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국정원이 MB정부 시절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해 여론조작을 벌인 사실이 드러나 검찰 재수사가 불가피해지면서 윤석열 검사장의 '리턴매치'가 벌써 관심을 끌고 있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맡았다가 좌천된 뒤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격 발탁돼 중앙지검장으로 부활한 그가 수사를 진두지휘할 걸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검찰과 국정원의 '2막 재회'에서 윤 지검장의 수사 여건은 과거와 사뭇 다르다.
지난 18대 대선 당시 국정원 심리전단의 댓글 의혹을 뚝심 있게 파헤치다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었던 그가 이제는 중앙지검장이 된 것이다.
2013년 당시 여주지청장으로 특별수사팀장이었던 그는 국정원 직원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과 압수수색을 벌였다가 직무에서 배제됐다.
그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윤 지검장은 조영곤 당시 중앙지검장을 겨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조 지검장이) 처음에 격노했다. '야당 도와줄 일 있냐. 야당이 이걸 정치적으로 얼마나 이용하겠냐. 정 하려면 내가 사표 내고 해라'고 하더라. 그때 검사장님과 함께 이 사건 끌고 나가기 어렵겠구나하고 생각했다"고 폭로했다.
국정원 직원들을 체포해 조사하던 중 '빨리 돌려보내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수사팀이 이틀째 조사나 구속수사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자신은 직무배제 명령을 받았다고도 했다.
이미 댓글 사건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의 업무 시스템 등을 상세히 파악한 것으로 알려진 윤 지검장의 '노하우'가 이번 수사에 어떤 무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문재인정부의 국정원 역시 적폐청산을 내세워 제 살을 도려내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파기환송심까지 막바지에 다다른 원세훈 전 원장 재판은 변론재개 가능성도 고개를 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국정원 적폐청산 TF가 고발이나 수사의뢰를 하는 형태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순서를 밟을 거란 예상이 많다.
이때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와 같은 형태로, 공안부와 특수부를 조합한 수사팀이 꾸려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드러난 인터넷상 여론조작은 과거보다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이다.
18대 대선 개입 사건의 경우 글을 쓴 것으로 파악된 국정원 직원이 9명 수준이었지만, 이번에 확인된 알바 댓글 부대는 35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알파(α)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이 30개까지 운영된 만큼 조직적인 정치‧선거개입이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09년 5월부터 대선이 있던 2012년 12월까지 운영됐다는 점에서 개정 전 국정원법을 따르면 공소시효가 불과 5개월 정도 남았을 뿐이다.
특히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관계자 등 윗선에 대한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대대적인 수사팀이 꾸려질 가능성이 높다.
윤 지검장이 직접 수사본부장을 맡게 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