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25일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국회에서 개최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재판소원제를 논하다' 토론회.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사법 개혁에 고삐를 죄고 있다. 대법원장의 권한을 축소하는 개혁안에 이어 헌법재판소가 법원 판결을 심사하는 이른바 '재판소원제' 도입도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이같은 움직임은 조희대 사법부를 향한 당내 불신과 강성 지지층의 요구가 기폭제로 작용한 모양새다. 동시에 최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촉발된 야권의 공세를 사법 개혁 의제로 분산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범여권 의원들은 26일 재판소원제 도입을 논의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재판소원은 법원 판결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는 제도다. 현행법상 재판은 헌법소원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민주당은 사법 개혁의 일환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날 토론회는 재판소원제 도입을 위한 사전 여론전 성격이 강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범여권 법사위원들은 일제히 재판소원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왼쪽부터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추미애 의원. 연합뉴스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판결이 정권의 통치 도구가 됐을 때 이를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을 헌법재판소가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권 개입이 의심되는 법원 판결이라면 이를 헌법소원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도 "기본권을 구제하고자 마련된 헌법소원이 법원의 재판은 제외하고 있지만, 많은 선진국은 재판을 헌법소원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권리구제 수단으로서 재판소원은 당연히 들어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재판소원제는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한번 더 판단을 구하는 만큼 사실상 4심제를 가능토록 한다는 비판이 적잖다. 3심제를 전제로 설계된 우리 헌법과 맞지 않아 위헌이라는 주장이 따라붙는 배경이다.
재판소원제를 도입하면 분쟁 기간과 비용이 늘어나 당사자들의 부담이 커진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으로 재판 속도를 올리겠다면서 사실상 4심제를 도입하자는 건 자기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같은 반대 의견에도 민주당이 사법 개혁에 속도를 올리는 건 조희대 체제 사법부를 둘러싼 당내 불신과 불안이 그만큼 팽배하기 때문이다. 전날 민주당 '사법 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사법 행정 TF)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를 폐지함으로써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권을 무력화하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 초안도 발표했다.
조희대 대법원장. 윤창원 기자한 민주당 관계자는 "지귀연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설과 조희대 대법원장의 비밀 회동설 등 그간 민주당이 제기한 법관 의혹은 결국 사법 개혁이라는 종착지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평가했다.
지 부장판사는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 취소를 결정하면서 논란을 샀다. 비밀 회동설은 조 대법원장이 대선 직전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 사건의 처리 방향을 미리 논의했다는 의혹이다.
사법 개혁을 강하게 주문하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와 각 의원의 정치적 이해가 맞아 떨어진 점도 속도전에 돌입한 원동력으로 풀이된다.
최근 강성 지지층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1심 선고 이전에 구속 기한 만료로 석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재판소원제 토론회를 주관한 서영교 의원과 사법 행정 TF 위원장인 전현희 의원 모두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에 그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봤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촉발된 야권의 공세를 사법 개혁 의제로 분산시킬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간 민주당은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찰을 항명으로 규정하며 집단 고발 등 강공으로 밀어붙였는데, 시선이 검찰로 집중될수록 야당이 제기하는 외압 의혹 등 역공에 빌미만 주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검찰의 반발을 두고 '겁 먹은 개'라며 강도 높게 비판해온 정청래 대표도 영점을 사법 개혁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26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법 개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민주당은 내란전담재판부를 포함해 대법관수 증원, 재판소원, 법 왜곡죄 등 사법개혁 법안을 연내에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