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식품의약품안전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코로나19 검사를 14회 받다 끝내 사망한 고 정유엽군의 아버지 정성재 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내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지 얼마 안 된 지난해 3월 폐렴 증상을 보였음에도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쳐 숨진 고등학생 고(故) 정유엽군의 부친이 사건의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했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정군의 아버지, 정성재씨는 "유엽이는 작년 3월 마스크를 사러 갔다 시작된 급성폐렴으로 사망했다"며 "고열이 있을 때 병원에 바로 오지 말고 2~3일 지켜보란 정부의 말처럼 해열제와 감기약을 복용하며 (자택에서) 기다렸지만 막상 필요할 때는 진료를 거부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병원 측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했다 하고, 정부와 병원 모두 '책임이 없다' 하면서 사과 한 번 하지 않았다"며 "누구도 책임이 없는데, 왜 유엽이는 죽을 수밖에 없었을까. 이런 현실은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가족들을 위해 빗속에 마스크를 사러 갔던 정군은 지난해 3월 9일부터 감기 증상을 보였다. 감기약 등을 복용하며 집에서 이사흘 정도 대기했지만, 12일 체온이 39도까지 오르는 등 상태는 더 악화됐다. 이에 당일 경북 경산중앙병원을 방문했으나 시간이 늦어 검사는 받지 못하고 항생제와 해열제 처방만을 받고 귀가했다.
이튿날에도 열이 펄펄 끓어 영남대병원을 찾았지만, 구급차 이용을 거절당해 정씨가 아들을 자가용으로 직접 데려가야 했다.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나온 정군은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결국 입원 닷새 만인 3월 18일 사망했다.
이후 중앙임상위원회는 정군의 사인을 중증 폐렴으로 진단했다. 또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가 체내로 들어갔을 때 면역 물질이 과도하게 분비돼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사이토카인 폭풍'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정군의 사망에 대해 뒤늦게 애도를 표하며 사과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윤창원 기자보건복지부 권덕철 장관은 "정군이 당시 이런 경위를 통해 사망한 것에 대해 부모님께 굉장히 송구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첫 번째 단계부터 경산중앙병원에서 적절한 진료가 취해졌는지, 영남대 이송과정에서 적절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는지 등은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요하는 의료행위라 판단이 곤란하지만 응급의료체계가 팬데믹(감염병의 대유행) 상황에서도 작동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그 당시 대구·경북 지역에 1차 파동(대유행)이 와있는 상태에서 아마 여러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며 "공공의료체계라든지 응급의료체계 등 코로나 이외 다른 환자들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역시 "저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아버님, 가족들께 위로의 말씀을 먼저 드린다"며 "코로나19 초기 대응상황에서는 병원 감염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응급실이 폐쇄되는 등 여러 문제점이 있어서 코로나19 외 환자들의 진료에 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후 응급환자들에 대한 신속검사체계, 동선 등을 보완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복지부, 의료계와 협의해 코로나19 때문에 이외 환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게끔 시스템을 계속 보완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씨는 "오늘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정부의) 유감 표명을 들었다. 이 소리 한 번 듣기가 이렇게 힘들다"며 "참 너무나 아프고 고통스러웠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같은 비극을 방지할 수 있도록 유엽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공공의료 강화를 통해 민간병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질병과 재난 위기 시에 신속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시스템이 재편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정씨는 "유엽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코로나19 의료공백 실태를 정부에서 적극 파악해주시길 바란다. 이를 토대로 감염병 재난 시에 발생할 수 있는 의료공백의 재발방지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관련법 재·개정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를 통해 아픔을 경험한 모든 시민들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전국적인 치료센터가 설립되었으면 하고, 치료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었으면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