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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타오르는 최저임금 제도 개편 논의…진짜 과제는?[노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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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시급 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시급 9620원으로 결정된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내년 최저임금이 올해 시급 9160원보다 460원(5.0%) 오른 시급 9620원으로 결정된 지난달 30일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류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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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진짜 과제는…
2023년도 최저임금은 정해졌지만, 노사 모두 반발이 그치지 않습니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한 공익위원이 내놓은 근거인 '산식'에 대한 불만이 상당한데요. 이처럼 최저임금 결과에 해마다 노사의 불만이 쏟아지는 근본 원인은 노사 대립 속에 사실상 공익위원이 최저임금 결정권을 쥐고 있는 결정 구조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비록 문재인 정부 시절 결정 구조 개편 시도는 실패했지만, 이번 정부에서도 '업종별 차등적용'이 결정 구조 개편을 부르는 지렛대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잠깐, 지금 최저임금 제도를 개편한다면 꼭 필요한 진짜 과제는 무엇일까요?

2023년도 최저임금은 정해졌지만, 논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인상 수준을 넘어 제도 개편 논의까지 불이 번질 조짐도 보인다.


노사 모두 반발한 최저임금 인상률…결정 방식도 지적돼


연합뉴스연합뉴스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는 지난달 29일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5.0% 오른 시급 9620원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은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액과 결정 방식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은 2019년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결정 근거에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데 사용한 '산식'이 최저임금법이 정하는 결정기준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최저임금이 이런 방식으로 결정되는 것 자체가 최임위 위상을 정부와 공익위원의 파행적, 졸속적 운영으로 하락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영계도 '이의 제기'를 준비하고 있다. 최저임금 결정 직후 경총 류기정 전무는 "'산식'이 그동안 일관되게 해 온 것이 아니라 즉자적으로 해왔던 부분이기 때문에 저희들은 수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으로 이의제기하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최근 경총 관계자는 "아직 검토 중이지만, 법정 기한 안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했고, 소상공인연합회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을 무력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의 토론'보다 '과학적 산식'? 아리송한 최저임금 결정 근거


지난달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위원장(왼쪽)과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30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제8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620원으로 결정됐다. 박준식 위원장(왼쪽)과 근로자 위원인 이동호 한국노총 사무총장이 인사한 뒤 돌아서고 있다. 연합뉴스
노사 모두 지적하고 있는,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인상률을 계산한 문제의 '산식'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사용한 계산법이다. 국내 주요 기관의 올해 경제성장률 평균 전망치(2.7%)와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4.5%)를 더한 후, 취업자증가율 전망치(2.2%)를 빼는 식이다.

이에 대해 최임위 박준식 위원장은 "과학적인 자료로 여러 주장들의 시시비비를 가려내는 것이 공익위원들이 해야 할 중요한 임무"라며 "최저임금이 상당히 예측 가능성이 높은 결론을 해마다 규칙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특히 "경제 외적인, 혹은 최저임금 논의와 직접 연관이 없는 정치, 이념, 특수한 이익 집단 등이 최저임금 논의 과정에 너무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즉 앞으로도 노·사·공익위원 간의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수준을 결정하기보다는, 정량적인 근거로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계산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심의'해야 옳다는 얘기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 시절 첫 2년 동안 최저임금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을 기록하며 약 29% 인상됐다가, 이후 2020년 2.9%, 지난해 1.5%로 역대 최저 수준의 인상폭을 기록하며 논란이 극심했던 '롤러코스터 인상률' 상황을 다분히 의식한 듯한 발언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왜 하필 이 3가지 요소를 단순히 더하고 빼는 산식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다. 최저임금법에 정한 결정 기준은 ①생계비 ②노동생산성 ③노동소득분배율 ④유사근로자임금 등 4가지인데, 위의 산식은 법정 기준과도 관계가 없다.

