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한 명당 연간 353잔. 2018년 통계청에서 집계한 국내 커피 소비량입니다. 세계 평균 소비량 132잔의 약 2.7배에 달하고, 국내 커피전문점 매출액은 43억 달러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입니다. 일상에서 빠질 수 없는 커피, 특히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아메리카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한겨울에도 아이스 커피 인기는 뜨겁기만 한데요, 정작 커피를 생산해내는 식품 기기에 대한 안전에 의문이 제기됐습니다.[편집자주]
(사진=롯데그룹 제공)
롯데그룹 자회사인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알미늄'이 식품 안전성 검사도 받지 않은 수입 제빙기를 무신고로 유통, 판매해오다 당국에 적발된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외에 14개 수입 업체도 덜미를 잡힌 가운데, 이들 업체의 무신고 제빙기는 국내 유명 커피숍은 물론, 패스트푸드점, 뷔페 등 얼음이 쓰이는 곳이라면 대부분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 인천세관·식약처, 무신고 식품용 기구 수입·유통 16개 업체 적발…7년간 11만 3685개, 롯데그룹 자회사도 포함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사진=인천세관 제공)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수입 신고도 하지 않고 식품용 제빙기와 온수기 등을 수입, 판매한 16개 업체를 식품위생법과 수입식품 안전관리 특별법 위반으로 적발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13년 9월부터 올해 7월까지 7년간 총 11만 3685개 제품을 무신고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가로 따지면 1139억원 어치에 이른다.
적발된 16개 업체 가운데 롯데그룹 자회사이자 롯데칠성음료(주)는 2013년 12월 12일부터 2019년 10월 18일까지 6년 가까이 수입신고 없이 제빙기를 수입해 식품용으로 유통 판매한 사유로,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 명령을 받았다.
또 다른 롯데 자회사 '롯데알미늄(주)도 지난 2017년 6월 7일부터 2020년 6월 29일까지 3년 가까이 식품 안전 검사를 받지 않고 제빙기를 중국에서 수입해 식품용으로 유통, 판매해오다 적발됐다.
함께 적발된 14개 중소 업체도 미국, 중국, 태국, 이탈리아 등 해외에서 제빙기뿐만 아니라 블렌더, 커피 필터, 음료 디스펜서, 맥주 디스펜서 등 국내 식약처로부터 안전성을 입증받지 않은 수입 식품 기기를 다량 유통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적발된 업체들은 국내 유명 커피숍, 프랜차이즈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점, 뷔페, 식당 할 것 없이 국내 얼음이 쓰이는 곳은 대부분 수년간 제빙기를 납품해온 것으로 드러나 관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현재 무신고 제빙기 등은 모두 회수·폐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롯데칠성음료 홈페이지 캡처)
제빙기는 제빙과정과 탈빙과정을 반복해 각얼음, 깨진얼음 등 특정 형태의 얼음을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장치다.
제빙기에서 만들어진 얼음이 소비자 입 안에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만큼, 제빙기는 현행 식품 위생법상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직접 닿아 사용되는 기구 및 용기'로 분류된다.
이들 업체가 함께 들여온 블렌더, 커피 필터 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기는 위해 요소를 파악하고 발암성·잠재적 독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식약처로부터 반드시 수입 승인 신고를 받아야 한다. 이행하지 않을 경우 '불법' 수입에 해당한다.
이들 업체는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유통되는 식품 기기를 들여온 것으로, 해당 국가에서 모두 식품 안전 인증을 받은 제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식약처는 "해외와 국내 식품 안전 기준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더구나 유통, 판매할 목적으로 들여온 기기를 신고도 하지 않은채 유통시킨 것은 엄연한 '불법'"이라며 못박았다.
◇ 수입 업자들 "식품 안전 검사, 규정에 없었다. 몰라서 안한 것" 억울
(사진=롯데칠성음료 홈페이지 캡처)
롯데칠성음료는 "신고해야 하는지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제빙기는 당시(6년 전) 식검(식품 안전 검사) 대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면서 "식검이 필요한 걸 알았다면, 당연히 받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제빙기 수입 요건으로 필요한 방송통신기기인증, 전기용품안전인증 두 가지는 다 받았는데, "식검만 안 받을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제빙기에 대한 '통합공고'에도 전파법상 신고만 하도록 규정돼 있고, 수입식품법에 따른 신고 의무에 대해서는 기재돼 있지 않다.
관세청에 등록된 '아이스큐버' 제빙기 수입 신고HS 코드(8418.69-2020)에도, ①국립전파연구원장의 방송통신기자재 등의 적합성 평가확인서 또는 사전통관확인서, 적합성 평가면제확인서를 받고 수입할 수 있다 (전파법) ② 정격전압이 30V 초과 1000V 이하의 교류전원 또는 42V 초과, 1000V 이하의 직류전원에 사용하는,(중략) 안전인증을 받은 전기용품을 수입해야 한다(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두 가지만 적시돼 있다. 식검 항목이 따로 명시돼 있진 않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건에 대해 관세청 고시 규정 등과 관련, 식약처에 이의신청한 상태"라면서 해당 건과 관련한 수입물량 등을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다만, "모든 제품은 미국에서 안전성 검사를 마친 것"이라며 덧붙였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 수입 업체 대표는 "지금까지 지난 수십년간 제빙기를 수입해 왔지만, 제빙기 신고 담당 관세사도 통합공고에 비춰, 당연히 제빙기는 수입식품법상 수입 신고 대상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여지껏 아무 문제 없이 유통해 왔겠냐"며 반문했다. 그는 "이번에 멀쩡한 제빙기를 그대로 폐기하면서 피해액만 최소 20억원에 달한다"며 하소연했다.
또다른 중견업체 관계자도 "관세청 신고 항목엔 식검이 있지도 않은 데다, 당국이 법령을 제대로 고시하지도 않아 불법의 여지를 제공한 것이다. 통합공고에 기재된 다른 신고는 모두 마쳤고 성실히 일했을뿐인데, 당국이 졸지에 불법을 저지른 범죄자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롯데알미늄은 "관세청에 신고 사항에 방송 통신기기인증, 전기용품 안전인증 두 가지만 나와 있고 식검은 나와 있지 않아서 식약처 법규에 따른 인증을 하지 못했다"며 불찰을 인정했다. 이어 "더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며 "현재 문제가 된 제빙기는 모두 회수 조치된 상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