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갈등설에 휩싸인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과 장제원 의원.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의 '사적 채용' 논란의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하려던 권 대표의 발언이 청년세대의 여론만 들끓게 하자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나서 실세의 위력을 과시했고, 조기전당대회 필요성도 다시 제기되기 시작했다. '이준석 리스크'가 사그러 들었음에도 당 내부 혼란이 여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권 대표는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통신설비업체 대표의 아들인 우모씨가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으로 근무하는 사실이 알려지자 "내가 추천했다"고 돌출발언을 했다.
그는 "높은 자리도 아니고 9급"이라며 "강릉촌놈이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고도 덧붙였다. 대통령실에서 사적채용 논란이 이어지자 화살을 자신에게 돌리는 등 일종의 엄호에 나선 것이었다. 그는 지난 17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별정직 공무원은 일반직과 채용과정과 절차가 다르다"며 조목조목 반박했고 "우모씨를 토사구팽해야 공정이냐(성일종 정책위의장)", "민주당의 적반하장 정치공세(양금희 원내대변인)"라는 당 차원의 비호도 이어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의 방패막이가 되고자 했던 권 대표의 시도는 논란에 기름을 부은 꼴만 됐다.
우씨의 부친이 강릉시 선관위 위원이라는 점은 이해충돌 논란을 불렀고, 민주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대통령실 사적채용' 논란에 대한 동시 국정조사를 제안했다. 공무원 채용이라는 청년들의 '역린'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2030의 분노가 이어지며 주말 사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권 대표에 대한 비판과 조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당 논란이 윤석열 정부의 '공정'이라는 슬로건을 훼손하는 모양새가 되자 '윤핵관' 장제원 의원이 등판하기에 이르렀다.
장 의원은 18일 오전 페이스북에 "권 대행은 이제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엄중하고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며 "말씀이 무척 거칠다"고 적었다. 불화설이 계속되자 오찬 회동을 하며 '형제애'를 과시한 지 사흘 만에 다시 나온 균열음이다. 관련 지적에 강한 반박으로 맞섰던 권 대표였지만, 이번에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확전을 피했다. 당 내에서는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봐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와 함께 "장 의원의 발언이 권 대표 이상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 진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당 대표 징계에 따른 '원톱' 체제 확립 이후 권 대표가 연일 부정적 이슈를 만드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권 대표는 앞서 언론노조를 저격하며 기자들과 설전을 벌였는데, 언론노조는 이날 권 대표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별정직 공무원의 채용 상황을 정치인은 이해할지 몰라도 일반 국민들이 볼 때는 직급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언론노조 문제도 신중해야 할 이슈인데 너무 쉽게 쉽게 발언했다"고 말했다. 다른 초선 의원도 "처음부터 장제원 의원의 글에 답하듯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는 자세로 가야 옳았다"며 "처음부터 탁 털고 갔어야 했는데 주말 내내 화살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으니 대응에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전 원내대표. 황진환 기자
상황이 이렇다보니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김기현 의원이 이날 YTN라디오에서 "소수당인 우리가 똘똘 뭉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임시체제인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 직무대행 체제를 노골적으로 비토하고 나섰다. 당 내홍을 빠르게 수습하라며 추인해 준 직무대행 체제가 일주일 만에 흔들리자, 묵혀뒀던 조기 전당대회 요구가 다시 표면화된 모양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준석이라는 대형 스피커가 잠잠하니 수면 아래 있던 리스크들이 하나씩 드러나게 된 것"이라며 "이준석 징계로 2030 지지율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청년'과 '채용'이라는 벌집을 쑤시는 것이 지지율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도 "이번 발언 하나만이 아니라 논란이 터지면 '뭐가 문제냐'는 식의 대응이 일관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젊은 사람들이나 정치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던 사람들도 논란을 인지하고 커지게 만든 기폭제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