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화면 캡처"야, 간호사야! 밥 언제 내오니?"
"아니, 여기 병원은 애들이 얼굴은 예쁘장한데 손이 좀 굼뜨더라고."
"고기가 너무 질기다! 고기 말고 생선으로 다오."
"몇 살이에요? 우리 아들 한 번 만나 볼래요?" 코미디언 이수지가 이번엔 '진상 환자'로 변신했다. 간호사에게 밥 내오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등장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이를 "귀여운 편"이라고 말해 눈길을 끈다.
최근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에 올라온 '황정자의 슬기로운 병원생활 [실버전성시대]'에서 코미디언 이수지는 중장년 여성 환자 캐릭터 '황정자'로 변신했다.
영상에서 황정자씨는 간호사를 향해 밥을 가져오라거나, 밥을 가져온 간호사에게 반찬 투정을 하고, 자기 아들과 만나 보라고 강권한다.
한 누리꾼은 해당 영상에 댓글로 "대학병원 간호사였습니다. 황정자님은 순한 맛이에요. 진상 아니고 그냥 평범하신 분"이라고 적었다. 이에 "공감한다" "저 간호사인데요. 너무 소름 돋아요. 어제도 본 거 같아요" "저 정도는 간호사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음" "진짜 순한 편" "귀여운 편이죠" 등의 반응이 잇따랐다.
폭언 폭행 성폭력 가해자.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 제공폭언·폭행·성폭력 주요 가해자는 '환자'
실제 현장에서도 간호사들은 환자의 폭언은 물론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발표한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응답자 4만 4903명)에 따르면 최근 1년간 폭언·폭행·성폭력을 경험한 응답자는 절반 이상(55.7%)으로 조사됐다.
특히 주요 가해자는 '환자・대상자'로 나타났다.
고성, 반말, 비난, 욕설 등 폭언의 가해자는 △환자・대상자 42.7% △보호자 26.5% △의사 15.0% △상급자 9.3% △동료 6.5% 순이었다.
폭행의 경우 환자・대상자가 약 10명 중 8명(84.5%)이라는 압도적인 수치가 나왔다. 환자 보호자(9.5%), 동료(2.5%), 상급자(2.0%), 의사(1.5%)가 뒤를 이었다.
성희롱과 성추행을 포함한 성폭력 역시 환자・대상자가 74.2%로 대다수였으며, 보호자(9.9%)와 의사(6.7%), 동료(5.1%), 상급자(4.1%) 순으로 조사됐다.
폭언·폭행·성폭력을 경험한 보건의료노동자들의 상황을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면 업무를 수행하는 여성 집중 직군인 간호직(폭언·폭행·성폭력 경험률 합 86.3%)과 간호조무직(74.1%) 피해 경험률이 높았다.
스레드 화면 캡처 "바지는 주사 맞을 쪽 골반 밑으로 살짝만 내려주세요"
대한간호협회가 지난해 발간한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응답자 788명) 결과에 따르면 피해가 발생한 공간은 주로 병동 등 환자·보호자가 함께 있는 공간(79.0%)이었다.
실제로 지난달 3일, 스레드 이용자 A씨는 "경기도 한 이비인후과 주사실에서 목격했다"며 병원 안내문 사진을 게재했다.
'주사실 예절'이라고 적힌 안내문에는 "바지는 가급적 주사 맞으실 쪽 골반 밑으로 살짝만 내려달라. 일부러 쭉 내려 주시는 분들이 계시기에 간곡히 부탁 말씀드린다"며 "저희가 여러 번 말씀드림에도 불구하고 계속 쭉 내려 주시면 주사 놓기를 거부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성희롱이 될 수 있는 발언은 되도록 삼가달라. 농담으로 던진 말 한마디로 서로 불편한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냥 웃자고 농담으로 던진 말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희는 매우 불쾌하다"며 "이 문구로 불쾌하시고 언짢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희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아직 이런 분들이 너무나도 많기에 간곡히 부탁말씀드린다"고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 화면 캡처이처럼 피해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피해자들은 인권침해가 발생할 때마다 참고 넘겨왔다. '2025년 보건의료노동자 정기 실태조사'에 따르면 폭언·폭행·성폭력을 경험한 노동자 중 72%가 '참고 넘겼'으며, 93%가 '기관으로부터 어떤 조치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간호사 인권침해 실태조사'에서 간호사들이 꼽은 최우선 개선 과제는 인력 충원 등 근무 환경 개선(69.3%), 법·제도 정비 및 처벌 강화(57.5%)였다.
대한간호협회는 조사에서 "인력 확충 없이는 인권침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며 "인력 충원, 처벌 기준 강화, 조직문화 개선을 포함한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