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경기도가 검찰의 방대한 '수사자료 임의 제출 요구'를 받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도는 검찰의 정당한 요청에는 당연히 협조하겠지만, 당사자의 '개인 정보 보호'와 '방어권 보장'이라는 측면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정진상·김용' 관련 방대한 수사자료 요청
연합뉴스
2일 CBS 노컷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와 반부패수사3부(부장 강백신)는 지난 21일 경기도에 공문을 보내 과거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정진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정무조정실장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과 관련된 자료 임의 제출을 요청했다.
검찰은 공문 접수 이후에도 수사관들을 직접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 광교청사에 보내 '자료제출 요구를 서둘러 달라'고 거듭 재촉하고 전화를 통한 압박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의 자료 요청은 도 비서실과 대변인실, 총무과 등에 집중됐다.
검찰은 정 실장(2018~2021년 경기도 정책보좌관 근무)과 김 부원장(2018~2019년 경기도 대변인 근무)의 △급여·법인카드 사용 내역·발급 현황 △차량 출입 기록·운행 일지 △상여금·성과급 교부 계좌 △비서실 배치도·근무자 명단 등을 경기도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자료가 확보되면 이들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의 접촉 동선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등을 서로 맞춰보며 추가 혐의가 있는지 따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종합적인 '법률 검토' 후 판단할 것
경기도청 전경하지만, 도의 고민은 검찰의 요구자료가 너무 광범위하고 많다는 데 있다. 계속된 검경 수사로 '직원 사기 저하'와 '행정 마비'도 걱정거리이다.
또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검찰이 제기한 금품수수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구속된 김 부위원장은 결백을 주장하며 진술을 거부하고 있고 정 실장도 '검찰이 소환하면 언제든지 자신있게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검찰 수사에 당연히 협조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다만, 검찰의 요청 자료가 지나치게 많아 어디까지 제출해야 할 지 고민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검찰의 자료 요청 압박으로 담당 직원들이 심리적으로 크게 위축돼 사기가 떨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원들은 다 검찰에 대해 '벌벌 떨고 있다'"며 "직원들은 하도 시달리니까 자료를 그냥 내주고 싶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부서에서는 검찰에 이미 요청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는 일단 검찰의 정당한 자료 제출 요청에는 적극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사자의 '개인 정보 보호'와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자료들에 대해서는 종합적인 법률 검토를 진행해 그 결과에 따라 제출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이상훈 변호사 "수사기관의 임의제출 '남용' 통제 필요"
법조계도 검찰의 이같은 광범위한 임의자료 제출 요구가 당사자의 방어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시 사회복지공익법센터장을 지낸 이상훈 변호사는
"압수수색은 범죄 혐의와 관련이 있는 증거이어야 하고, 당사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견제장치가 있지만, 검찰의 임의 제출 요구는 당사자의 자발성을 이유로 이러한 견제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실에서는 수사기관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임의제출 명목으로 실질적으로 강제적인 압수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수사기관이 임의제출 절차를 남용하는 것을 어떻게 통제할 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감사관을 지낸 김희수 변호사는 "검찰의 수사 자료 요청에 대해 지자체가 무조건 협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먼저 정확히 어떤 범죄 혐의와의 관련성 때문에 요청하는 자료인 지를 검찰로부터 충분히 설명을 듣고 도가 제출 여부를 최종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의 광범위한 자료 제출 요구를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무조건 다 받아들이면 행정 업무가 마비되고 관련 공무원들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되며 전체 직원들의 사기도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계속된 압색과 자료제출 요구로 '심한 피로감' 호소
지난 5월 2일 경찰이 '성남FC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성남지청 5개 과를 압수수색하는 모습. 연합뉴스실제로 대선 직후인 지난 4월부터 본격화된 경기도와 산하기관에 대한 검경의 연이은 압수수색과 각종 임의 자료제출 요구로 경기도 공직자들은 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뤄진 압수수색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4월) △경기주택도시공사(GH) 합숙소의 '선거캠프 사용' 의혹(6·8월) △이재명 전 지사의 지난 대선 '허위 발언' 의혹(9월) △쌍방울 그룹 '비리 유착' 의혹(9월) △경기도·쌍방울 간 '대북 사업 유착' 의혹(10월) 등이다.
더욱이 이번 달에는 행정사무 감사와 예산안 심의가 예정돼 있고 경기도 의회의 자료 요구까지 겹치면서 '행정 마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지금은 추경과 새해 예산안 처리, 그리고 행정감사 등으로 공무원들이 매우 힘들고 예민한 시기"라며 "만약 검찰의 방대한 자료 요구 압박까지 받는다면, 도가 경제 위기 속에서 시급한 민생을 꼼꼼히 살피는데 허점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