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중 스마트폰 금지…"강력 제지 필요"vs "자율성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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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인터뷰]
"면학 분위기 위해 불가피" 환영속 "법으로 제재, 과하다" 반론도
일부 교사들 "또다른 민원 발생 우려"…"교권 확립도 병행해야"

남양주의 학원가 근처 거리 사진. 김지현 인턴기자남양주의 학원가 근처 거리 사진. 김지현 인턴기자
국회가 초·중·고등학생의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 사이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면학 분위기를 해치는 원인으로 강력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찬성 의견부터 학생들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반론까지 다양하다. 일부 교사들은 이를 두고 또다는 민원이 발생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바닥으로 떨어진 교권을 회복하기 의한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초·중·고등학생들의 수업 중 휴대전화와 스마트기기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개정안이 통과됐다. 다만 △장애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보조기기로 활용하는 경우 △교육 목적상 교사가 허용하는 경우 △긴급 상황 발생 시 등은 예외로 두어 학교와 교사에게 재량을 부여했다.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은 이번 개정안이 'SNS 안전지대 3법' 중 하나라고 소개하며 "학교라는 공간만큼은 알고리즘의 유혹에서 벗어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칙 정비와 보관·연락 체계 마련, 특수교육 학생을 위한 지침 등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법안은 내년 3월 1일부터 개정안이 발효되며 2026학년도 신학기부터 시행된다. 이에 따라 전국 학교 교실에서의 수업 중 스마트폰 사용이 전면적으로 제한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초·중·고등학생들의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 전면 금지'라는 법안을 경험 할 교육 현장 구성원의 반응은 어떨까. 지난 달 28일 오후 구리, 남양주 일대에서 학생, 학부모의 의견을 직접 듣고, 유선을 통해 교사들의 생각을 들어보았다. 인터뷰에 응한 사람은 모두 23명이다.
 

"스마트기기 자제력 없어"… 통제 불가로 면학 분위기 저해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 제한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은 '학생들의 자제력 부족으로 인한 중독 우려'와 '통제 불가로 인한 면학 분위기 저해'를 큰 이유로 꼽았다.

학교가 끝난 뒤 학원으로 향하던 고등학생 명수함(15) 씨는 "수업시간 중 몰래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는 건 일상이고,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나면 습관처럼 다들 스마트기기를 켠다"며 "차라리 법적으로 강제해 걷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태블릿이 모든 학생에게 있는 만큼 "굳이 학교에서 개인 스마트기기를 소지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옆을 지나던 중학생 김모 씨(14)도 "솔직히 초·중학생들이 자제력 없는 건 맞다"며 "스마트폰 달고 사는 학생으로서는 마음에 들진 않지만, 법으로 통제하는 게 학습에는 더 좋을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직 교사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고등학교에서 수학교사로 근무하는 이모 씨는 "스마트기기를 수업 중에 허용하면 개별 문제가 아니라 학급 전체로 분위기가 전염된다는 큰 문제가 있다"며 "요즘은 학급에 태블릿이나 크롬북이 다 제공돼 교사가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 스마트기기가 없어도 학습엔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학부모들 역시 이번 개정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배소현(37)씨는 "학교 뿐 아니라 이미 다른 곳에서도 스마트기기를 충분히 사용하고 있다"며 "수업 중 사용 금지를 강제해야 학생들이 더 집중하고 학습 능률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같은 초등학생 학부모 배한나(29)씨도 "집이랑 학교에서 다 스마트기기를 보고 있으니 애들이 사람 눈을 못 본다"며 "학교에서는 기기보다 사람과 생활하며 사회성을 배워야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학부모 역시 "학교에서 만큼은 스마트기기를 통제해 공부하는 공간으로서의 정의를 세우고, 동시에 교권도 바로 세워야 한다"고 전했다.

교칙만으로는 통제가 어려워 법 개정이 불가피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친구들과 함께 초등학교 앞을 지나가던 한 학생은 "수업 시작 전 스마트폰을 제출하는 게 교칙이지만, 공기계를 제출하고 수업 중 몰래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옆에서 이야기를 듣던 학생은 "선생님이 하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아 교실 분위기가 안 좋아진다"며 "법으로 강제하면 수업 분위기가 더 나아질 것 같다"고 했다.

