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관저로 들어가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사진=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일본에 마스크 지원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만큼이나 일본 내부에서도 갑론을박이 거세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20일 한국 정부가 일본과 미국까지 포함, 한국전쟁 참전국들에 대해 마스크 지원을 검토 중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한국 언론사 보도를 인용해 "한국 정부 관계자는 '미국은 동맹국으로서, 일본은 이웃나라로 지원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에도 여전히 마스크의 수요가 있기 때문에 여론의 동향을 파악해 판단하게 된다"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일본에 대한 지원은 더 신중하게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강제) 징용 문제 등을 둘러싼 최악의 한일 관계를 타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소설가 모리타 류지는 해당 기사를 SNS에 공유하면서 한국 정부의 마스크 지원 검토를 환영했다.
현재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급속도로 확산 중인 일본은 전국적인 마스크 수량 부족 사태에 직면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가구당 2매씩 천마스크가 지급됐지만 그 품질과 코로나19 감염 예방 효과를 두고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모리타 류지는 일본 정부를 향해 "징용 문제 등 정치 현안과 감염 방지책을 분리해 고맙게 지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일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이들은 징용 판결, 위안부 합의 등 과거사 문제로 미뤄봤을 때 인도적 지원이라 해도 받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교도통신 기사에 댓글을 단 네티즌은 "이를 수용하면 향후 독도, 위안부, 징용 등 모든 것에서 마스크를 지원받았으니 양보하라고 할 것이 뻔하다. 정중하게 거절해야 한다. 공짜보다 비싼 것은 없다"라고 지적했다. 이 댓글은 가장 많은 공감을 받았다.
모리타 류지의 SNS에도 정치와 인도적 지원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강도높게 반박하는 반응들이 줄을 이었다.
한 네티즌(아이디: da****)은 "한국과는 더 이상 관계해서는 안되고 지원은 당연히 거부해야 한다. 다만 위안부 동상을 철거한다면 지원 받아도 좋다"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또 다른 네티즌(아이디: no****) 역시 "관여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뒤에서 엉뚱한 말을 꺼낼 게 뻔하다"라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일본 정부가 한국의 마스크 지원을 거절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들은 아베 정권의 마스크 공급 대책을 비판하면서 감염 예방 효과가 충분한 마스크를 공급할 수 없다면 일단 한국의 지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외교부는 20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미국과 일본, 한국전쟁 참전국에 마스크 지원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데 대해 "협의해 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일본 지원과 관련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고, 구체적으로 지원 검토에 착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한일관계 현안에서 불편한 점은 있어도 인도적 차원이기 때문에 검토가 필요할 수도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안건은 없다"고 부인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같은 날 올라온 일본 마스크 지원 반대 청원은 22일 현재 5만9천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해 6만명에 육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