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남양유업 전 회장. 박종민 기자
"모든것에 책임을 지고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습니다."지난 5월 회장직 사퇴와 경영권 세습을 포기하겠다는 눈물의 기자회견 후 석 달이 흘렀지만 남양유업의 '내홍'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된 남양 홍 전 회장은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남양으로 거듭나겠다며 쇄신도 약속했다.
하지만 모든 약속은 홍원식 전 회장의 '변심'으로 물거품이 됐다.
한앤컴퍼니는 지난달 23일 홍 전 회장 등 주식 매매계약 매도인을 상대로 거래종결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앤컴퍼니측은 "이번 소송은 매도인 측의 이유 없는 이행 지연, 무리한 요구, 계약해제 가능성 시사로 소송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한앤컴퍼니에 따르면 지난 5월 27일 3천107억원 규모의 남양유업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된 이후 공정거래위원회 승인을 거쳐 지난달 30일 오전 10시 거래 종결일이 확정됐다.
이한형 기자하지만 홍 전 회장은 주주총회를 거래종결 기한 이후인 9월 14일로 연기했으며 "무리한 사항"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워 재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전 회장측은 8월 31일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주식매매계약 해제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앤컴퍼니는 홍 전 회장의 요구가 "남양유업 임직원들이 사활을 걸고 타개함에 결정적 장애가 될 만한 성격의 무리한 요청"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부당한 요구들을 철회하지 않고 거래의 이행을 거부하고 있어 위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 5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한 직후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남양유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남양유업 가족분들께 인사를 드린다"며 "직원들의 건승을 위해 조용히 응원하겠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하지만 지난달 남양유업이 발간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자리에서 물러난다던 홍 전 회장은 지난달까지 회장직을 유지한 채 여전히 회장실로 출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두 아들도 현재 임원직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홍 회장은 올해 상반기 보수로 8억800만원을 수령했다.
박종민 기자이에 대해 노조는 "회사를 위기에 빠트리고 대책도 마련하지 않으며 책임을 지지 않는 오너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남양유업이 다시 위기에 빠졌다"며 "주총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국민들이 '남양이 남양했다'고 조롱 섞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 이미지와 가치는 바닥을 치는 것을 넘어 회생불가한 수준"이라며 "회사를 개인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직원들을 한낱 도구로 생각하는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남양 관계자는 "거래종결 시한 이후인 1일 홍 전 회장측의 공식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