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현 정부에 대한 '적폐 수사'를 언급하고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여부와 관련해 '10분 내 단일화'를 말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권에 빌미와 결집 가능성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초박빙 선거구도에서 지나친 자신감이 오만해 보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9일 보도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야권 단일화는
"서로 믿는다면 단 10분 만에도 되는 것 아니냐"며 "물밑에서 미주알고주알 따지는 그런 지난한 협상이라면 처음부터 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윤 후보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의 사이에서 전격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한 데 이어 다시 담판 방식의 단일화를 언급한 것이다. 여기에 이날 인터뷰에서는
지난한 협상도 단일화 추진위원회도 필요 없다는 방법론까지 언급됐다.
이는 최근 다자대결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팎의 1위를 기록 중인 윤 후보가 야권 단일화에서도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윤 후보가 정권교체 여론에 미치지 못하는 지지율에 자신만의 콘텐츠를 더해 격차를 벌려야 하는 상황에서, 직접 단일화를 언급하는 바람에 이슈가 단일화 방법론에 쏠리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단일화는) 10분 만에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다소 일방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민의힘 소속 원외 당협위원장은 "사실상 굽히고 들어오라는 뜻이기에 안 후보가 쉽게 받을 수는 없는데, 야권 전체에서 단일화를 바라는 요구가 상당하기에 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공식 논의 없이도 단일화가 이슈를 삼키고 있는데, 윤 후보의 공론화로 줄다리기가 시작된 셈이다"라고 말했다.
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 후보가 지난주 정치입문 이후 4번째 광주를 찾는 등 호남 껴안기에 나서고, 제주 강정해군기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기리는 등
통합 행보를 이어오다가 집권시 문재인 정부를 향한 적폐 청산수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발언 역시 과도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권 지지층 결집 빌미를 제공하고, 중도층에게도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표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문재인 정부을 향해 보복의 칼을 겨누는 것은 국가적 위기 상황을 혼란으로 몰아넣는 망국적 분열과 갈등의 정치"라는 비판이 나왔고, 이례적으로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나서 "매우 부적절하고 불쾌하다. 아무리 선거이지만 서로 지켜야 할 선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중도층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 청산을 주장하며 내로남불로 5년 동안 국민들을 갈라치기 한 것에 대한 염증이 있다"며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런 일이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자료사진. 황진환 기자무엇보다 지지율 상승 국면에 나온 윤 후보의 이런 언급들이 자칫 오만해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10분 단일화 표현은 단일화 대상인 안 후보의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어려운 표현인 동시에 국민들에게 '이미 승리한 것처럼 군다'는 인상 줄 수 있다"며 "
인터뷰에서 한동훈 검사장을 직접 언급하고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하면서 갈등의 최전선에 있던 검사를 얘기하는 것도 일각에서 공격하는 '검찰공화국'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이낙연 전 대표를 선대위 원톱으로 합류시키고, 배우자 김혜경씨가 과잉의전 논란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히는 등 절박함을 표출하면서 윤 후보의 발언과 태도가 대비되는 상황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민주당은 살려달라며 잘 하겠다고 비는데 국민의힘은 선거가 끝난 것처럼 행동한다는 프레임이 잡힐 수 있다"며 "대선까지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항상 조심하고 낮은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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