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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어린이집 방학…회사엔 눈치, 집에선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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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아이맡기기 전쟁 되풀이되지만 대책은 제자리걸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맞벌이 부모의 애 타는 시간이 올 해도 어김 없이 돌아왔다. 이른바 본격적인 휴가철, 7월 말에서 8월 초는 전국 대부분 어린이집들이 방학에 들어가는 기간이기 때문이다.

◇ 조부모, 단기 학원·돌보미…맡길 데 찾아 동분서주

서울 상암동에 사는 박민희(36) 씨는 그래도 주위 맞벌이 부모들의 부러움을 사는 경우다. 조부모가 아이를 돌봐 주시기로 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친정 어머니가 연세가 많으시고 몸도 약하셔서 매우 죄송스러운 상황"이라면서도 "당장 어쩔 수 없는데 어떻게 하냐며 애를 맡아주셔서 한 숨 돌리게 됐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에 사는 임지선(37) 씨는 지금도 열심히 단기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일주일만 맡기는 거니까 아이가 적응을 잘 할 수 있을 지가 무엇보다 걱정"이라면서 "가격도 십만원이 훌쩍 넘어가는 데가 대부분이라 부담"이라고 했다. 육아 관련 카페에는 임시 돌보미를 구하는 부모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 "비슷한 또래 동료, 비슷한 어린이집 방학이다보니 휴가 내기도 어려워"

결국 아이 맡길 데를 찾지 못해 아예 휴가를 내는 부모도 많다. 정희영(37·가명) 씨의 경우 일주일을 반으로 나눠 아내와 역할 분담을 했다. 그나마도 휴가가 나와서 다행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일년을 기다린 여름 휴가 시즌이 정 씨에겐 회사에서 '찍히는' 시간이 됐다.

정 씨는 "저희 팀이 8명인데 그 중 반이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부모고, 어린이집 방학도 겹쳐있어서 누가 먼저 휴가를 쓸지 서로 눈치가 장난이 아니었다"며 "상사들이 이해해 주는 문화가 아니라 못마땅하는 게 보였고, 같은 처지의 후배들한테는 미안한 상황"고 말했다.

이처럼 맞벌이 부모들의 하소연은 대체로 비슷하다. 어린이집 교사들의 휴식권이 보장돼야 하지만,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대책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보육 대책이 현장에서 매년 되풀이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좀 더 세심하게 이루어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대체교사 추가 채용해도 공급량 절대 부족…"교사 처우 개선 뒤따라야"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12시간씩 연중 무휴 운영을 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어린이집은 방학 기간을 정해놓고, 등원을 희망하는 원생에 대한 수요조사를 거쳐 교사 1인이 당번제로 아이들을 돌본다.

그러나 가정 어린이집 등 소규모 어린이집은 당번제조차 어려운 형편이라 사실상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부모들이 교사 한 명이 여러 명의 아이를 보는 게 위험하다고 여기거나 혹시 불이익을 받을까 이 기간에는 등원을 시키지 않기도 한다. 임시로 업무를 맡는 대체교사는 전국에 1천명 뿐이라 수요에 비해 공급 자체가 적다. 빠듯하게 운영되는 어린이집에서는 대체교사 고용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기도 한다.

지난 달 정부 추경예산안 통과에 따라 어린이집 보조교사와 대체교사 5000명이 추가 채용될 예정이지만, 어린이집 측에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전국 어린이집은 4만 2천곳에 달한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측은 "연중 무휴로 12시간 격무에 시달리다보니 교사 자체를 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12시간 지침을 8시간으로 줄이고 추가 노동에 대한 급여를 지급하는 등 처우를 높이면 관련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규모 자체가 클 뿐 아니라 교사에 대한 처우도 좋은 것으로 알려진 어린이집에서는 교사들이 돌아가며 연차를 쓰기 때문에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 "교사의 휴식도 보장하면서 부모들도 마음 놓을 수 있도록…"

역시 억지 휴가를 낼 수밖에 없었던 서세원(37) 씨는 "어린이집 교사들도 당연히 휴가를 가야하기 때문에 방학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라면서 "회사는 회사대로, 집에서는 집에서대로 전쟁을 치르는 상황이 지혜롭게 해결되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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