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기자더불어민주당에서 남북관계의 가장 큰 변수 가운데 하나인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조정 필요성을 제기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미연합훈련 조정은 남북관계 개선 및 리스크 완화와 맞물릴 수 있다는 점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재명 대통령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를 뒷받침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25일 민주당 외교통일위원회 위원 중심으로 주최된 '한반도 평화와 한미연합훈련' 토론회에서 조용근 전 국방부 대북정책관(예비역 육군준장)은 "한미연합훈련은 (역사적으로도) 그 당시의 정세 상황에 따라 계속 (규모와 성격 등이) 변해 왔다"며 연합훈련에 대한 조정 가능성을 제기했다.
특히 그는 북한이 우리의 한미연합훈련을 '대규모 침략 전쟁연습'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명분은 약화시키고 우리 측의 명분을 확보하기 위해 연합훈련에 대해 지금보다 세부적으로 북한에 통보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재외공관이 있는 우리 무관들을 통해 연합훈련에 관한 자세한 설명을 외국에 자세히 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와 함께 조 장군은 9.19 군사합의 내용 가운데 '지상·해상·공중에서의 적대행위 중지' 조치를 선제적으로 복원해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고, 지휘소연습(CPX)과 야외기동훈련(FTX)을 분리해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도 주장했다. 연합훈련 때마다 전개되는 미군의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 전략자산 전개도 다른 적절한 시기를 선정하고, 필요시 '로 키(low-key)'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그는 연합훈련 자체를 통합하거나 축소하는 방안에 대해선 "향후 비핵화 단계가 진행되고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 북한이 시행하는 조치들과 연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핵동결→축소→폐기 등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북한이 호응할 경우 연합훈련의 통합·축소를 병행 검토할 수 있다"고 신중론을 표했다.
같은 자리에서 북한대학원대 김동엽 교수(퇴역 해군중령)도 "최근 연합훈련의 성격이 '방어'에서 미국의 '통합억제' 실행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단순히 한반도에서의 방어훈련을 넘어, 통합억제 전략을 전개하는 훈련으로 북한·중국·러시아까지 견제하는 억제력 구현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훈련이 우리에게 있어서는 군사적으로 실전을 대비하고 주변국을 억제하는 효과를 내지만, 동시에 중국·러시아에도 공세와 위협으로 인식되면서 이들이 여기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군사훈련의 안보효과는 유지하되, 리스크를 낮춰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며 방어성·예측가능성·비례성·책임성(4P, Protective·Predictable·Proportional·Public accountability)에 기초한 원칙을 수립하고, 훈련의 가시성·빈도·내용 3가지를 우리가 먼저 일방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9.19 군사합의의 경우 남북이 함께 시행했던 긴장 완화 방안인데, 남북이 단절된 상황에서 이를 상호주의적으로 복원할 방법이 없다"며 "9.19 합의는 새롭게 복원이 아니라 재설계돼야 하고, 북한보다 우리가 선제적으로 뭔가 조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토론회에서 논의된 이 같은 방안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END 이니셔티브'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교류(Exchange), 관계 정상화(Normalization), 비핵화(Denuclearization)의 머리글자를 딴 'END'는 포괄적인 대화로 한반도에서 적대와 대결의 시대를 끝내자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특히 지난 수십년 동안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왔기 때문에, 남북간의 교류와 협력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이를 조정할 수 있다는 인식이 이번 토론회에서 중점적으로 다뤄진 셈이다.
다만 김 교수는 이 같은 방안과 END 이니셔티브의 직접적 연관성에 대한 질문에는 "END 이니셔티브에는 교류, 정상화, 비핵화는 있지만 위기 관리와 신뢰 회복이 빠져 있어 직접적으로 연결되긴 어렵다"면서도 "연합훈련 조정이 교류협력이라는 입구로 들어갈 수 있는 장치가 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연합훈련 문제가 핵·평화체제 협상의 첫 단추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보를 손상시키지 않고 어떤 형태로 조정·관리할지 정교한 설계가 핵심"이라며 "연합훈련이 가진 억제와 도발 명분화의 모순을 줄이려면 정밀하게 설계를 변경하고, 설명·책임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윤후덕 의원은 "한미연합훈련은 한미 양국간 신뢰와 우리 안보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해 왔지만, 단순히 군사적 차원에서만 바라본다면 한반도 평화공존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놓칠 수 있다"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 나아가 남북관계의 개선을 지향하는 방향에서 꾸준히 검토하고 발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