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축산업 선진화를 위해 계열화사업을 도입했으나,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전염병 예방에는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축산계열화사업은 닭과 오리 등 가금류를 대상으로 지난 2001년 본격 시행된 후, 돼지에 대해서도 실시하고 있다.
계열화사업은 기업형 사업자가 소규모 사육농가와 계약을 통해 가축 입식부터 사육, 출하, 도축, 유통까지 전체를 통합 운영하는 일종의 종합관리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계열화 사업자는 생산비와 유통비를 줄일 수 있고, 사육농가는 안정적인 생산, 출하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계열화 비율은 육계가 92.7%, 오리는 94.2%로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이에 반해 돼지는 14.3%로 저조하고, 한우와 낙농우는 계열화사업 대상에서 빠져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같은 축산계열화사업이 구제역과 AI 등 가축전염병 예방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고병원성 AI가 발생한 212개 사육농가 가운데 76%인 162곳이 계열화농가였다고 20일 밝혔다.
또, 올해 발생한 돼지구제역의 경우도 61개 발생 농장 가운데 49%가 계열화 농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계열화사업자인 주)하림 등 국내 유명 축산물 유통업체들이 가축전염병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가 전염병 발생 농장에 대해선 살처분 비용과 피해 보상금을 최대 80%까지 지급함에 따라, 계열화사업자 입장에서는 크게 손해볼 게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마침내 정부가 칼을 빼들었다.
농식품부는 계열화 사업자에 대한 방역의무를 부여하기 위해 'AI 방역체계 개선방안'에 '계열화 사업자 책임관리제도'를 올해 안에 도입하기로 했다.
평소에는 정기적으로 계열농가에 방역 교육과 지도점검, 소독, 예찰 업무를 실시하고, AI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