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강'은 과연 건널 수 있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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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조국 전 법무부 장관
문재인 정부가 저물어간다. 모든 권력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했다. 다만 문 정부가 소위 '내로남불'이란 낙인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결국은 그 오명을 벗지 못하고 끝나는 듯 해 씁쓸하다. 문 정부의 정점에 있었던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언행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음을 보고 있자니 그렇다는 말이다.
 
조 전 장관은 7개의 허위 경력 기재와 가짜 표창장이 들통나 부산대 의전원이 딸 조민씨에게 입학취소 결정을 내린 날에도 사과는커녕 도리어 '가혹하다'며 억지를 부렸다. 이런 분께 과거 문재인 대통령은 '마음의 빚이 있다'고 말해 많은 이의 마음에 생채기를 더했다.
 
돌이켜보니 일장춘몽이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에 이어 법무부장관으로 직행했다. 스스로 '대선진로좋은데이'를 페이스북에 올렸듯 탄탄대로처럼 보였다. 구름위를 걷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가면이 벗겨지자 사람들은 영화 '기생충'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법대 교수였고, 민정수석이었고, 법무부장관이었지만 그의 법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법도에 따라 다스린다는 것은 공평한 사회를 만드는 것과 같다. 다시말해 먹줄이 곧아야 굽은 나무도 곧게 자를 수 있는 법인데 그의 잣대는 탄력성 좋은 고무줄 같았다. 자신에겐 관대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2019년 추석 연휴에 그는 부산에 갔다. 한달 전 법무부장관에 내정되자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 숱한 의혹들이 쏟아져나왔고 급기야 부인이 기소까지 됐지만 그는 장관에 임명됐다. 헛헛한 마음을 달래는 데 고향만한 것이 없을 것이다.
 
장관 임명 직후 추석 연휴가 이어져 9월 16일에나 장관의 공식 대외 활동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9월 14일 휴일에 그는 부산 기장에 있는 故김홍영 검사의 묘소를 찾았다. 그 자리에서 그는 "잘못된 검찰제도·문화를 고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홍영 검사는 2016년 서울 남부지검에 근무할 당시 상사의 질책 등 업무 스트레스를 못이겨 목숨을 끊었다. 조국 전 장관이 사실상의 장관 취임 일성으로 이 사건을 다시 후벼 판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김검사가 고향·대학 후배여서 안타까움이 더했을 수도 있겠다. 
 
검찰은 몰인정한 조직이고 언제나 조직보호의 논리가 우선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위시한 검찰이 조직보호를 위해(개혁을 막기 위해) 장관의 사소한 잘못까지 먼지털듯 수사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프레임은 작동됐다. 김홍영 검사 사건이 다시 대중에 회자됐고 희생양을 찾기 시작했다. 해임된지 3년이 지나 변호사 개업을 앞뒀던 김검사의 직속 상관은 변협으로부터 고발당했고, 기소돼 지난해 7월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프레임을 잘 짰다고 대중의 시선으로부터 온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조 전 장관은 특수부 축소 등 연일 검찰개혁 청사진을 내놓았지만 시쳇말로 '영(令)'이 서지 않았다. 오히려 일가 비리에 대해 성난 민심은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었다. 한달간의 장관직은 그렇게 끝이났다.
 
장관직을 사퇴하며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다"라고 말했지만 그 이후에도 그의 SNS에는 검찰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자신이 검찰 개혁의 선봉에 섰다는 이유로 아내는 물론 자식까지 모진 수모를 겪었고, 모든 것이 검찰 탓이라는 뉘앙스였다.
 
대선 전 민주당에서는 조국의 강을 건너야한다는 목소리가 제법 컸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도 '조국 사태'에 대해 사과를 했고, 일각에서는 이를 평가하기도 했다. 그런데 민주당에서 다시 '조국 수호'의 구호가 되살아나고 있다. 대선에 진지 한달이 채 되지 않았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잔인하고 불공정한 세상을 물려주지 않겠다. 조민을 응원한다"며 "최대 기득권에 대한 개혁은 속도가 생명이다"라고 말했다.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도 "권력의 칼춤을 추는 검찰, 기자정신을 잃은 언론"이라고 비난했다.
 
과문한 탓에 조 전 장관이 김홍영 검사의 부산 묘소를 다시 찾았다는 뉴스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올 추석에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어쩌면 애초에 조국의 강은 건널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보니 늪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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