29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한 오모 씨(50)는 학부모와 학생, 교사가 합의해 교칙을 만들었지만 통제 불안 요소가 많았던 교칙의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이번 법 개정은 교칙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차후 법적 분쟁과 논란을 해소하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 박모 씨(24)는 수업 중 무단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의 기기를 압수했다가 '왜 아이의 자유권을 침해하느냐'는 학부모 민원에 시달린 적이 있다고 토로하며 교사의 재량으로 제재하기 어려운 오늘 날의 학교에 법 개정안은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를 위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남양주의 한 초등학교 앞 사진. 김지현 인턴기자남양주의 한 초등학교 앞 사진. 김지현 인턴기자
초등학교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던 4명의 초등학생들도 "교칙이 있긴 해도 지금은 '하면 어때?'라는 분위기"라며 "법이 생기면 수업시간에 스마트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생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명확한 기준 없어"…'새로운 민원 생길까' 부담도

반면 학생에게 법 규제는 강압적이라는 의견과 '어디까지 제한할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 없는 이번 개정안이 실제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학교 3학년 학생인 윤모 씨(14)는 "학생이 느끼기에 법은 너무 강압적인 느낌"이라며 "잘못으로 인해 선생님께 혼나는 건 '교육'이지만 법으로 금지는 '공포로 통제'한다는 생각"이라며 학교에서의 법 적용은 과격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른 학생도 "교칙은 '스스로 지켜가는 느낌'이라면 법으로 금지는 '강제'하는 느낌이어서 거부감이 든다"며 "교내 학생들이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지켜가는 자율성이 사라지는 게 아닐까"라는 안타까움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법으로 인해 "학생들이 수업 도중에 그냥 자거나, 학교를 안 나오는 등의 부작용이 있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고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학교에 있는 학생에게 법적으로 하는 건 너무 과하다"며 "수업 시간에 휴대폰 하는 애들이 법으로 금지한다고 안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교칙으로 해결하고, 학생들에게 자율성과 책임을 주는 것이 '학교'라는 공간에 맞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의정부에서 근무하는 고등학교 교사 이모 씨도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별도로 관리할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법제화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자율적 기기 사용을 허용한 학교보다 별도 관리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수업 집중도가 훨씬 높았다"며 관리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다만 "법으로 만들기보다 학교 단위에서 교사-학생-학부모 간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교칙 등을 만들어 실천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남양주의 한 동네 학원가 사진. 김지현 인턴기자남양주의 한 동네 학원가 사진. 김지현 인턴기자
스마트기기 제한이 학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던 요소들까지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남양주 학원가에서 만난 황지은(16) 양은 "필기가 느린 학생은 판서 사진을 찍고, 외국인 친구는 모르는 단어를 번역기로 해석하며 공부를 이어간다"며 "법으로 강제하는 순간 이런 학습적 이점들이 모두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교사 한모 씨도 "학생들의 자율권을 빼앗고, 스스로 스마트기기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를 차단하는 것은 문제"라며 "법적 강제보다는 자율적 학습 관리 능력을 키우는 방향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 시행을 앞두고, 법 개정안에 대한 형평성과 실효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 이모 씨는 "제한 범위가 다시 학교와 교사에게 떠넘겨졌다"며 현장에서 반발을 떠안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마다 상황이 다르고 교사마다 추구하는 교육적 가치가 달라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며 "반발 해결을 위해 법을 구체화하면 학생 인권 논쟁이 생길 수 있어, 누굴 위한 법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초등교사 역시 '새로운 민원의 시작'이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법이 시행되면 지금까지는 '왜 우리 애 휴대폰을 뺏느냐'는 민원이 들어왔지만, 앞으로는 '저 교사는 되는데 왜 너는 안 되게 하느냐'는 민원이 제기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똑같은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중학교 과학 교사 오모 씨는 법 개정을 통해 교사가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을 제지하는데 소모하는 힘을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결국은 이렇게 개정해도 이를 지키지 않는 학생들에 대한 조치를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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