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미국이 전 세계에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통상질서의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충격이 불가피한 가운데 역사적 고점에 임박한 코스피가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전 세계 교역량이 증가했지만 우리나라 수출은 역성장했다.
유진투자증권 허재환 연구원이 집계한 우리나라 올해 상반기 수출 증가율은 전년 대비 –0.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대만 27.5%, 베트남 16.3%, 일본 7%, 중국 5.8% 등으로 아시아 국가의 수출은 대폭 늘었다. 또 미국(5.7%)과 영국(12.5%), 독일(0.2%) 등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이 가장 먼저 관세로 공격한 멕시코(4.9%)와 캐나다(0.4%)도 수출이 증가했다.
허 연구원은 "연초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우려가 컸지만, 취임 이후 전 세계 교역량은 오히려 증가했다"면서 "관세 이전 물량을 확보하려는 선수요 덕분"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코스피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해방의 날'이라며 국가별 관세 부과 방침을 공개한 직후 연저점(2284.72)을 찍고 40% 넘게 상승하며 역사적 고점(3316.08)을 눈앞에 뒀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을 전후로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 기대감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미 관세 협상이 진행 중인 가운데 우리나라도 최소 15%의 관세 적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EU(유럽연합) 모두 15%의 관세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하반기 관세 부과가 '상수'인 상황에서 코스피가 랠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먼저 관세는 미국의 물가 상승을 자극하고,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도 어두워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보스턴 연방은행은 미국이 중국에만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다른 국가에 10%의 관세를 적용할 경우 물가가 2.2%p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전 세계에 평균 15%의 관세를 부과하면 물가가 1.3%p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미래에셋증권 민지희 연구원은 "인플레가 전월 대비 0.3%로 높아질 경우 인플레 경계심도 심화할 전망"이라며 "관세의 영향이 불확실한 국면에서 연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은 강달러 현상을 자극해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 코스피 상승의 부담 요소가 된다.
연합뉴스iM증권 이웅찬 연구원은 "관세 때문에 물가가 높아지면 금리인하는 지연되고 주식시장에는 조정 요인이 된다"면서 "이제부터 관세 뉴스보다 결정된 관세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시간이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기술적 분석으로도 코스피가 강세장에서 1차 상승 후 2차 상승 전 조정 기간을 거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2007년과 2011년, 2018년, 2021년 당시 강세장에서 나타난 코스피 조정은 1차 상승 고점 대비 평균 –7%다.
코스피가 역사적 고점을 돌파해 랠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상장사의 실적 확대와 원화 강세(원달러 환율 하락)라는 조건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상장사의 올해 영업이익은 288조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보이지만, 관세 영향에 따른 수출 둔화로 실적 악화 우려가 여전하다. 원화 강세 가능성도 관세가 변수로 남는다.
결국 이 대통령이 추진하는 자본시장 정상화 정책이 코스피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할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하나증권 이 연구원은 "국내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의무화 실행 기대가 있다"면서 "자사주 매입 금액 대비 소각 비율은 2022년 36%에서 지난해 68% 상승했고, 올해 2분기까지는 매입(10조원)보다 소각(13조원) 금액이 많았다. 다만 국내 증시 배당성향은 23%로 글로벌 대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