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욕에 멘붕"…與 뒤흔든 '문파' 문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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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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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파보고서①]욕설·성희롱·가족욕까지 무차별적
지역구 '공천 협박'에 특히 곤혹
지도부 선출방식도 사흘만에 번복
"의사표현일 뿐" VS "선 넘었다"

순수한 '덕질'이라지만 어느덧 제도권 정치에 주요한 변수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 자칭 '문파(文派)' 얘기다. CBS노컷뉴스는 수백통 문자폭탄에 가려져 있던 이들의 실체를 본격 파헤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가족 욕에 멘붕"…與 뒤흔든 '문파' 문자폭탄
② '문자폭탄'의 근원지…'문파(文派)' 카페의 작동 원리
③ "문자폭탄은 채찍질…故노무현 비극 이번엔 막아야죠"
④ '문자폭탄' 눈치보는 與 지도부…침묵하는 문 대통령

취재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문자메시지 캡처

 

요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에게 휴대전화 '무음' 설정은 기본이다. 전화기를 두 대씩 쓰는 '투폰'은 유행이다.

문자메시지 수백통이 단번에 몰려드는 이른바 '문자폭탄' 속에서 업무를 지속하기 위한 나름의 방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

개인을 향한 문자폭탄이 점차 위력을 더하면서 당 쇄신 방향이나 정책 관련 의사 결정에까지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가족 장애까지 들먹이며 '악담'

"미친XX, 개XX, 소XX, … 이런 육두문자는 그나마 참을 만해요. 그런데 가족을 들먹이며 욕하실 때면 마음속에서 욱할 때가 있습니다. 국회의원이지만 저도 사람이잖아요."

최근 빗발치는 문자폭탄에 아예 전화번호를 바꿔버릴까 고민했다던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의 토로다.

젊은 초선 의원들은 4·7 재보선 참패 직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감쌌던 걸 후회한다고 밝혔다가 사나흘 동안 온종일 문자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메시지 발신자와 내용을 일일이 확인할 순 없지만 육두문자나 성희롱은 부지기수고, 심한 경우 가정사나 가족의 장애까지 들먹이며 악담을 퍼붓는 경우까지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오영환, 이소영, 장경태, 장철민 등 초선 의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2030의원 입장문'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24시간 욕을 먹다 보면 정말 멘붕(멘탈 붕괴)이 된다"며 "심할 때는 스마트폰이 먹통이 돼 업무를 진행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털어놨다.

그나마 덜 바쁜 오전 시간에 짬을 내서 여러 명에게 답장을 보냈다는 한 수도권 의원은 "왜 성의 없이 복사, 붙여넣기로 답장을 보내느냐"는 핀잔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다만 이런 메시지 전부를 일명 문파(文派), 즉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이 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문자폭탄에 종종 가담했다는 한 지지자는 "저쪽 진영, 작전 세력이 한 짓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지역구 민심 왜곡될라…의원들도 전전긍긍

평소 '지역구 관리'에 사활을 거는 의원들은 향후 선거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협박을 받을 때 더욱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네가 잘나서 당선된 줄 아냐. 너랑 공천에서 붙은 ○○○를 찍을 걸 그랬다"라는 내용을 담은 메시지에 가슴이 철렁했다는 전언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직접 문자폭탄을 보내는 적극적 지지자는 수천 명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들의 강성 발언이 지역 당원이나 유권자들에게는 자칫 과대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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