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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해운대'…국내 양대 맥주 광고로 뒤덮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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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구, 하이트진로 측에 간접광고 허용
부산시, OB맥주 협찬 받으며 홍보성 프로그램 편성

해수욕장 내 불건전한 음주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제 17회 부산바다축제가 열리고 있는 해운대해수욕장이 온통 맥주광고로 뒤덮였다.

부산시와 관할 해운대구가 양대 맥주회사의 협찬을 받아서인데, 해변의 올바른 음주문화 정착을 외치는 겉모습과는 대치되는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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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회 부산바다축제 개막식이 열리던 1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휴가를 맞아 들뜬 얼굴을 하고 해변을 거니는 피서객들 곁으로 맥주 브랜드인 '하이트' 홍보 현수막이 줄지어 나부끼고 있다.

백사장에 촘촘히 박혀있는 파라솔에는 해당 업체의 로고가 새겨져 있고, 심지어 맥주 브랜드로 치장된 무대까지 설치됐다.

최근 강원도 경포해수욕장이 해변 음주규제를 실시하는 등 피서철 해수욕장 음주문화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서 펼쳐진 이 같은 광경에 피서객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중학생 딸이 있다는 이 모(49.여)씨는 "건전한 피서를 유도하는 홍보 현수막이 붙어있어도 모자랄 판에 맥주가 나와있는 광고물로 치장해 놓은 이유를 모르겠다"며 "국내 최대 피서지라는 해운대해수욕장의 올바른 모습은 아닌 것 같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회사원 김두형(35)씨는 "지자체가 말로는 올바른 음주문화를 외치면서 겉으로는 협찬금을 받기 위해 주류회사 홍보를 해주고 있다"며 "앞뒤가 맞지 않는 행정이다"고 지적했다.

특히 여름철 해수욕장 불건전 음주문화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이중적인 모습이라며 불만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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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김 모(15)양은 "솔직히, 시원해 보이는 맥주를 유명인이 들고 있는 광고를 보면 마셔보고 싶은 충동이 든다"며 "해수욕장에 가서 '절대 술 마시지 마라'는 어른들의 말과 행동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관할 해운대 구청이 해수욕장 내 스마트 비치시스템을 운영, 관리하는 A사에 특정 행사구간의 프로모션과 간접광고수입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면서 불거졌다.

A사가 바다축제기간인 1일부터 9일까지 해당 맥주업체와 간접광고계약을 맺으면서 하이트 진로 측이 '하이트여름썸머쿨' 행사를 개최, 해변 내 이벤트광장 공연과 함께 30여개의 홍포 현수막 등에 맥주 광고를 실시한 것이다.

A사와 맥주회사가 맺은 간접광고료 이외에 해운대 구청은 하이트 진로 측으로부터 6백여만 원의 점용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구청은 하이트 진로 측으로부터 맥주 브랜드명이 새겨진 1천 여개의 파라솔을 협찬 받았다.

이에 대해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당초 맥주회사에서 요청했던 홍보기간보다 사흘을 줄였다"며 "해변 음주문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는 만큼 직접적인 주류 판매나, 판촉은 할 수 없게 하겠다"고 해명했다.

이런 가운데 바다축제를 주관한 부산시축제조직위원회 역시 또 다른 맥주 업체인 OB맥주의 협찬을 받아 축제기간 중 '카스 썸머 콘서트'를 공식 프로그램에 넣어 놔 빈축을 사고 있다.

카스 썸머 콘서트에는 '맥주 빨리 마시기 게임', '캔 탑 쌓기 게임' 등 자사 맥주의 홍보성 프로그램도 포함되어 있어 축제의 공공성을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해운대구청은 바다축제 개막식이 열리던 이날 공무원과 유관단체 회원 1천여 명을 동원해 해변 음주문화 계도 캠페인을 벌여 이중적 행정의 전형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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