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오는 5월 새 정부에서 거대 야당을 이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거가 다가오면서 후보군이 좁혀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출마 선언이 따로 없는 '콘클라베(교황 선출 방식)'로 이뤄지지만 하마평에 오른 후보군의 계파가 뚜렷이 갈리는 만큼 조용한 계파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복수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현재 4선 안규백 의원과 3선 김경협·박광온·박홍근·이광재·이원욱·홍익표 의원 등이 하마평에 이름을 올렸다. 대선 전까지 정책위의장을 맡은 박완주 의원은 출마가 예상됐지만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후보군 대부분은 당내 주요 인사의 측근, 즉 계파로 분류되는 인물들이다. 박홍근 의원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경기지사 시절 비서실장을 맡아 '이재명계'로 분류된다. 안규백 의원과 이원욱 의원은 경선 때 정세균 캠프에서 주요 보직을 맡아 '정세균계'로 볼 수 있다. 박광온 의원과 홍익표 의원은 경선 당시 이낙연 캠프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이낙연계'다.
이 가운데 이원욱 의원은 전날 SNS에 당을 결집시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대선 패인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우리는 하나여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당내 통합도 못 하며 어찌 국민통합을 말할 수 있겠나"라며 "하나 된 국민으로 강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이재명 후보의 외침이었다. 당도 똑같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총리. 황진환 기자선거 구도가 여러 계파로 나뉜 '복마전' 형태인 만큼 각 계파별로 후보를 통일하는 '교통정리'가 이뤄질 수도 있다. 원내대표 의사가 있다고 밝힌 한 의원은 "같은 계파 내 후보가 표를 서로 갉아먹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 작업을 통해 한 명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밝혔다.
선거 방식은 변형된 콘클라베다. 민주당 소속 172명 의원이 한 명으로 최종 결정될 때까지 반복해서 투표하는 식이다. 주로 3~4선 의원이 출마 선언을 한 뒤 정견을 발표하는 기존 방식과는 큰 차이를 뒀다. 오는 23일이나 24일쯤부터 투표를 시작해 25일까지 원내대표를 선출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선거방식을 택한 이유는 대선 패배의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 진흙탕 싸움이 연출되는 장면은 피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계파 별로 나뉘어 이합집산하기보다는 조용하게 마무리하겠다는 게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초선모임 '더민초' 워크샵. 윤창원 기자그러나 표면상 조용하게 진행되더라도 물밑에서는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공약보다는 친소관계에 따라 선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건설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정견 발표만 안 할 뿐이지 의원들 사이에서는 전화 돌리고 표 계산하는 등 이미 계파 싸움에 시동을 걸고 있다"며 "전화해서 한 표 뽑아달라고 읍소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다른 민주당 초선 의원도 "차라리 명시적으로 정견 발표를 하고 당의 쇄신 방안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게 깔끔하지 않겠나"라며 "사실상 인기투표가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전날 이같은 콘클라베 방식에 대해 "각 후보의 정견을 확인할 수 있도록 보완 장치를 마련해 줄 것을 원내대표 선관위에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