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배우 윤서아. 류영주 기자전라좌수영 출신 아버지는 군관에게 끌려갔고, 어머니마저 일찍 잃었다. 전국 방방곡곡 여성을 강제 징집해 궁으로 들이는 '채홍'을 피하기 위해 금표 안 초가에서 몸을 숨기며 살다가 우연히 한 여성을 만난다. 자꾸만 자기가 미래에서 왔다고 주장하는 연지영(임윤아)을. 집에 몰래 들어와 자기 옷까지 입은 연지영에게 적대감을 보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경계심을 풀고는 내내 '아가씨'라고 부르며 따른다.
지영과 길금의 우정은 지난달 28일 17.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로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의 초반부를 끌어가는 중요한 관계성이었다. 지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한 배우 윤서아는 어린 나이에 부모를 여의고 혼자 살아온 서길금에게서 '동물적 감각'과 '야생성'을 읽어냈고, 그 부분을 캐릭터에도 반영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1. 얼마 전에 드라마가 끝났다. 이제 좀 떠나보낸 느낌이 드나.그러니까요.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가 8개월 정도 되게 끈끈하게 함께 촬영을 해서 정이 많이 든 상태였는데 자주 뵀던 분들은 그렇게 자주 뵙지 못한다는 허전함도 처음엔 컸다. 또 길금이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제가 길금이가 된 것만 같은, 그런 동화된 느낌도 많이 들었다. 아직까지는 (방송이) 끝난 지 3일 정도 되긴 했지만 시청자분들과 같은 마음으로 여운을 갖고 있는 것 같다.
2. 처음부터 길금 역할로 작품에 합류하게 된 건가. 첫 촬영을 앞두고 다소 급하게 캐스팅됐다고 들었다.연락받고 길금이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미팅은, 첫 촬영이 얼마 안 남았을 때였다. 3, 4일 정도 남아서 1부부터 3부 초반에 지영과 함께 호흡을 맞추던 그 신들을 함께 읽어가면서 또 이야기도 되게 많이 나누고, 길금이를 어떻게 더 구체적으로 준비하면 좋을지에 관해 얘기를 많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또 그게 저에게도 많이 필요했기 때문에.
극 중 서길금은 채홍을 피해 숲속에서 살던 인물이다. tvN 제공3. 길금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캐릭터다. 동료 배우들 이야기에 따르면 이 부분을 무척 열심히 준비했다고 하더라.저는 서울에서 태어났다. 저희 외가가 여수임에도 불구하고 저희 어머님이랑 삼촌분들은 또 사투리를 안 쓰신다. 그래서 이제 짧은 시간 내에 전라도 사투리를 구사해야 하는데 이제 딱 생각이 났던 분이 홍진기 배우님이었다. 저랑 전작('옥씨부인전') 인연도 있었고 전라도 출신이셔서 많이 도움을 요청했는데, 그래서 초반에 캐릭터적으로든 사투리적인 부분이든 길금이를 빠르게 자리 잡아갈 수 있었다.
딱 이렇게 몸에 빨리 익힐 수 있었던 거는 홍진기 배우님이 많이 그런 사투리 특징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어구들도 많이 알려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다. 현장에서 저희 윤 내관 역할 해 주신 정규수 선배님이 전라도 출신이셔서 되게 많이 알려주셨다. 장광 선생님께서도 현장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4. 1화에서 길금은 지영을 처음 만난다. 길금에게 지영은 행색도 수상하고 일단은 무단 침입한 사람인데 그래도 비교적 빨리 스며든다는 생각이 들더라. 지영과의 관계를 포함해 길금이라는 인물을 어떤 식으로 잡아갔는지 궁금하다.어, 우선 길금이라는 친구는 채홍을 피해서 숲속에서 자란 아이이기 때문에 뭔가 생존력이나 조금은 생활력이 높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조금은 더 거칠고 야생적인 면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행동거지나 표정 같은 건 좀 세세한 부분에서 과장하거나 좀 다양하게 연기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지영이를 처음에는 의심하고 경계하긴 했지만… 근데 저는 (길금이) 동물적인 감각을 가진 아이라고 생각한다. 동물들도 사람을 봤을 때 자신을 해할 사람인지 해하지 않을 사람인지 촉 좋게 감지하는 것처럼 길금이도 지영이와 이렇게 대립하는 그 짧은 시간 속에서 '아, 이분이 나를 이렇게 해하거나 하진 않아서 별로 위험한 상황은 아니겠구나' 하는 걸 본능적으로 알지 않았을까?
그때 배가 고파지면서 단순하게 넘어가지는 면이 있다. (고추장 버터 비빔밥 장면은) 조금 엉뚱하기도 하고 단순하기도 하고 또 동물적으로 촉이 또 좋기도 하다는 걸 잘 보여줬던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윤서아는 연지영 역의 배우 임윤아와 '폭군의 셰프' 초반 케미스트리를 끌어갔다. tvN 제공5. 고추장 버터 비빔밥은 촬영하면서 실제로 먹었는지? 맛있었는지 궁금하다.한국인의 소울 푸드처럼 그 감칠맛이나, 또 약간 고소한 맛도 나서 우와~ 했다. 푸드팀에서 그렇게 따뜻한 밥을 윤기 있고 김 나는 밥으로 유지해 주시느라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 그때 추운 겨울이었는데 입안에 따뜻하게 머금으며 맛있게 먹으면서 촬영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6. 임윤아 인터뷰 당시 둘이서 추울 때 고생하는 촬영을 많이 해서 정이 빨리 들었고 나중에는 별말 없이 눈만 봐도 착착 맞을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고 하더라. 극 중 길금과 지영의 사이를 어떻게 만들어 나갔나.저희가 정말 초반에는 지영과 길금의 케미스트리가 더 돋보이면 좋겠고, 그건 저희가 더 친해졌을 때 실제로 극대화되는 부분들이 많을 거 같더라. 저희가 그 호흡에 정말 많이 욕심도 내면서 했다. 신을 더 예쁘게 구상하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근데 정말 (임윤아) 언니가 항상 먼저 다가와 주셔서 대본 연습하면서도 많이 호흡을 맞췄다. 애드리브도 제가 준비해 가면 하나하나 다 들어주시고 제가 할 수 있게끔 다 받아주시고 또 언니도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 싶으면 계속 공유해 주셨다.
