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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의 노림수 간파"…세대·성별 갈라치는 '이대남'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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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표(票)'로만 보는 상상된 정체성…"'이대남' 그 자체인 사람은 없어"

이번 대선에서 주요 변수로 떠오른건 '이대남'입니다. 정치권은 청년 남성에게 '이대남'이란 이름을 지어줬고 '여가부 폐지'와 같은 맞춤형 공약도 내놨습니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호응을 얻는 것과 달리 정치권이 그려낸 '이대남'이란 프레임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청년 남성들도 있습니다. 일각에선 "기득권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이름 붙인, 공감하지 못하는 단어"라는 비판적 관점도 제기됩니다. 신생 청년 조직인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와 차별을 확대 재생산 한다"며 정치권을 비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이대남' 논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지난 9일 2030 청년 남성으로 구성된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와 차별을 확대 재생산 하는 정치권과 언론을 비판했다. 임민정 기자지난 9일 2030 청년 남성으로 구성된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와 차별을 확대 재생산 하는 정치권과 언론을 비판했다. 임민정 기자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이번엔 청년층이 캐스팅 보터로 급부상했다. 여야할 것 없이 대선 후보들은 청년층 공략에 공을 들인다. 그중에서도 열과 성을 다하는 건 '이대남'이다.

'이대남'이 정치권의 집중 주목을 받게 된 계기는 지난 4·7 재보궐 선거와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 출현이었다. 정치권은 청년 남성에게 '이대남'이란 이름을 지어줬고, 맞춤형 공약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여가부 폐지',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의 공약으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역시 '군경력 호봉인정 의무화', '예비군 훈련기간 단축',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 공약 등으로 이대남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대선 막판 '이대남'의 결집이 어디로 향할지 주목되지만, 정치권이 재단한 '이대남'이란 옷이 몸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적인 목소리 또한 없지 않다.


뜨거운 감자 '이대남'…찬성 "역차별 압축한 단어" VS 반대 "정치적 노림수 읽혀"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대학생 차모(23)씨는 '이대남'을 "기득권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이름 붙인, 실제 대상자들은 공감하지 못하는 단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이대남 공략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동)를 젊은 보수로 흡수하고자 하는 정치권의 새로운 생존 방안이 아니겠느냐"며 "이십 대 남성들을 모두 하나로 묶고, 그들이 똑같은 요구를 할 것이라는 생각 자체가 너무 구시대적이고 우습다"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 최모(27)씨는 '이대남' 논리가 자신들을 대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하는 말들이, 실제 내가 마주하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인터넷 커뮤니티 의견을 부풀리고 성별 갈등을 '증폭'시키는 등 실제 삶의 모습과 괴리가 있다"고 답했다.

'이대남'에 갇힌 이들은 대선 주자들이 진정으로 자신들을 걱정하는 게 맞는지. '표(票)'로 보는 건 아닌지 묻고 있었다. 박모(23)씨는 "정치권이 '이대남'이라고 지칭하는 것은 표심을 겨냥한 프레임일 뿐, 사회를 분열시키는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차씨는 "정치인은 표를 위해 접근하는 것 같다"며 "청년을 나라의 미래라고 생각하면 미래를 막는 장애물을 해결하려는 정치가 필요하다. 사회를 두동강 낼 수 있는 갈등은 내버려두는 그들의 방만이 어떤 폭풍을 몰고올지 걱정된다"고 했다.

정치권은 모든 '청년 남성'을 아우르겠다고 하지만, 정작 '이대남'이란 용어 자체를 처음 들어본다는 이들도 있었다. 식당을 운영하며 비트코인에 열중하는 한모(27)씨는 "이대남? 사람 이름인 줄 알았다"며 "찾아보니 20대 남자를 뜻하는 말이던데 왜 남녀 편 가르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반대로 이대남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젊은 층도 있다. 군 제대를 앞둔 취업준비생 김모(26)씨는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하기 어려워진 20대의 현실을 고쳐보겠다는 정치권의 의지 표명 아니겠냐"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이 20대 남성을 핀셋처럼 집어 정치적 도구로 쓰려 한다는 생각 또한 지우기 어렵다"며 "포퓰리즘 정책을 기준으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20대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대학을 중퇴한 뒤 스타트업 회사에 취업한 김모(29)씨는 "아침에 나오면 밤 9시가 돼야 퇴근한다. 이대남이란 말을 들을 새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이 이대남 맞춤 공약으로 내놓은 '여가부 폐지'에 대해선 "그 자체로 매력적으로 들린다"면서 "평소 여가부는 성과도 없고 하는 일도 별로 없는 것 같아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청년 남성들은 정치권의 '이대남' 논리가 '먹힐 수밖에 없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나광현(29)씨는 "내가 겪고 있는 힘든 일을 아주 간단하게 '너희는 역차별을 받고 있기 때문이야' 한마디로 정리해준다"고 말했다.


급격한 부상에 반작용도…"세대·성별 가르는 차별적 언어, 20대 남성 단일 정체성 아니다"


'여성 혐오 정치 OUT' 손팻말 든 청년들. 연합뉴스'여성 혐오 정치 OUT' 손팻말 든 청년들. 연합뉴스한편 지난 9일 2030 청년 남성으로 구성된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와 차별을 확대 재생산 하는 정치권과 언론을 비판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지금 정치와 언론이 펼치고 있는 성별과 세대 갈라치기가 그 어떤 세대와 성별 사람에게도 도움 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면서 "남성을 위하고 남성의 마음을 얻겠다는 정치가 왜 약자를 외면하는 정치여야만 하는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이 세상에 그저 이대남으로만 존재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정치권과 미디어는 혐오를 부추기는 것을 멈추고 성평등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구체적인 정책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집회에 참석한 김연웅(27)씨는 "기성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왜 누군가를 공격하고 괴롭히는 일을 정치적 '전략'으로 삼는지. 이대남이라는 정치적 집단의 대표성이 구조적 모순과 억압에 대한 외침이나 권력에 대한 풍자가 아닌, 고작 페미니즘에 대한 조롱과 괴롭힘이라니 개탄스럽다"면서 "20대가 어려운 취업과 비싼 집값에 절망하는 것, 군인이 존중받지 못하는 것은 페미니즘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 모순과 엇나간 정책들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이대남' 논리를 이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대 신진웅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남성 내의 소수에 불과한 굉장히 공격적인 안티 페미니스트 우파 그룹과 국민의 힘의 제도 정치 세력들이 20대 남성들을 하나의 집단으로서 정의해주고 정치적으로 조직화하는 데 성공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20대 남성에게 '당신에게 중요한 문제가 뭐냐'라고 물으면 젠더 갈등이란 답은 6, 7%밖에 안 된다. 70%는 계층 격차와 이념 갈등 문제를 꼽는다. 그런데도 이렇게 정체성의 정치를 증폭시키는 게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교수는 "이대남은 4·7 재보궐 선거와 이준석 당대표 출연을 거치면서 집단적 주체로 인식됐다. 현재 이대남과 정치권 간 신호가 작동하는 초기 단계"라며 "일례로 '여가부 폐지' 공약은 이것에 대한 일종의 즉자적 반응"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20대 청년 남성이라고 해서 하나가 아니다. 온라인 커뮤니티 발화자들의 목소리에서 인식을 확장해 청년 세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의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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