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결국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같은 추세가 장기적으로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로 고령층은 점점 늘어나는 반면, 일할 사람은 계속해서 줄어들기 때문이다.
4분기 성장률 -0.4%…10분기 만에 '역성장' 기록
한국은행은 26일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을 발표했다.
지난 4분기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은 -0.4%.
지난해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인해 지난 2분기 0.7%로 잠시 반등했지만, 이후 수출과 소비가 동시에 부진에 빠지면서 결국 역성장에 이르고 말았다.
분기별 성장률이 마이너스 즉, '역성장'을 기록한 것은 2020년 2분기의 -3.0% 이후 10분기 만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분야의 성장 등에 힘입어 꾸준히 플러스 성장을 이어왔지만, 수출 효자종목이던 반도체 부진 등으로 인한 순수출이 -0.6%p를, 경기둔화 우려로 인해 소비가 위축되면서 민간소비가 -0.2%p를 기록한 것이 컸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우크라이나 전쟁 지속 등 대외요인 또한 호전되지 않으면서 2021년 3.1%를 기록했던 연간 실질 국내총소득(GDI) 성장률 역시 -1.1%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수출 현장. 연합뉴스 올 성장률 1%대 중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이같은 경제 상황의 여파는 지난해를 넘어서 올해까지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얼어붙을 대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데다, 주식시장마저 동반 하락하는 등 자산시장은 전반적으로 부진한 상태다.
지난해 수준의 상승률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금리와 소비자물가 또한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소비위축 또한 단기간 내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수출은 새해 들어 20일(1월 1~20일) 동안에만 102억 63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1월 50억 5012만 달러였던 적자 폭을 2배 이상 넘어섰다.
이러다 보니 정부가 지난 연말 제시한 1.6%, 한은이 제시한 1.7%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이미 달성하기 어려운 수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간연구기관인 LG경제연구원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정부보다 낮은 1.4%를 전망했으며, 노무라증권은 정부보다 1.0%p나 낮은 0.6% 전망을 내놨다.
인구감소에 흔들리는 경제…"중장기적 대응 필요"
문제는 이같은 하향세가 코로나19 팬데믹, 미중 무역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형 사태 때만 발생했다가 사라지는 일회적인 상황이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중장기적으로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인구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는데다가 고령화 또한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26일 발표한 '2022년 11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감소'는 10만 7004명이었다.
2020년 3만 2611명이던 자연감소 규모는 2021년 5만 7118명으로 늘어났는데, 다시 한 해 사이에 2배 수준으로 급증한 것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단순히 전체 인구가 줄어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저출생과 고령화가 동시에 발생한 탓에 생산연령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인 측면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중위시나리오 기준)에 의하면 생산연령인구는 꾸준히 증가하며 2020년 3738만 명까지 늘어났지만, 이후 저출생·고령화로 인해 2030년 3381만 명, 2040년 2852만 명을 지나 2050년에는 2419만 명까지 줄어들면서 인구 비중의 51.1%, 절반 수준을 겨우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를 토대로 한 '장기경제성장률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총요소생산성 증가율이 2010년대의 0.7% 수준으로 유지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2023~2030년 1.5%, 2031~2040년 0.9%, 2041~2050년 0.2%에 이어 2050년에는 0%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총요소생산성은 자본과 노동 대비 생산량을 의미하는데, 고령화로 인해 생산연령인구, 즉 취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면 생산성이 높아지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KDI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인구 감소로 인해 앞으로 30년가량 힘든 시기를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소비 둔화나 시장 위축 등의 문제가 있어 정부가 매월 나오는 지표에 다소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는데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경제 상황을 살펴보는 것 또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