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최국희 감독이 첫 도전 '뮤지컬 영화'를 대한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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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최국희 감독 <하>
감독이 '뮤지컬 영화' 연출에 접근한 방식에 관하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최국희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최국희 감독.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일러 주의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리고, 어깨를 들썩이게 되는 노래. 신중현, 최백호, 이문세, 이승철 등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대를 관통하고 사람들의 마음을 웃고 울렸던 명곡들이 대사가 되고 이야기가 되어 영화로 탄생했다.
 
"뮤지컬이란,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펼쳐지는 판타지"라는 자신만의 정의를 내린 최국희 감독은 국내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에 도전했다. 진봉(류승룡)과 세연(염정아)의 여정을 따라, 그들의 과거 추억을 따라 노래와 안무가 '인생은 아름다워'를 가득 채운다.
 
다음은 최국희 감독에게도 최초의 도전이었던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어떻게 시작됐고, 어떤 과정을 통해 완성됐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뮤지컬=판타지'라는 정의에서 시작한 '인생은 아름다워'

 
▷ 처음 '인생은 아름다워' 연출 제안을 받고, 그것도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장르인 뮤지컬 영화라는 걸 알고 나서 어떤 생각이 스쳤을지 궁금하다.
 
사실 뮤지컬 장르를 좋아하지 않았기에 처음엔 뮤지컬을 잘하는 분이 해야 할 것 같다며 고사를 많이 했다. 그런데도 시나리오를 볼 때 울컥하면서 봤다. 뮤지컬 경험은 없지만 이야기의 힘을 믿고 공부하면서 해볼까 하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 사실 영화적으로 극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있지만 현실의 이야기는 매우 현실적인 부분이 많았다. 반면 뮤지컬 부분은 현실과는 정반대로 굉장히 판타지적이다. 일부러 현실 신과 뮤지컬 신 사이에 간극을 크게 둔 것인가?
 
뮤지컬 영화를 안 좋아했던 이유가 바로 그런 거다. 어떻게 두 주인공이 대사를 하다 갑자기 노래를 부르지? 그게 너무 몰입이 안 되더라. 그래서 이 영화를 하기로 한 후 그럼 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오히려 뮤지컬 장르는 하나의 커다란 판타지이고, 그래서 노래가 시작되면 판타지 신이 시작된다고 스스로에게 선포하고 나니 오히려 접근이 쉬워졌다. 또 노래 부분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아졌다.
 
판타지로 규정했지만 각기 노래마다 가지는 느낌이 있고, 이야기 과정의 흐름도 있어서 판타지를 다 다르게 설정하고 최대한 그 곡의 느낌에 맞는 판타지를 찾으려 노력했다. 이 과정에서 스태프들이 여러 아이디어를 내줘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뮤지컬 신들에 사용된 색감은 굉장히 화사하면서도 화려한 톤을 갖고 있다. 색감은 어떤 식으로 설계해 나갔나?
 
뮤지컬 영화를 공부하다 보니, 뮤지컬 영화가 가장 활성화됐던 시기가 컬러 필름이 생기고 처음 유성 영화가 생겼을 때였다. 현대 영화들이 그때 나왔던 좋은 뮤지컬 영화들의 기법을 가져다 쓴다. 색감은 뮤지컬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서 조명 팀과 고민을 많이 했다. 의상 감독님도 도움을 많이 주셨다. 과장된 색감일 수 있지만 그런 뮤지컬적인 색감을 많이 넣으려 했다.
 
▷ 이번 영화를 위해 공부하며 참고한 자료는 무엇인가?
 
1950~60년대 뮤지컬 영화들이 내게는 가장 큰 교보재(교육 훈련을 위한 보조 재료)였다. 그리고 나는 뮤직비디오도 일종의 뮤지컬이라고 봐서 뮤직비디오도 많이 찾아봤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그 시대 사람들과 현재의 관객을 웃고 울린 명곡들의 향연

 
▷ 신중현의 '미인'부터 이문세의 '조조할인',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이적의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등 폭넓은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명곡들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노래를 선곡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진짜 좋은 노래가 많이 있었다. 나와 대표님, 작가님, 피디님, 음악감독님이 10곡씩만 내도 40~50곡이었다. 우리는 세대가 비슷하다 보니 합의가 빨랐다. 후보에 오른 40~50곡 중 다행히 다툼 없이 고를 수 있었다.
 
