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욕에 멘붕"…與 뒤흔든 '문파' 문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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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보고서①]욕설·성희롱·가족욕까지 무차별적
지역구 '공천 협박'에 특히 곤혹
지도부 선출방식도 사흘만에 번복
"의사표현일 뿐" VS "선 넘었다"
순수한 '덕질'이라지만 어느덧 제도권 정치에 주요한 변수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 자칭 '문파(文派)' 얘기다. CBS노컷뉴스는 수백통 문자폭탄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실체를 본격 파헤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가족 욕에 멘붕"…與 뒤흔든 '문파' 문자폭탄
② '문자폭탄'의 근원지…'문파(文派)' 카페의 작동 원리
③ "문자폭탄은 채찍질…故노무현 비극 이번엔 막아야죠"
④ '문자폭탄' 눈치보는 與 지도부…침묵하는 문 대통령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문자메시지 캡처
요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휴대전화 '무음' 설정은 기본이다. 전화기를 두 대씩 쓰는 '투폰'은 유행이다.

문자메시지 수백통이 단번에 몰려드는 이른바 '문자폭탄' 속에서 업무를 지속하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

개인을 향한 문자폭탄이 점차 위력을 더하면서 당 쇄신 방향이나 정책 관련 의사 결정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족 장애까지 들먹이며 '악담'

"미친XX, 개XX, 소XX, … 이런 육두문자는 그나마 참을 만해요. 그런데 가족을 들먹이며 욕하실 때면 마음속에서 욱할 때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이지만 저도 사람이잖아요."


최근 빗발치는 문자폭탄에 아예 전화번호를 바꿔버릴까 고민했다던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의 토로다.

젊은 초선 의원들은 4·7 재보선 참패 직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감쌌던 걸 후회한다고 밝혔다가 사나흘 동안 온종일 문자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메시지 발신자와 내용을 일일이 확인할 순 없지만 육두문자나 성희롱은 부지기수고, 심한 경우 가정사나 가족의 장애까지 들먹이며 악담을 퍼붓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24시간 욕을 먹다 보면 정말 멘붕(멘탈 붕괴)이 된다"며 "심할 때는 스마트폰이 먹통이 돼 업무를 진행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그나마 덜 바쁜 오전 시간에 짬을 내서 여러 명에게 답장을 보냈다는 한 수도권 의원은 "왜 성의 없이 복사, 붙여넣기로 답장을 보내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이런 메시지 전부를 일명 문파(文派), 즉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자폭탄에 종종 가담했다는 한 지지자는 "저쪽 진영, 작전 세력이 한 짓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역구 민심 왜곡될라…의원들도 전전긍긍

평소 '지역구 관리'에 사활을 거는 의원들은 향후 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협박을 받을 때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네가 잘나서 당선된 줄 아냐. 너랑 공천에서 붙은 ○○○를 찍을 걸 그랬다"라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에 가슴이 철렁했다는 전언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직접 문자폭탄을 보내는 적극적 지지자는 수천 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들의 강성 발언이 지역 당원이나 유권자들에게는 자칫 과대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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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민주당 텃밭 지역구 의원들도, 야당과 지지세가 비슷한 지역구 의원들도 이들의 반격이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지는 않을까 걱정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경기도 거주 한 40대 지지자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초선 모임을 주도했던 모 의원 지역구에 제 가족과 지인들이 많이 산다"며 "그래서 그 의원에게 '당신 뽑으라고 지인들 설득한 게 정말 후회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전했다.

◇'문파'에 항복한 의원님?

문자메시지나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해지는 강성 지지층 목소리는 그동안 '팬심' 수준으로 평가됐다면 최근에는 제도 정치권 자체를 흔드는 모습이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에선 당 쇄신 방향을 설정하거나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 이들의 눈치를 살피는 데 급급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당장 조국 전 장관 사태를 거론했던 초선 의원들의 경우 "처음부터 특정인을 겨냥한 반성문이 아니었다"며 한발 물러나거나 "조 장관께서 고초를 겪으실 때 그 짐을 저희가 떠안았어야 했다"며 180도 달라진 입장을 보였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아울러 의원 개인 의정활동은 물론 당 지도부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도부 총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 자리를 중앙위원회에서 뽑겠다고 발표했다 사흘 만에 전당대회에서 선출하겠다고 번복했다.

당헌·당규에는 중앙위가 뽑도록 규정돼 있지만 그 사이 당원들의 문자폭탄이 비대위원들에게 빗발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서는 정당 의사결정 과정에 당원이나 지지자 목소리가 더 수월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평가와 한쪽에 치우친 의견이 과대대표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한다.

김해영 전 의원은 "정치적 의사표현의 하나"라면서도 "유튜브에 특정 정치인의 전화번호를 찍어서 조직적으로 문자폭탄을 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정치적 의사표시의 선을 넘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역사적으로 강성 지지자들이 이렇게까지 한 경우는 없었다"며 "꼬리가, 아니 깃털이 몸통을 흔들게 되면서 당이 선거 이후에도 반성할 기회를 잃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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