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 종합대응특위 총괄위원장 전현희 최고위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법원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더불어민주당에선 내란 사건을 전담할 특별재판부 설치 추진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하지만 위헌 시비는 물론, 사법부 독립 침해 등 우려에 지도부에선 "논의한 바 없다"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더 센 특검법'과 '검찰 개혁'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사법부를 무력화하는 법안까지 밀어붙일 경우 받게 될 '입법 독재'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현희 "사법부의 내란세력 봐주기…특별재판부 설치 검토"
민주당 3대(내란·김건희·채해병) 특검 종합대응 특별위원회 전현희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수사를 방해해서 부활을 획책하는 내란세력과 사법부의 내란세력 봐주기 음모를 혁파하기 위한 내란특별법 제정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별재판부 설치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특별영장전담법관을 신설해 내란 사건의 영장 발부를 전담하게 하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에 특별재판부를 설치해 내란 관련 사건의 1~2심을 맡도록 하자는 방안이다.
이들의 구성은 국회·법원·대한변협 등의 추천으로 꾸려진 9인 위원이 추천위원회를 통해 임명한다. 사법절차 특례를 통해 재판부가 법원 내부의 간섭이나 정치권 등 외부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해 독립성을 지키고, 재판의 신뢰성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탄핵 정국 당시 지귀연 판사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면서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됐다가, 시의성 등에 밀려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다 최근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다시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지도부와 의논한 건 아냐" 일축…'입법 독재' 역풍 의식했나
연합뉴스특별재판부 설치는 전례가 없지는 않다. 과거 1948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 활동 당시 반민족행위처벌법 제정을 통해 별도의 재판부가 꾸려진 바가 있다.
지난 2018년 이른바 '사법농단 사태'가 터졌을 때도 이를 전담할 특별재판부 설치가 논의되기도 했다. 당시 수사 대상이 대부분 법관인데,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을 계속해서 기각하자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시 법원행정처는 "특별재판부 도입은 사법권 독립을 침해하는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제출했다.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엔 이미 일부 사건은 기소돼 재판이 시작됐는데, 이제 와서 법을 소급 적용해 재판부를 교체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를 의식한 듯 전 위원장은 본인이 최고위원임에도 해당 사안에 대해서는 지도부 차원의 논의가 이뤄진 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내란특별법은 지도부의 본격적인 논의는 없었다"며 "다음 법사위에서 처리하기 전 지도부에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다음 주 초쯤엔 그런(논의) 절차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민주당 법사위 의원들이 주말 워크숍에서 특별재판부 설치를 결의한 것을 두고 "당 지도부에서 논의한 자체가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野 "사법부 무력화…기막힐 노릇" 맹비난
당 차원에서 검찰 해체 등 개혁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법부를 무력화 하는 법안까지 밀어붙일 경우 역풍이 불 수도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이 추천한 인사들로 꾸려진 특검이 가동되는 상황에서 재판부까지 입맛대로 꾸리게 된다면 '입법 독재' 프레임에 갇힐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같은 우려에 특별재판부 설치를 띄우면서도 자체적으로 톤 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우선 특위 차원에서 논의를 띄우고, 여론의 향배를 살펴본 뒤 지도부 차원의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3대특검종합대응특위 소속 한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특별재판부 관련 기자회견이 지도부나 대통령실과 사전 교감 하에 기자회견이 진행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위원장실에서 별도로 준비해서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당 내부적으론 이견이 없고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면 대통령실 등에서 충분히 속도조절 등 우려를 제기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야당에선 즉각 반발이 나왔다. 장동혁 대표는 "믿고 싶지 않을 정도로, 듣지 않은 것으로 하고 싶을 정도로 충격적"이라고 맹비난했고, 송언석 원내대표도 "사법부 재판을 무력화시키는 특별재판부를 하겠다니 기막힌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는 시점에 맞춰 야당과 사법부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이를 꺼내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