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 집중호우 속 생명 지킨 '숨은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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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곡교지하차도에 진입하다 급격히 불어난 물에 잠겨버린 승용차와 보닛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차주의 모습. 아산시 제공지난달 17일 곡교지하차도에 진입하다 급격히 불어난 물에 잠겨버린 승용차와 보닛에 올라가 구조를 기다리는 차주의 모습. 아산시 제공
충남 아산에서 지난달 중순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도심 곳곳에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당시 시민과 공직자들의 구조활동이 뒤늦게 알려져 시선을 모은다.

6일 아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곡교천 인근 염치읍 일대는 집중호우로 음봉천 제방이 유실되면서 석정리까지 주택 116동과 농경지 169ha, 17개 축사가 물에 잠겼다.

이날 오전 8시가 채 안 된 시간. 전날 밤부터 쏟아진 폭우로 침수 피해가 걱정된 심용근 염치읍장은 최욱진 산업팀장과 박현우 주무관과 함께 현장 점검을 나섰다.
 
이들은 곡교지하차도에서 교통 통제가 이뤄지기 전, 지하도로 진입한 승용차 한 대가 차오르는 물속에 갇힌 상황을 목격했다. 차량은 이미 절반 이상 물에 잠겨 있었고, 운전자는 가까스로 창문으로 빠져나와 차량 위에 올라 구조를 요청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던 것.
 
구조 기구를 찾던 이들은 마침 인근 편의점 업주가 전선을 제공, 이를 구조 로프로 활용해 차량 운전자를 무사히 끌어낼 수 있었다.
 
심 읍장은 "공직 생활 중 처음 겪는 상황이라 정신이 없었는데, 동료들과 주민이 힘을 모아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었다"며 "다시 겪고 싶지 않지만, 보람 있는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집중호우 속에서 강아지를 구하다 물속에 갇힌 유튜버를 구한 홍성표씨. 아산시 제공집중호우 속에서 강아지를 구하다 물속에 갇힌 유튜버를 구한 홍성표씨. 아산시 제공
같은 날 오전 11시쯤. 염치교차로 일대 현장을 살피던 심 읍장과 새마을지도자 홍성표 씨는 또다시 위급한 장면을 목격했다. 불어난 물 속에서 강아지를 끌어안은 채 갇혀 있는 유튜버 조모씨를 발견한 것.
 
당시 조 씨는 컨테이너 건물 옆에 묶여 불어난 흙탕물 위로 고개만 내밀고 있는 백구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러나 물 밖을 나오려는 찰라 이미 물이 목까지 차올랐고, 조 씨와 강아지는 컨테이너에 의지해 겨우 버티고 있는 상태였다.
 
홍 씨는 현장에 걸려있던 현수막을 해체해 구조 로프를 만들어 던졌고, 위기의 순간도 있었지만 조 씨와 강아지를 모두 무사히 구조했다.
 
홍 씨는 "구조 중 컨테이너가 떠내려가 아찔했다. 조금만 늦었어도 사람과 강아지 모두 큰일 났을 것"이라며 "평소에도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해왔지만, 그때의 긴박함은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떠올렸다.
 
오후 3시 무렵에는 곡교1리에서 육계 유통업을 운영하는 윤기호 대표가 물에 빠진 80대 김모 씨를 구조했다. 이날 공장 신축현장을 둘러보기 위해 마을을 지나던 윤 대표는, 물이 찬 구간을 건너다 갑자기 중심을 잃고 빠진 김 씨를 목격했다.
 
당시 마을은 물이 다소 빠지긴 했어도 아직 곳곳엔 고인 물이 남아 있던 상태였는데 김 씨는 중간에 급격히 깊어지는 구간에서 움직이지 못한 채 허우적대고 있었다.
 
윤 대표는 주저 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어 발이 닿는 구간까지 다가간 후, 힘껏 김 씨를 밀어내 구출에 성공했다.  
오세현 시장은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이 물에 잠기는 재난 속에서도, 누군가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손을 내밀었기에 이번 집중호우 속 '인명피해 0명'을 지킬 수 있었다"며 "이는 우연이 아니라 사람을 먼저 생각한 행동이 모여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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