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냐 직고용이냐…'인국공 사태'가 낳은 또 다른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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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0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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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되는 과정의 불공정…기존 직원 처우·수익성 악화 우려" 직고용 반대
자회사 노조 "자회사는 또 다른 하청…경영 어려움 생기면 모회사가 떠넘겨"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가 용역회사의 파견근로자 신분이던 보안검색 직원 1천900여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하기로 결정하면서 이슈가 된 '인국공 사태'의 핵심 논란 중 하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이다.

보안검색 직원의 직고용에 반대하는 공사 정규직 노동조합이나 취업준비생들은 고용 안정성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자체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그 방식이 공사 직원으로 채용되는 직접 고용 방식이어야 하느냐가 이들의 불만이다.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쉽게' 정규직이 되는 과정이 불공정하고, 직고용으로 늘어난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다 보면 인건비 등이 증가해 기존 직원들의 처우가 나빠지고 회사 수익성도 악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정규직으로 전환하더라도 자회사 정규직에 채용돼야 한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공공기관 자회사 노조 등의 반론을 들어보면 또 다른 현실적 문제가 있다.

이들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은 또 다른 하청업체로 소속되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새로 만들어지는 자회사들은 대부분 직접 수익활동을 할 수 없어 모회사에서 주는 일감에 100% 의존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인천공항 보안경비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자회사 '인천공항경비'는 매출의 100%가 모회사인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나올 전망이다.

일반적인 회사라면 회사 자체의 기술이나 시설 등을 통해 수익을 내야 하는데, 이런 자회사는 기술이나 시설이 없는 회사이다 보니 원청에서 받는 일거리 외에는 다른 수익원이 없다. 결국 자회사는 각종 경영사항을 결정할 때도 사실상 모회사 지시대로 해야 한다.

문제는 노동자가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는 노사협상에서는 실제 고용주 격인 모회사 경영진이 아니라 사실상 권한이 없는 자회사 경영진을 상대한다는 점이다. 경영에서는 자회사를 하나의 부서처럼 부리다가 노사협상을 할 때는 고용주가 아니라며 뒤로 물러난다고 자회사 노조들은 지적한다.

코레일에 직고용을 요구하는 서재유 전국철도노동조합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지부장은 1일 "공공기관 자회사의 가장 큰 문제는 실제 돈 주는 사람과 사장이 다르다는 점"이라며 "노동자가 경영진과 제대로 협상할 수 없다 보니 수년째 임금이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는 등 노동자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 지부장은 "별도 수익사업 없이 모회사에만 의존해야 하는 자회사는 또 다른 하청업체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남정수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교육선전실장도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모회사가 경영상 어려움이 있을 때 결국 자회사에 고통을 전가해 자회사 직원들이 가장 먼저 피해를 보게 된다"며 "자회사로 전환됐을 때 용역업체 때보다 처우가 나빠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자회사의 노동 관련 의사결정에 모회사 경영진이 참여하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회사가 모회사에만 의존하는 갑을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각종 처우도 나쁘고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되는 경우가 생긴다"며 "각종 의사결정 과정에서 모회사와 자회사가 함께 참여하는 방안을 만드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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