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제공회사 내부 정보를 빼돌린 부당거래가 의심된다며 직원을 감금·폭행하고 수억원을 갈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유명 가상화폐거래소 전직 회장의 추가 불법 혐의를 법원이 기소하라고 검찰에 명령했다. 당초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검찰의 판단을 법원이 정반대로 뒤집은 것이다.
1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고법 형사31부(함상훈 김유경 정수진 부장판사)는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빗 직원 3명이 감금과 금품 갈취를 당했다며 이 회사 최모 전 회장과 사내이사들을 상대로 낸 재정신청을 지난달 11일 일부 받아들였다.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여 고소인이 해당 처분의 적정성을 가려달라고 법원에 직접 요청하는 제도다. 처분을 한 검찰청을 관할하는 고등법원이 판단하며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검사는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별도의 불복 절차는 없다. 2020년 전국법원 기준 재정신청 인용률은 0.32%에 불과해 인용 그 자체로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다.
최 전 회장의 직원 폭행, 금품 갈취 의혹은 지난 2019년 불거졌다. 일부 직원들이 회사 내부 정보를 이용해 수익을 거뒀다고 의심한 최 전 회장이 그해 1월 직원들을 회사 회장실로 불러 감금해 폭행했고 각각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현금 혹은 코인을 갈취했다는 것이 해당 의혹의 골자다.
피해자 측은 최 전 회장이 금품을 요구하며 "조선족을 시켜 육고기 가는 기계에 갈아 하수구에 흘려보낸다"는 등 막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엽기적인 만행을 벌인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에 빗대 '제 2의 양진호 사건'이라는 평도 일각에서 나왔다.
경찰 수사를 넘겨 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이듬해 4월 폭행 피해를 최초로 고소한 직원 1명에 대한 사건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공동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최 전 회장을 도와 해당 직원을 협박한 혐의로 사내 영업 이사 2명도 함께 기소했다.
코인빗 홈페이지 캡처하지만 검찰은 최초 신고자에 이어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며 추가 고소한 다른 직원 3명 사건에 대해서는 4개월이 지난 2020년 8월 무혐의로 판단해 불기소 결정했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해당 직원들은 최초 신고자와 마찬가지로 회사 회장실에 불려가 최 전 회장과 임원들에게 협박 당해 최대 수억원 상당의 비트코인 등을 뺏겼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그해 12월 불기소 처분 후 직원들은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고 재판부는 당시 수사기록을 검토해 최 전 회장과 사내 이사 2명을 공동공갈 등 혐의로 추가 기소할 것을 결정했다. 다만 함께 피소된 또다른 임원에 대해서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을 그대로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같은 기록을 두고 검찰은 불기소한 반면 법원은 기소가 필요하다고 본 것으로 검찰 수사의 적정성에 물음표가 붙게 됐다. 사건을 돌려 받은 중앙지검은 최 전 회장과 사내 이사들을 아직 추가 기소하지는 않았다. 검찰은 곧 담당 검사를 지정해 최 전 회장 등을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