▷ 류승룡이나 염정아 모두 전문 뮤지컬 배우도 아니고, '인생은 아름다워'도 온전한 뮤지컬 영화는 아니다. 배우들과 상황에 맞춰 어떻게 노래를 편곡해 나갔나?
 
편곡의 기준은 두 배우였다. 두 배우가 낼 수 있는 음역을 먼저 찾은 후 그 안에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우리가 처음 하는 작업이라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던 게, 낼 수 있는 음역대를 정하고 나서 미리 가녹음했다. 그 느낌에 맞춰서 영화를 찍다 보니 예상했던 느낌과 약간 달랐다. 그래서 다 다시 녹음한 적도 있다.
 
진봉과 세연이 걸어오면서 반주 없이 '알 수 없는 인생'을 부르는 장면이 있다. 처음에 정해놓은 음정으로 했더니 뭔가 아련한 느낌이 다 사라지고 장면이 떠버리는 거다. 그래서 이건 아니다 싶어서 부랴부랴 음정을 낮춰서 다시 녹음했다. 물론 높여 놓은 음정으로 촬영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면 배우들의 연기도 안 나온다. 그만큼 음정과 하나의 톤을 잡으면 그게 화면과 전체적인 느낌 등 다른 것들에 큰 영향을 줬다. 스태프들도 모두 배우면서 했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곡은 무엇인가?
 
다 좋았는데, 선곡 쪽으로는 엔딩 크레딧에 나오는 '세월이 가면'이 애착이 간다. 후반 작업 끝내고 기술 시사를 할 때만 해도 엔딩 크레딧에 다른 음악이 들어가 있었다. 세연의 아들 서진이 무대에서 노래를 하다 쓰러져서 완곡하지 못한 노래가 있다. 그 곡을 엔딩 크레딧에 넣어놨는데, 마지막 장면이 끝나고 크레딧이 오르며 그 곡이 나오는 순간 감흥이 딱 끊기더라.
 
나뿐만 아니라 류승룡, 염정아 선배님도 공감했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에는 진봉과 세연의 목소리로 넣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부랴부랴 다시 녹음한 게 세연과 진봉의 '세월이 가면'이다. 지금은 엔딩 크레딧을 봐도 감흥이 있다. 노래가 주는 힘이 있고, 확실히 두 배우의 목소리가 끝까지 나오는 게 좋았다. 가장 잘한 선곡이지 않을까 싶다.

 
▷ 이렇게 어렵게 준비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화려하고 흥겹고, 때로는 감동 어린 뮤지컬 신이 나왔다.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뮤지컬 신이 있을까?
 
'알 수 없는 인생'이 사실 즐거운 신은 아니고 슬픈 신인데 기억에 남는다. 술집 안에서 원테이크로 동선과 안무를 짰는데, 그게 뮤지컬 신 중에서는 가장 완성도가 있지 않나 싶다. 주위 앙상블도 잘 되어 있고, 가사 내용은 물론이고 진봉과 세연의 상황도 잘 전달된 것 같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현재뿐 아니라 다양한 과거를 돌아보고 추억할 수 있는 장면과 장소들이 나온다. 어떤 풍경, 어떤 분위기를 고려해 장소를 선택했는가?
 
뮤지컬 영화다 보니 배경이 계속 밋밋하면 재미가 없을 거 같았다. 전국을 다 돌아다니는 느낌과 함께 다양한 풍광을 담아내고 싶어서 헌팅에 꽤 공을 들였고 목포, 부산, 청주, 땅끝마을 보길도 등에서 촬영했다. 1980년대 대학생들 사이에서 보길도에 가는 게 유행이었다고 하더라. 또 보길도에는 세연의 이름을 따온 세연정이라는 정자도 있다.
 
그리고 서울극장은 우리가 촬영할 때까지는 운영했다. 그런데 곧 없어진다는 걸 알고 찍었고, 그래서 찍을 때도 마지막으로 우리가 화면에 담을 수 있어서 다행이면서도 안타깝고 아쉽다는 마음도 있었다.

 
▷ '인생은 아름다워'을 보게 될 예비 관객을 위해 관람 포인트를 이야기해 달라.
 
너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가족과 우리 주위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오시면 좋을 거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운드가 중요한 영화라 좋은 극장에서 보시면 좋겠다.(웃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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