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기 특별검사(왼쪽), 윤석열 전 대통령. 박종민 기자·사진공동취재단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고 버티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30일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늘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통보를 재차 했으나 어제에 이어 오늘도 아무런 사유를 밝히지 않은 채 특검에 출석하지 않았다"며 "이에 특검은 오늘 오후 2시 12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연일 소환에 응하지 않자 특검이 강제 수사에 나선 것이다. 전날 오전에도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사태를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에 구속된 후 내란 특검 조사는 물론, 내란 혐의 형사재판에도 출석을 거부하고 있다.
특검은 체포영장이 발부될 경우 특검보와 검사를 구치소에 보내 교도관들과 함께 영장을 집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방침이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까지 변호인 선임계조차 내지 않았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2022년 3월 대선 당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받은 대가로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했는 지 여부를 들여다 보고 있다. 지난 25일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영장에 윤 전 대통령을 피의자로 적시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 오정희 특검보. 연합뉴스특검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명태균씨를 다음날인 31일 소환해 내달 1일까지 연이틀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명씨는 당초 지난 28일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개인 사정으로 불발됐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에 대한 압수수색도 재차 진행 중이다. 특검은 이날 오후 1시쯤부터 이 대표의 여의도 국회의원 사무실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문서 자료와 PC 내 파일 등을 확보했다. 지난 28일에도 특검은 이 대표의 사무실과 노원구 상계동·경기 화성 동탄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대선 여론조사 등을 제공받은 대가로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공천받도록 관여한 것으로 의심한다. 이 대표는 당시 국민의힘 당대표였다.
특검은 이른바 '코인왕'으로 불리는 가상화폐 사기범 박모(44)씨를 전날 소환했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지인으로부터 차량 이용 대금 수천만원을 대납받은 정황을 잡았다고 한다. 이 비용을 댄 것이 박씨 측이라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류영주 기자명태균씨는 김건희씨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직접 전화를 걸어와 "김 전 검사가 조국 수사 때 고생을 많이 했다. (창원) 의창구 국회의원이 되게 도와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이후 공천에서 떨어진 뒤 국가정보원 법률 특보로 발탁됐다. 이런 배경에서 김 전 부장검사는 윤 전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을 밝힐 핵심 관련자로 꼽힌다.
한편, 특검은 이날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관련 김건희 여사의 계좌 관리인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도 조사 중이다. 이 전 대표는 2023년 5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의혹'의 발단이 됐던 해병대 예비역 단체 대화방에서 "내일 삼부 체크하고"라는 메시지를 남긴 바 있다. 이날 특검은 구속 상태인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과 이응근 전 대표를 소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