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한국과 일본 순방에서 대북 강경책을 확인한 것에 대해 북한이 고강도 무력시위로 응수하고 나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은 한·일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며 북한과 보조를 맞춤으로써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더 뚜렷해졌다.
북한이 머지 않아 7차 핵실험까지 감행할 경우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전체가 2017년의 '화염과 분노'를 능가하는 무력충돌 위기로 치달을지 우려된다.
北 바이든 귀국 중에 미사일 3종 세트 섞어쏘기…대미항전 결기
연합뉴스북한은 25일 오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등 3발의 미사일을 동해 쪽으로 잇달아 발사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유해 운구에 나선 현철해 인민군 원수의 장례를 치른 지 사흘째이자, 바이든 대통령이 태평양을 넘어 미국으로 돌아가는 시점을 택했다.
충분히 예상됐던 대로 북한은 한미일의 대북 압박에 한 치도 밀리지 않으며 강대강 맞불을 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방문을 끝내고 귀국하는 시점을 명확히 겨냥한 도발"이라고 말했다.
지난 주말부터 차례로 이어진 한미와 미일 정상회담, 쿼드 정상회의에선 북한에 대한 '채찍론'이 부각됐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선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확장억제 강화와 한미연합훈련 확대 등 군사적 압박이 강도높게 거론됐다.
윤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 대신 '북한 비핵화'를 강조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 김 위원장에게 전할 말을 묻자 "헬로… 끝"이라며 외교적 수사에조차 인색했다.
1년 전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 존중 등 전향적 메시지는 모두 증발하고 적대시 정책만 남았다.
북한으로선 미국과의 협상에 아무런 미련을 두지 않고 장기항전에 돌입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미사일 3종 세트 '섞어쏘기'로 과시한 셈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을 동시에 겨냥한 미사일을 촘촘한 시간 간격으로 발사하며 포위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였다.
7차 핵실험도 시간문제…중·러는 방공식별구역 침범하며 北 공조
북한 ICBM. 연합뉴스문제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ICBM과 핵실험은 한 세트"라며 "진행 과정에 있어서 2017년 상황의 역순 또는 더 강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북한은 2017년 당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상대로 9월 핵실험에 이어 11월에는 화성-15형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더 성능이 향상된 화성-17형 발사 후 핵실험을 진행하거나, 핵실험 후 또 다시 정상각도의 화성-17형 발사로 긴장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실도 북한의 7차 핵실험 계획이 막바지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루 이틀 내 (핵실험) 가능성은 작지만 이후 시점에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며 "다른 장소에서 풍계리 핵실험 사전 준비를 위한 핵기폭 작동시험이 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는 전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양측 군용기들이 공동으로 한국과 일본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며 역내 긴장감을 높였다.
중,러의 이같은 행위가 처음은 아니지만 일본에서 쿼드(4자 안보협의체)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출범 선언이 이뤄진 시점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순방 결과, 북한의 강력 반발과 함께 남방3각 대 북방3각의 신냉전 기류가 명확해진 것이다. 분단과 전쟁 등 냉전의 최대 피해자인 우리로선 가장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는 강경맞불로 치킨게임…긴장 악순환에 9.19 군사합의도 위기
대통령실 제공하지만 정부는 북한의 반발에 또 다시 강경 맞불을 놓음으로써 치킨게임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이날 미사일 도발 직후 국가안보회의(NSC)를 주재하고 한미 양국군의 미사일 합동 발사를 지시했다.
전날에는 이미 F-15K 전폭기들이 완전무장 상태로 대거 이륙 준비를 하는 '엘리펀트 워킹' 위력 시위를 하기도 했다.
외교적 압박도 한층 강화됐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이날 부내 대책회의에서 "국제사회의 강력하고 단호한 대응을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북한이 이렇게 명백하게 안보리 결의를 계속 위반하는 상황에서 안보리가 더 이상 단호한 대응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면서 신규 안보리 결의 채택을 위한 우방국과의 공조를 신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중국, 러시아와 미국의 관계가 더욱 멀어지고 한반도 신냉전 구도까지 강화되는 상황에선 안보리 합의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한미 연합 전략자산 전개나 한미훈련 강화 등 군사적 압박에 더 무게가 실리고 북한도 이에 맞대응하는 긴장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나마 지난 5년 간 한반도 평화안정의 최후 보루로 작동했던 9.19 남북 군사합의마저 무력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양무진 교수는 "미국도 중국의 동참없이 대북 제재압박이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11월 중간선거가 끝난 후에는 북미대화로 전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윤석열 정부도 한반도 문제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복원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