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후, 서울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폭군의 셰프' 종영 기념 임윤아의 라운드 인터뷰가 열렸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프렌치 셰프면서 과거에 가서 아주 폭군과 만나서 살아남기 위한 요리를 하면서 또 사랑도 이뤄가는 역할이다 보니까 사극에 대한 경험도 있어야 하고 요리를 할 때 요리사처럼 보이는 어떤 샤프함도 있어야 하고 보통 일반적인 배우가 할 수 있는 드라마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과연 이걸 할 수 있는 배우가 있을까, 대한민국에서. 정말 워너비가 있다면 윤아 배우님 정도가 아닐까…"지난달 19일 열린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 제작발표회에서 장태유 감독이 밝힌 캐스팅 배경이다. 일정과 운때가 맞아서 "우연처럼 운명인 듯" 임윤아가 주인공 연지영 역을 맡았다. 극 중 거의 모든 인물과 엮이는 주인공이자 화자인 연지영은 만만찮은 배역이었으나, 임윤아는 말 그대로 '날아다녔다'. '윤아가 나오는 부분은 다 재미있다'라는 시청자 반응이 끊이지 않았던 이유다.
종영을 코앞에 둔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호텔에서 임윤아는 '폭군의 셰프' 종영 기념 라운드 인터뷰를 열었다. 그는 "작년 말쯤부터 지금까지 연지영으로서 준비하고 촬영하면서 지내온 시간이 거의 한 1년 가까이 되는 거 같은데, 그 정도의 시간 동안 연지영으로 지내온 게 12부작으로 끝난다는 게 좀 아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만큼 너무나 많은 사랑을 받아서 감사하고 뿌듯하면서도 빨리 보내고 싶지 않은 그런 마음이 다 공존하는 거 같다. 진짜 열심히 준비하고 오랫동안 촬영한 만큼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굉장히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작품일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임윤아는 극 중 프랑스 최고 요리 대회 '라 포엘 도르'에서 우승한 프렌치 셰프 연지영 역을 연기했다. tvN 제공대역이 있긴 했으나, 임윤아는 드라마에 나온 요리 장면 대부분을 직접 해 냈다. 원래도 요리에 관심이 있었고 곧잘 했지만 '폭군의 셰프'를 계기로 "제대로 요리를 배워보는 기회"가 생겼다. 3개월 동안은 요리 학원에 다녔고, 앰배서더 서울 풀만의 총주방장인 신종철 셰프에게는 양식 위주의 음식 교육을 받았다.
드라마 안에 나오는 음식은 처음 만들 때부터 플레이팅까지 한 번씩 시연했다. 장 감독을 비롯해 스태프들, 푸드팀, 자문을 담당한 오세득 셰프가 함께하며 서로 의견을 나눴다. 임윤아는 "이 과정을 다 인지하고 움직여야 하니까 어떻게 이 요리가 탄생하는지 지켜봤는데, 그런 시간 다 포함해서 3개월 정도 요리를 제대로 준비하는 시간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장 감독이 정리해 준 요리 드라마 작품들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하고 혼자 연습도 했다. 그것까지 합치면 거의 반년 정도를 '요리'에 집중했다. 임윤아는 "대역분이 계셔도 제가 시연도 함께하면서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배웠고, 대역분이 하실 때도 제가 하는 모습을 한 번씩은 쭉 다시 해야 했다. 최대한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가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2025년 현대에선 촉망받는 프렌치 셰프, 조선 시대에선 듣도 보도 못한 참신한 요리를 하는 대령숙수로 활약하는 연지영을 보면서 인기 드라마 '대장금'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작품 준비하면서 '대장금'도 봤냐는 질문에 "'대장금'을 실시간으로 보고 자란 세대"라고 웃은 임윤아는 "(장 감독의 목록에는) '대장금'은 없었지만 전체를 다 본 시청자로서 그런 작품이 되면 정말 영광이겠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명나라 사신단과의 경합은 드라마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경합으로 그려졌다. tvN 제공'폭군의 셰프'에는 크게 두 번의 경합이 있었다. 대령숙수를 정하는 궁중 내 경합, 외교 문제까지 걸린 가운데 치른 명나라 사신단과의 경합. 임윤아는 두 경합 모두 기억에 남는다고 밝혔다.
그는 "명나라는 1, 2, 3차 경합이 있는데 진짜 그 경합 하나당 거의 일주일씩은 했고, 다 합쳐서 거의 한 달가량 촬영한 신이어서 아무래도 명나라 숙수들과의 1, 2, 3차 그 경합 신들은 잊지 못할 신 중 하나가 될 거 같은 느낌"이라며 "모든 숙수들이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나를 꼽자면, 팔을 건 숙수들과의 경합을 꼽아야 할 것 같다. 저는 된장국으로 승부를 봤다. 대령숙수로서의 실력을 입증한 된장국을 꼽겠다. 촬영적으로는 (명나라 경합) 1, 2, 3차가 가장 기억에 남을 수 있겠지만 빼놓을 수 없는 건 된장국"이라고 전했다.
