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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당명은 무죄다…진단과 처방 잘못된 눈속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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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이 무슨 죄, 효과 있을까?
"당명 변경은 본말전도" 日자민당도 2009년 포기
윤 어게인 절연, 체질변화 없으면 떠난 민심 안돌아와

연합뉴스연합뉴스
일본 자민당이 창당 이래 야당에 정권을 내준 건 딱 2번 뿐이다. 1993년 총선에서 단독 과반에 실패해 군소야당 연립내각에 정권을 내준 게 첫 번째요, 2009년 8월 제45회 총선에서 당시 야당인 민주당이 중의원 480석 가운데 308석을 석권하며 압승을 거뒀을 때가 두 번째였다. 두번째 패배는 원내 제1당 마저 내줬기 때문에 정치적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총선 한 달 뒤 자민당의 재건을 논의하기 위한 '집권구상회의'에서 당명에 대한 여론의 거부감을 주장하는 당명변경론이 고개를 들었다. 새 당명으로 화혼당(和魂黨), 자유신당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논란 끝에 자민당은 그해 12월 당명 변경 포기를 발표한다. "당의 체질개선이 우선인데 당명을 바꾸는 건 본말전도다."라는 목소리가 당명 변경론보다 우세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5년 5개월 만에 간판 바꾸기로

국민의힘이 기어코 간판갈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전 책임당원을 대상으로 당명 개정 의견을 수렴한 결과 68.19%가 찬성 의견을 줬다"며 "전문가 검토를 거쳐 2월 중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지방선거를 넉 달 앞둔 시점이고 보면 흥행을 위한 돌파구를 당명 변경에서 찾은 게 분명하다. 그런데 당명이 무슨 죄일까? 이름을 바꾼들 효과는 있을까?
 
해방 이래 보수정당의 당명에는 자유,공화,민주,정의,한국,나라,누리,한국,미래,통합,국민 등 수많은 개념어가 사용됐다. 그중 자유는 3번, 민주는 2번 등장했으나 현실 정치에선 당명이 가리키는 방향과 달리 자유와 의회주의를 억압하고 독재의 길로 나아간 경우가 다반사였다.
 
최근 10년은 당명 변경의 흑역사로 점철된다. 2017년 2월 당명을 변경한 자유한국당은 그해 5월 치른 대선에서 참패했다. 3년 만에 미래통합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치른 2020년 4월 총선도 마찬가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거의 전멸하다시피 하자 같은 해 9월 국민의힘으로 또다시 당명을 바꿨다. 하지만 이후 윤석열 정부의 극적인 탄생은 결국 비극을 알리는 서막일 뿐이었다.
 
앞에서 본 것처럼 국민의힘은 선거를 앞둔 위기 때마다 국면전환용으로 당명 변경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장동혁 지도부가 추진하는 당명 변경은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
 
우선, 떠나간 민심과 관련해 당명은 무죄다. 민심이 이탈한 것은 '국민의힘'이라는 이름 탓이 아니다. 능력과 인격, 민주적 리더십이 결여된 인물을 대통령으로 뽑은 시스템의 실패, 실정을 견제할 국정동반자의 역할 망각, 그리고 더욱 심각한 건 비상계엄 이후의 회복력 상실에 있다. 특히 내란사태 이후에도 윤 어게인 세력에 동조하거나 끌려다닌 행태는 심각한 죄악으로 평가받을만 하다.
 국민의힘 제공국민의힘 제공
당명 변경은 '효과 없음'이 과거 정당사를 통해 이미 입증됐다. 급조된 당명 변경은 선거에서 대체로 통하지 않았다. 게다가 국민의힘이 만지작거리는 '자유', '공화', '미래' 등의 개념어는 이미 사용된 적이 있어 돌려막기 같은 인상을 줄만 하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각각 1827년과 1854년 창당 이후 줄곳 같은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남북전쟁이나 워터게이트 사건과 같은 초대형 이벤트도 당명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도 20세기 초 지었던 당명을 지금까지 쓰고 있다.
 
국민의힘에 필요한 건 당명에 분칠해서 이미지를 바꿔보겠다는 계산이 아니라 내부 혁신을 통해 민심을 회복하는 일이고, 핵심은 사람과 노선을 바꾸어서 당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는데 있다. 지도부와 당원 모두 수술이 필요하다. 당원구조가 오염돼 있다면 당원중심 정당이라는 멋진 말도 정상궤도에서 벗어날 공산이 크다.
 
당내에서는 "내용은 그대로 둔 채 겉포장만 바꾸는 '포대 갈이'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고 민주당에서는 차라리 솔직하게 '친윤연대'라는 이름을 내세우라는 비아냥도 흘러나온다.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데 대한민국 보수정당이 남길 이름은 도대체 있기는 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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