저희 연기 대사뿐만 아니라 다른 외부적인 것들로 채워질 수 있게끔, 그래서 더 풍부해 보일 수 있게끔 했다. 추운 겨울에 정말 함께 정말 온몸으로 이렇게 전우애처럼 이겨내고 또 견디면서 찍으니까 정말 많이 친해졌다. 그래서 나중에는 굳이 애드리브 하자고 약속하지 않아도 눈빛만 보고 호흡만 보고 딱딱 서로 맞게 리액션 보고 하는 걸 보고 '와! 우리는 진짜 찰떡 궁합이다' 했다.
서길금은 대령수수가 된 연지영을 따라 수라간에서 보조 요리사로 일하게 된다. tvN 제공7. '폭군의 셰프'는 주인공뿐 아니라 조연 역시 각자의 서사가 비교적 잘 나타나 있었다. 길금에게 중요한 서사는 뭐라고 생각했는지.초반에 언니에게 제 가족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 아버지께서 군관에게 끌려갔고, 어머니는 아버지 찾으러 갔다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이런 게 길금이에게 조금은 지난 일이니까 담담하게 얘기는 하지만, 그 상처가 아물기까지의 얼마나 많은 역경의 시간을 보냈을까 했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조금은 트라우마로 남아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길금이의 그런 감정이 드러나는 장면이 많지는 않았다. 10부에서 지영 아가씨가 군관에게 끌려갔을 때 길금이가 수라간 숙수들한테 찾으러 가자고 이야기하는 장면을 조금 많이 신경 썼던 것 같다. 아버지께서도 군관에 끌려가서 트라우마로 남았는데, 또 자기가 지금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지영 아가씨가 그렇게 또 끌려가니… 정말 큰일 날 수 있겠다는 두려움과 또 내가 무언가를 해서 꼭 지켜야 되겠다는 의지를 잘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그 장면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8. 지영의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수라간 사람들도 진술에 나서는데, 길금이 닭 다리 두 개 먹었다고 한 부분이 재미있었다. 애드리브인가?아니다. 대본에 있었다. 근데 닭 다리는 2개밖에 없는데 그럼 내가 닭 다리를 두 개 다 먹은 건가 싶어서 '와, 나빴다' 생각했다. (일동 웃음)
연지영과 이헌이 '쌈 싸는 사이가 아니'라고 한 대사는 윤서아의 애드리브였다. tvN 제공9. 배우들이 내는 아이디어와 애드리브에 열린 현장이었다고 알고 있다. 본인 애드리브 중에서 '이건 좀 잘한 거 같다' 하고 만족한 게 있을까.시청자분들이 되게 좋아해 주셨던 부분은… 임송재(오의식) 선배님한테 지영 아가씨가 '저랑 전하랑 썸 타는 사이 아니다'라고 하는 게 있다. 제가 장신구에 현혹돼 있다가 못 알아듣고 '야~ 쌈 싸는 사이 아니어라' 한 게 애드리브였다. 그런 것들도 현장에서 되게 좋게 재밌게 받아주셔서, 선배님께서도 거기에 맞게 더 재미나게 반응을 해 주셔서 그 신이 더 잘 나올 수 있던 것 같다.
초반에 공길(이주안)의 미끼로 탈출하다가 금방 전하에게 붙잡히는 장면이 있다. 그때도 전하가 벌을 주려고 인두를 지지는 장면이 있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내가 타깃(목표)은 아니겠거니 하면서 마음속으로 지영이를 타박한다. '아가씨 왜 그랬냐' 하고 타박하는데 그때 (이헌이) 제게 '너부터'라고 했을 때 '지요?' 하고 연기하는 게 조금 더 (장면이) 극대화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원래는 대사가 없었는데 감독님, (임윤아) 언니랑 상의하면서 추가했다.
배우 윤서아. 류영주 기자10. 이전에 한 인터뷰에서 2000년생 용띠인 이채민과 함께 임윤아 곁을 지키는 두 마리 용, '쌍용'을 맡고 있다고 한 걸 봤다. 오른쪽이었나, 왼쪽이었나?당연히 제가 오른쪽이다. 언니의 오른팔! (일동 웃음)
11. '폭군의 셰프'를 찍기 전과 후 변화를 체감하나.길금이가 정말 털털하고 또 밝고 명랑한 아이였고, 그 친구로 8개월을 살다 보니까 저도 성격적인 부분에서 (긍정적으로) 올라오는 부분이 있더라. 그래서 '아, 내가 이 친구의 좋은 점을 많이 흡수했구나' 생각했다. 손도 많이 빨라지고 약간 조금 장난꾸러기 같은 부분이 좀 올라왔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