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지난해 4분기 중 카카오뱅크·케이뱅크의 대출실적이 업계 전체 수준을 크게 뛰어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대출 상품을 바탕으로 이룬 성과지만, 여전히 두 은행 모두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2일 각사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총여신(대출총액)은 9조826억원으로 전년(4조4608억원) 대비 96.5% 급증했다. 케이뱅크도 1조2641억원으로 전년(4082억원) 대비 47.7% 대출실적을 늘렸다. 이들 은행의 대출은 전부 가계대출이다. 지난해 연간 은행업계 전체의 가계대출 증가율(7.9%)을 크게 웃돈다.
특히 4분기 중 대출증가세가 컸다. 지난해 4분기 카카오뱅크의 대출은 1조2939억원으로 3분기 대비 31.7%, 케이뱅크는 1조4529억원으로 61.6%나 늘어났다. 분기별 대출실적은 카카오뱅크가 2분기, 케이뱅크가 3분기 각각 바닥을 찍고 반등했다.
이같은 실적 신장은 전체 은행권과 대비된다. 은행업계 4분기 가계대출 잔액 역시 전분기 대비 늘었으나 비율은 2.5%에 그친다.
여기에는 "9·13이 키웠다"(업계 관계자)는 업계 설명대로 9·13대책 등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영향을 끼쳤다. 상대적으로 규제의 폭이 작은 데다, 편의성이 더 나은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의 대체재로 부상한 것이다.
인터넷은행들은 시중은행과 달리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아 DSR 규제 기준에서 나름대로 여유가 있고, 상대적으로 대출 수요자들에게는 문턱이 낮다. 아울러 24시간 비대면으로 간편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중금리대출에 역점을 두고 있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수요자들에게도 유리하다.
특히 카카오뱅크에서는 배우자소득 심사까지도 비대면으로 가능하도록 설계한 전월세보증금 대출이 9·13대책 전후 대비 월 20%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영업실적 향상에도 불구하고 출범 2년째 적자가 이어지는 데 있다. 2017년 당기순손실 1045억원이던 카카오뱅크는 적자폭이 줄긴 했으나 지난해 2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케이뱅크는 순손실 규모가 838억원→797억원으로 큰 차이 없이 유지됐다.
대출실적이 늘면서 취약차주들의 연체 위험도 점증하는 양상이다. 지난해말 연체율은 카카오뱅크가 0.12%, 케이뱅크가 0.76%로 각각 전년(0.01% 및 0.08%)대비 10배 안팎으로 뛰었다. 케이뱅크는 특히 0.3% 안팎 수준인 시중은행의 연체율보다 높다.
수익구조 측면에서도 '이자장사' 중심의 시중은행과 딱히 차별화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된다. 지난해 영업수익 대비 이자수익 비중은 케이뱅크 89.9%, 카카오뱅크 78.3%로 4대 시중은행(84.0%~89.0%)과 비슷하다.
일본 세븐뱅크(지난해말까지 3분기 누적 2.3%)나 영국 몬조뱅크(2017년 8.3%) 등 해외 인터넷은행의 이자수익 비중이 낮은 것과는 현격한 차이다. 세븐뱅크는 유통업체(세븐일레븐), 몬조뱅크는 사모펀드(패션 캐피털)가 각각 대주주로 참여해 ICT 일변도인 국내 업계보다 혁신적 수익모델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몬조뱅크 등의 비이자수익은 결국 수수료 수익인데, 그들을 따라하라면 '수수료 없는 서비스'라는 소비자 혜택을 철회하라는 것"(업계 관계자)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이는 다시 '이자 말고는 수익처가 없다'는 현실의 재확인일 수 있다.
금융권 인사는 "향후 추가 인가 뒤 후발 인터넷전문은행이 경쟁에 뛰어들면 카카오뱅크 등도 성장과 수익창출에 한계가 나타날지 모른다"며 "기존 인터넷은행들은 관리능력을 입증해야 하고, 후발주자들도 사업초기 자본력과 새로운 사업모델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