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경찰청이 계급정년이 도래한 경찰 경정 중 일부에게 '전문관' 자격을 부여해 수년 더 근무할 길을 열어주는 제도를 추진한다. 현행 제도상 경정은 14년 안에 총경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퇴직해야 하는데, 일종의 구제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지난달 20일 국가경찰위원회에 이런 내용을 담은 향후 경찰 인사제도 개선 방향을 보고했다.
경찰은 특정 분야에서 오랜 근무 경험을 쌓은 경정에 대해 전문관 자격을 부여해 기존 계급정년(14년)보다 4년 정도 추가로 근무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관 자격이 있는 경정과 일반 경정의 보수 체계를 차등 설정하거나 퇴직 후 재취업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설계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일명 '경정 전문관 자격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과도한 승진 경쟁 등 조직 내부 분위기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행 규정상 경정은 계급정년 14년 이내에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을 달지 못하면 경찰복을 벗어야 한다. 20대 중반 경위가 되는 경찰대 혹은 간부후보생 출신은 50대 초중반에 퇴직하는 일이 빈번하다.
통상 경찰은 시험과 심사, 근속, 특진 등 4가지 승진 경로가 있다. 총경 승진은 대부분 심사를 통하는데 근무평가 성적을 토대로 대상자 명단이 꾸려진다. 근무평가 성적은 인사권자인 상사가 좌우한다. 이런 이유에서 매년 인사철만 되면 인사 청탁이나 수사 등 업무에 대한 외압이 잦아지는 일이 반복돼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서장 계급인 총경의 특진 임용 도입도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총경 직급 중요성과 영향력, 군 등 타 직군과의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것이 경찰청 공식 입장이지만 바늘구멍인 총경 문턱을 조금이라도 낮춰 인력 유출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또 정권 교체기 정치적인 이유로 인사상 불이익을 받거나 승진에서 밀려 퇴직하는 경정이 적지 않아, 이들에 대한 구제책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앞서 입법적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경정급 계급정년을 14년에서 18년까지 늘리는 내용의 경찰공무원법 개정안이 2019년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지난해 현직 경정 3명은 헌법재판소에 경찰 계급정년 제도가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정급이 실무자로서 장기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면 과도한 승진 경쟁이 다소 완화하고 나아가 업무 전문성이 높아지면서 경찰 조직 전체의 역량도 향상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선 이런 인사 정책이 하위직의 인사 적체 현상을 더 가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한 순경 출신 경정은 "하위직 인사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찰대나 간부후보생 출신이 다수인 경정급 이상의 혜택을 늘리는 것이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