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조이랜드' '맥스와 민, 그리고 미야옹자키' '사갈' '소년들'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계 영화의 향연 속 영화 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올해로 27회째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정상 개최를 앞두고 단단히 준비했다. 71개국에서 온 243편의 공식 초청작이 부산을 찾는 가운데, 아직도 많은 작품 중 무엇을 봐야 할지 고민인 관객들을 위해 프로그래머들이 나섰다.
한 편 한 편 모두 의미 있는 영화들로 구성된 초청작들이다. 박선영, 강소원,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그중에서도 '이 영화 놓치면 정말 아쉬울 것 같다' '이건 부산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영화 3편과 그 이유를 적어 보냈다.
이에 프로그래머들의 이유 있는 선택을 가감 없이 전달하고자 한다.
영화 '썸바디'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정한석 프로그래머의 추천
□ '썸바디'(감독 정지우)|한국|온스크린 감독의 연기 연출 능력과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
영화 '기행'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기행'(감독 이하람)|한국|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독창적인 시청각적 신세계를 느낄 수 있다.
영화 '소년들'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소년들'(감독 정지영)|한국|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장르와 실화를 유려하게 조율하는 한국 영화 대가 정지영 감독과 설경구, 유준상, 허성태, 진경 등 화려한 출연진들이 장점이다.
영화 '조이랜드'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박선영 프로그래머의 추천
"아시아 영화들은 영화제 이후 한국에서 수입·배급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영화제가 아니면 보기 힘든 영화들이다. 부산을 통해 해외영화제들로 진출하기도 하고, 이미 해외에서 주목받은 영화들을 부산에 초청하기도 한다. 부산영화제가 아니면 보실 수 없는 다양한 동시대 아시아 국가들의 수작이 다양하게 초청됐으니, 관심을 가지고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 '조이랜드'(감독 사임 사디크)|파키스탄|아시아영화의 창 파키스탄영화 최초로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조이랜드'를 추천하고 싶다. '조이랜드'는 매우 종교적이고 가부장적인 파키스탄 사회에서 억압되고 착취되는 섹슈얼리티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망설이고 고뇌하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때로 날카롭고 때로 다정하게 그리면서 이 영화는 다층적인 문제의식을 드러낸다.
영화 '맥스와 민, 그리고 미야옹자키'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맥스와 민, 그리고 미야옹자키'(감독 파드마쿠마르 나라시마무르티)|인도|오픈 시네마 '맥스와 민, 그리고 미야옹자키'는 부산영화제를 처음 찾는 관객들도 즐겁게 보실 수 있는 대중성이 높은 영화다. 맥스와 민은 이제 막 헤어지는 중이다. 두 사람이 사랑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의 이름을 따서 '미야옹자키'라고 이름 붙인 고양이는 두 사람의 사랑을 상징한다. 이 영화는 맥스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까지, 3대에 걸친 맥스 집안 남자들의 사랑과 성장, 우정, 화해에 대한 이야기다. 인생은 고양이와 함께 성장하는 것이라는 교훈과 함께 말이다.
영화 '그 여자 쉬밤마'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그 여자 쉬밤마'(감독 자이샨카르 아리아르)|인도|뉴커런츠'그 여자 쉬밤마'는 올해 뉴 커런츠에 초청된 이후 낭트3대륙영화제를 비롯해 이미 많은 영화제에서 초청받은 기대작 중 한 편이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는 가난한 집안의 가장인 중년 여성이 생계를 위해 피라미드 판매원이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루는데, 감독은 쉬밤마의 선택에 어떤 윤리적 잣대도 들이대지 않고 그의 고투를 끈질기게 추적한다. 기억할 만한 데뷔작이다.
영화 '사갈'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강소원 프로그래머의 추천
□ '사갈'(감독 이동우)|한국|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경쟁 이 영화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사채업자다. 이동우 감독과 우연히 연락이 닿은 그는 알고 보니 12년 전 감독과 대학 영화과를 같이 다녔던 나이 많은 동기다. 일찌감치 영화와 멀어진 그가 이동우 감독에게 자신을 찍으라고 한다. 사채업자인 그는 그 자신의 빚도 꽤 있는 채무자이면서 못 말리는 도박 중독자여서 삶이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를 따라다니며 찍은 이 영화는 조폭 영화 같기도 하고 블랙 코미디 같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어둠의 경제 세계를 포착한 다큐멘터리의 시선에서 어떤 장르의 극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생생함을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 다큐멘터리에서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인물과 우리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가감 없이 포착한 독특한 작품으로, 개인적으로 올해 한국 다큐멘터리 경쟁작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작품으로 추천한다.
영화 '유령의 해'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유령의 해'(감독 오민욱)|한국|와이드 앵글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지난 10여 년 간 부산은 한국의 다큐멘터리 진영에서 가장 흥미롭고 신선한 영화를 내놓는 곳이었다. 오민욱은 그런 부산 다큐멘터리 감독 중에서도 가장 독창적이고 대담한 작품으로 자신의 영화 세계를 확장해온 감독일 것이다.
오민욱 감독은 신작 '유령의 해'에서 부산 기반의 작가 조갑상 소설가의 작품을 영상으로 옮겨내는 독특한 시도를 선보인다. 그 가운데 부산의 여러 공간, 이를테면 수정동과 남포동, 부산역과 부산진역 일대에 숨겨진 역사적 흔적들을 되짚는 이 영화의 여정은 부산 관객들에게는 친숙하면서도 낯선 발견의 과정일 것이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선보이는 '메이드 인 부산' 영화로 첫손에 꼽을 작품이다.
영화 '지석' 스틸컷. 부산국제영화제 제공 □ '지석'(감독 김영조)|한국|특별상영 다큐멘터리 '지석'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창립 멤버로 '아시아 영화의 허브'라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설정하고 완성한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에 관한 영화다. 그는 2017년 5월 17일 칸영화제 출장 중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지석'은 고(故)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가 지난 20여 년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룬 성취와 좌절들을 그의 아시아 영화인 친구들의 회고를 통해 살펴본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고레에다 히로카즈,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자파르 파나히 등 아시아 거장들의 감동적인 일화들로 가득한 이 작품을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해 온 부산의 시네필 관객들에게 '강추'한다. 12일 오후 4시 30분 '지석' 상영의 좌석이 조금 남아 있으니 서둘러 예매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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