산식에 들어간 숫자가 확정되지 않은 '전망치'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대표적 논란거리가 물가상승률이다.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한 직후인 지난 5일 통계청이 6월 소비자물가지수가 6.0% 올랐다고 밝혔고, 한국은행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 오름세가 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 최임위 공익위원들이 이례적으로 심의를 서둘렀던 이유가 6월 물가지수가 공개되기 전에 서둘러 결정하려는 의도였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노-사 협상해도 공익위원 손바닥…해마다 쌓여가는 최저임금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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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 이처럼 최저임금의 결과에 대한 논란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현재 최임위 심의 구조에서도 찾을 수 있다.

최임위는 노동계, 경영계와 공익위원이 9명씩 같은 인원이 모여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노동계와 경영계가 대립하며 접점을 찾기 어렵다보니, 공익위원들이 '캐스팅 보트'를 넘어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다.

노·사·공이 모여 사회적 대화를 나누자는 취지는 좋지만, '기-승-전-공익위원'으로 마무리되는 최저임금 결과에 노사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정부가 추천한 공익위원이다보니 정부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하리라는 의심도 끊이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특히 경영계를 중심으로 인상률 산출 방식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계속 나온다. 당장 지난 1일 국민의힘 소상공인위원장 최승재 의원은 "2023년도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감당하기 어렵다"며 "최저임금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이원화하는 개편안을 추진한 바 있다. 전문가위원은 최저임금의 인상폭에 해당하는 심의구간을, 결정위원은 최종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도록 역할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노사 당사자가 아닌 전문가위원이 최저임금 인상폭을 사실상 미리 결정해 사회적 합의 정신을 훼손한다는 노동계의 맹비난 속에 폐기됐다.


이번 정부도 추진할 최저임금 제도 개편…"진짜 최저임금 과제,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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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올해는 최저임금 결정 구조 개편에 동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변수가 있다. 바로 경영계가 요구하는 업종별 차등적용 논의다.

최임위 공익위원들은 고용노동부에 업종별 차등적용에 필요한 기초 연구 결과를 2023년의 최저임금 심의 요청일(3월 31일)까지 달라고 권고했다. 비록 노사 모두 반발하고 있지만, 정부가 사회적 합의기구인 최임위의 공익위원의 권고를 무시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만약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려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할 준비·논의 방식도 당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양한 업종의 인상 수준을 논의하도록 기존 최임위 심의 방식을 다변화하려면 자연히 결정구조 개편 방안도 연계돼 언급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작업은 법 개정 사안이기 때문에 현재 여소야대 국면에서 실행되기는 매우 어렵다. 업종별 차등적용 역시 2017년 12월 최임위 TF에서 '사실상 불가능' 판정을 내렸던 사안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정부와 여당, 경영계를 중심으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논의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오민규 연구실장은 애초 최저임금 결과에 대한 불만을 제도 개편으로 이어가는 주장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오 실장은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이나 업종별 차등 적용을 계속 거론하고, 사회적 여론에서 벗어나 단순한 공식만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하는 진짜 의도는 최저임금 제도에 흠집을 내서 인상률을 낮추려는 데 있다고 본다"며 "실제로 노동계의 반대로 제도 개편, 차등 적용 등이 이뤄지지 않았으니 대신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자는 공세용 카드로 악용되고는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실장은 만약 최저임금 제도를 개편한다면 '어떻게' 최저임금을 결정하느냐보다, '어떤' 최저임금을 결정하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고용·산재보험의 안전망에 들어오고 있는 이른바 '노무제공자'들에게 '임금안전망'까지 마련하자는 것이다.

오 실장은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 등은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2천만 노동자 중 천만 명 이상은 최저임금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화물연대 파업에서도 최저임금에 준하는 안전운임제가 핵심이었던 것처럼, 최저임금의 적용 범위를 플랫폼, 특고, 저임금 노동자로 넓혀가는 제도 개편이야말로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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