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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 가족을 삼키는 치매, 막연한 공포에서 해방되는 법[건강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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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인희 교수 "유전은 1% 미만, 조기진단과 생활 습관이 뇌의 노화를 바꾼다"

치매는 본인은 물론 가족을 병들게 하는 비극적 질환
건망증과 행위 자체를 잊는 치매는 별 관련 없어
치매의 유전적 요인은 1% 미만…과도한 공포 금물
치매 해방 3요소 - 조기진단, 예방 관리, 치료


암보다 무서운 질병, 노년에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질병으로 대다수가 '치매'를 꼽는다. 우리가 치매를 이토록 두려워하는 이유는 환자 본인의 자아가 소멸하는 과정을 지켜봐야 하는 잔인한 질병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치매는 환자 한 사람으로 끝나지 않고 주변 가족들의 삶과 정신까지 함께 무너뜨리는 '사회적 재앙'에 가깝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치매융합센터 센터장 묵인희 교수는 CBS 경제연구실 <건강비책>에 출연해 "치매 환자를 돌보는 보호자의 절반이 우울증을 겪을 만큼 가족의 고통이 극심하다"며, 이 비극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은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치매를 제대로 아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했다.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된다? "뿌리가 다른 영역"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
대중이 가진 가장 큰 막연한 공포는 나이가 들며 깜빡하는 증상이 치매로 발전할지 모른다는 의심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묵 교수는 건망증과 치매는 일어나는 현상 자체가 엄연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건망증은 어떤 사실을 잠시 잊었다가도 주변에서 힌트를 주면 다시 떠올리는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인 반면, 치매는 자신이 했던 행위 자체를 통째로 잊고 그런 적이 없다며 완강히 부인하는 특성을 보인다.

최근 의학계에서는 심한 건망증을 '주관적 인지 저하'라 부르는데, 이 중 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로 진행되는 비율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따라서 일상적인 건망증을 두고 미리 사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신 이 건망증이 실제 경도인지장애 단계로 넘어갔을 때 빠르게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의 절반은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가지만, 나머지 절반은 혈관성이나 알코올성, 약물 중독성 등 치료와 관리를 통해 충분히 완치가 가능한 치매 종류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치매면 자식도 무조건 걸린다? "유전율 1% 미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
가족 중 치매 환자가 있으면 자녀들이 대를 이어 걸릴 것이라는 유전적 공포 역시 상당 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자녀에게 100% 물려지는 '원인 유전성 치매'는 전체 치매 환자의 1% 미만으로 극히 드물다. 이 경우는 20대라는 아주 이른 나이부터 발병하는 특수한 사례다. 나머지 99%의 치매는 특정 유전자의 돌연변이 없이 나이가 들면서 여러 환경적 요인과 생활 습관이 겹쳐 발생하는 경우다.

물론 발병 확률을 높이는 위험 유전인자인 '아포이 단백질 e4(APOE e4)'의 존재는 확인해두면 좋다. 이 인자를 한 개 보유하면 발병률이 3~5배, 부모 양쪽 모두에게서 받아 두 개 보유하면 15배까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묵 교수는 "강력한 위험 인자일 뿐, 이를 가졌다고 해서 무조건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가족력이 있다면 낙심하기보다 동네 병원에서 간단한 검사를 통해 위험 인자 보유 여부를 확인하고, 남들보다 더 적극적이고 계획적으로 일상 관리를 시작하는 계기로 삼으면 된다.


제대로 알면 열리는 길, 뇌 세포를 깨우는 '시냅스' 활성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
결국 치매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는 막연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치료와 예방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치매를 정확히 이해하면 추적 관찰을 통해 기억의 중심인 '해마'와 '전두엽 피질'의 위축 속도를 확인하고 선제적인 개입을 할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어 신경세포가 감소하더라도 활발한 사회 활동과 지속적인 자극을 통해 신경세포의 연접 부위인 '시냅스' 네트워크를 새로 구축함으로써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얻게 된다.

최근 뇌 속 독성 물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직접 제거하는 원인 치료제(레카네맙 등)가 임상 현장에 도입되어 인지 저하 속도를 30%가량 늦출 수 있게 된 점도 치매를 똑바로 알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묵 교수는 "치매의 성격을 명확히 인지하고 대응한다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소중한 기간을 몇 년씩 더 벌 수 있다"며 정확한 지식과 관리가 초고령 사회에서 환자와 가족 모두의 삶을 지켜내는 무기라고 강조했다.


치매 해방을 위해 반드시 기억해야 할 '3가지 요소'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
묵 교수는 마지막으로 치매라는 무거운 그림자로부터 나와 가족의 삶을 구하기 위해, 우리가 일상에서 반드시 기억하고 이정표로 삼아야 할 세 가지 핵심 요소를 제시했다. 첫째는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조기진단'이다. 치매 증상이 겉으로 발현되기 10년에서 20년 전부터 뇌 세포는 이미 소리 없이 망가지기 시작하므로, 아주 작은 의심 징후라도 보일 때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는 것이 정상적인 삶의 기간을 극대화하는 첫걸음이다.

둘째는 일상의 방어벽을 세우는 '예방 관리'다. 뇌의 퇴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일 규칙적인 운동을 실천하고, 활발한 사회적 교류를 통해 주변 자극을 지속적으로 뇌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생활 습관은 신경세포의 돌기를 늘리고 시냅스 네트워크를 촘촘하게 재구성하여, 설령 나이가 들더라도 인지 기능을 굳건히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가장 강력하고 실질적인 예방책이 된다.

셋째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적극적인 '치료와 대응'이다. 원인 치료 신약이 임상 현장에 도입되며 치매는 이제 손 놓고 기다려야 하는 불치병이 아닌, 통제하고 지연시킬 수 있는 관리의 영역으로 들어섰다. 결국 치매 해방의 성패는 막연한 두려움에 도망치지 않고, 질환의 실체를 제대로 알고 당당히 마주하는 능동적인 태도에 달려 있다. 30년 동안 치매를 연구해 온 묵 교수의 당부처럼, 정확한 지식을 무기 삼아 조기에 진단하고 적극적으로 예방하며 치료에 임할 때 비로소 환자와 가족 모두가 치매라는 공포로부터 진정으로 해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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