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류영주 기자정치인 가운데 '큰절' 한번으로 나락으로 간 경우가 있다.
2000년과 2004년 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허인회씨다.
허씨는 지난 1985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이자 연합투쟁조직인 '삼민투' 위원장이었다.
당시 운동권 세력은 신민당을 '보수 야당'으로 비판하며 선도적 투쟁을 강조했다.
그랫던 허씨가 2000년 청와대에서 열린 새천면민주당 원외지구당 위원장 초청 모임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넙죽 엎드려 큰절을 했다.
당시만 해도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맡는 '제왕적 총재' 시대였던데다 큰절의 상대가 수십년 민주화 투쟁을 벌여온 '인동초' DJ여서 현장 분위기는 '좀 오버하네' 정도였다.
그러나 큰절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자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동년배 386세대들의 비난이 거셌다.
정치 기득권에 아부히며 공천을 받으려는 모습이 비판적 투쟁에 헌신했던 386세대 정신에 부합하느냐는 질타였다.
허씨는 큰절 뒤 이어지는 총선에 계속 출마하지만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끝내는 금품수수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구속돼 정치권에서 사라졌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큰절 때문에 곤혹스런 정치인이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다.
제왕적 총재 시대도 아닌데 누구에게 큰절을 했나 했더니 한학자 통일교 총재라고 한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 통일교 제공정치인이 큰절을 하는 이유는 대개 뭔가를 얻기 위해서다.
공천이나 유권자의 표를 얻기 위해 선거를 앞두고 머리를 조아린다.
그런데 권 의원의 이번 큰절은 무엇을 얻기 위한 것일까?
'정치인으로서 예의를 갖추려 했을 뿐'이라는게 권 의원의 해명이지만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국민들이 몇이나 될까?
도대체 종교 집단 교주를 직접 찾아가 큰절까지 해서 얻으려 했던 것이 무엇인지, 만났다는 다른 종교 지도자들에게도 똑같이 큰절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
아울러 권 의원은 온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12.3 내란계엄에 대해 국민들에게 진심으로 무릎을 꿇은 적이 있는가 반문하고 싶다.
특검이 금품수수 혐의로 권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권 의원이 허씨처럼 구속돼 정치인생을 마감할지, 아니면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처럼 무죄판결을 받고 의정활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부적절한 공간에서 부적절한 대상에게 큰절을 정치인이라는 꼬리표는 권 의원을 두고두고 따라다닐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