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로부터 해임 통보 받은 리사 쿡 연준이사. 연합뉴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지만, 인하 폭과 이후의 통화정책 경로는 여전히 불확실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그 배경으로는 리사 쿡 연준 이사가 '주택담보대출 사기 의혹'을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해임된 조치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한 점이 꼽힌다.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이 지난달 29일 첫 심리를 열었지만, 쿡 이사가 오는 16~17일 열릴 FOMC 회의에 실제로 참여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FOMC는 대통령이 임명한 연준 이사 7명과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가운데 5명이 참여해 총 12명으로 구성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만료 6개월을 앞두고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후임으로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을 지명했으며, 그의 상원 인준 청문회가 오는 4일 열릴 예정이다. 인준 절차가 신속히 마무리되면 마이런 지명자는 이번 회의부터 참여할 수 있다.
 
쿡 이사의 경우 법원이 해임을 정당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이달 회의 전까지 후임 인준 절차가 완료될 가능성은 낮다. 따라서 쿡 이사를 제외하면 이번 회의에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명한 3명과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3명 등 총 6명의 연준 이사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WSJ는 미셸 보먼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그리고 마이런 지명자가 인하에 무게를 둘 것으로 전망했다. 보먼과 월러는 지난 7월 회의에서도 금리 인하에 찬성한 바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연합뉴스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22일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정책이 제약적 수준에 있는 상황에서 경제 전망과 위험 요인의 균형을 감안할 때, 통화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해 9월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확률을 87.4%로 반영하고 있으며, 동결 가능성은 12.6%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 이후 연준 내부에서 표결 이견이 더 자주 드러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도이체방크의 매튜 루체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FOMC에서 다수 의견에 반대하는 표가 정기적으로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WSJ는 이 같은 공개적 이견이 향후 몇 달간 금리 경로를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혼란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파월 의장 취임 이후 총 661차례의 정책 표결 가운데 반대표는 18차례에 불과했다.
 
에버코어 ISJ의 크리슈나 구하 부회장은 "파월 의장은 다가올 회의에서 정치적 압박과 논란이 연준을 흔들지 않도록 최대한 차단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내년 5월 임기 만료를 앞둔 파월 의장의 후임 후보군이 공개적으로 금리 인하 필요성을 주장하는 상황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혔다.
 
연준은 오는 4일 발표될 8월 고용지표를 근거로 노동시장 상황을 최종 점검한 뒤 이번달 회의에서 금리 인하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 위험이 금리 조정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