눈이 커질 정도로 몹시 맛있다는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쓰인 현란한 CG(컴퓨터그래픽)도 '폭군의 셰프'의 전매특허였다. 임윤아는 "처음에 CG가 완성된 컷을 봤을 때 진짜, 너무 와… '우리 드라마는 이런 톤인 거구나' '와, 너무 재미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또 그런 표현을 했던 작품은 감독님 작품 중에서도 없지 않나 싶어서 그런 표현에 도전하신 감독님도 진짜 너무 감탄스러웠다"라고 밝혔다.
임윤아는 대령숙수이자 프렌치 셰프인 연지영 역을 위해 3개월가량 따로 요리를 배웠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연지영의 요리를 맛본 이들이 'CG의 축복'을 받았다면, 연지영 역의 윤아는 주로 요리를 만드는 입장이어서 CG를 통한 맛 표현을 하지는 않았다. "맛 표현이 없다는 건, 연지영 요리를 뛰어넘을 만큼 (본인이) 놀라운 맛을 보는 요리는 없다는 의미이지 않을까"라고 운을 뗀 임윤아는 "요리 만드는 과정에서도 대령숙수가 어느 정도 실력인지 담기기도 하지만, 완성된 음식을 먹어주는 분들의 리액션(반응)을 통해 이 요리가 얼마나 대단한지가 더 돋보였다"라고 바라봤다.
임윤아는 "연지영 음식을 맛봐주신 많은 분들이 세상에서 먹어보지 못한 기가 막힌 맛 표현 연기를 너무나도 잘해주셔가지고, 오히려 그 리액션으로 인해서 연지영 캐릭터가 더 실력이 뛰어나 보일 수 있는 힘을 얻게 해 주신 것 같아서 너무 감사하더라"라며 "저도 보면서 '저렇게 표현을 해 주셨구나!' 시청자로서 진짜 재미있게 매번 맛 표현을 봤던 거 같다"라고 전했다.
수라간 대장인 연지영은 극 중 대령숙수복을 가장 많이 입었지만, 명나라 경합을 앞두고 남장을 하거나 장에 나갈 때 보통 규수가 입는 한복을 입기도 했다. 임윤아는 "대령숙수복은 굉장히 입는 게 많았다. 저고리와 치마, 그 안에 속치마도 있고 그 위에는 앞치마도 있고 벨트도 하고 모자도 쓰고 팔토시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덕분에 겨울에는 "굉장히 따뜻"했으나, 여름에는 "열이 빠져나갈 공간이 없을 정도의 옷"이어서 조금 더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임윤아는 "그래도 대령숙수 옷을 입었을 때가 가장 갖춰진 느낌이 들어서 저는 제일 좋아하는 스타일"이라며 "갓을 쓰고 남장처럼 옷을 입어본 건 갓 쓴 지영이라고 해서 '갓지영'이라고 표현했는데 그 갓지영도 너무 귀엽고 재미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스타일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임윤아는 극 중 다양한 한복을 입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출중한 본업 능력을 갖춘 것 외에도 연지영은 어느 상황에서든 쉽게 굴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대응하는 씩씩한 캐릭터다. "어디서든 적응하는 건 타고났구나"라는 인주대왕대비(서이숙)의 말처럼 적응력이 뛰어나며, 본인을 골탕 먹였던 동료들과도 결국 잘 지내는 넓은 품을 지니기도 했다.
임윤아는 "어떤 상황이어도 진짜 씩씩한 거 같다. 그런 면이 정말 멋있다. 본인 일, 음식하는 그런 모습에 있어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만한 자신감? 그런 부분들이 연지영이라는 캐릭터를 굉장히 더 멋지게 돋보여줄 수 있는 성격이지 않았을까"라고 밝혔다.
본인과 닮은 부분으로는 "음…"하고 잠시 뜸 들이다가 "끈기"를 들었다. 임윤아는 "어떤 상황에 처해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남는 모습들을 보여주지 않나. 그게 참 씩씩한 거로 보일 수도 있지만 굉장한 끈기로 보이기도 한다"라며 "꿋꿋하게 그 자리에서 주어진 일들을 잘해 나가면서 지내온 그런 부분들, 좀 끈기적인 면에 있어서 닮은 부분이지 않을까"라고 부연했다.
배우 임윤아.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임윤아는 "요리라는 음식이라는 소재가 굉장히 흥미롭다. 누구나 다 좋아할 수 있는 소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개인적으로 했었지만 이렇게나 많은 분들이 이 정도로 사랑해 주시리라는 생각은 못 했던 거 같다"라며 "해외에서도 K-푸드처럼 알려드릴 수 있는 그런 작품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전 세계에서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이 크게 사랑해 주시는 거 같아서 굉장히 기뻤다"라고 밝혔다.
'폭군의 셰프'는 임윤아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일단 요리가 남았다"라고 웃은 그는 "요리를 배웠기 때문에 배우기 전보다는 훨씬 향상된 실력이 있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모든 다양함이 다 들어있는 작품인 거 같아요. 정말 씩씩하기도 하고 여린 부분도 있고 능력적으로도 굉장히 최고의 위치에서 선보이는 실력을 가진, 멋짐도 보여드릴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로맨스도 있고 다양한 모습이 담겨있는 작품 같아서 계속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거 같아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