 기준)를 차지하는 소액 주주를 향해 공개 매수를 진행하는 등 하이브는 기민하고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주당 12만 원 선으로 공개 매수(25%)까지 성공하게 되면 하이브는 지분 39.8%를 확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최대 주주가 된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건, 소속 아티스트들의 향후 일정 소화 여부다. 팬들은 SM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숨 가쁜 판도 변화에, 계획을 제대로 진행할 수 있겠냐며 염려를 표하고 있다. SM 내 모든 아티스트의 일정은 예정대로 수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엔시티 127(NCT 127)의 정규 4집 리패키지 앨범 '에이요'(Ay-Yo)와 샤이니 키의 정규 2집 리패키지 '킬러'(Killer)는 정상 발매돼 활동했거나 활동을 앞뒀고, 에스파의 첫 단독 콘서트, 보아의 20주년 콘서트, 샤이니 온유의 첫 솔로 콘서트 등 주요 공연 계획도 변동은 없다.

다만 'SM 3.0'에 포함된 신인 데뷔 계획은 불투명하다. 당장 2분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신인 걸그룹은 이성수 대표가, 3~4분기에 나올 엔시티 도쿄(NCT TOKYO, 가칭)와 신인 보이그룹 두 팀은 탁영준 대표가 각각 프로젝트 리더로 지휘할 예정이었다. 또 다른 사내이사이자 어뮤즈먼트 기획본부장을 역임한 비주얼 & 아트 전문가 박준영 이사도 버추얼 아티스트 데뷔를 준비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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