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북한의 김여정 당 부부장이 이재명 정부와의 대화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미국을 향해서는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한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29일 북한의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김여정 부부장의 대미담화는 담화를 낼만한 뚜렷한 계기가 없는데도 발표가 된 것으로 비쳐졌다.
김 부부장은 지난 25일 국내 언론에 인용된 익명의 미 백악관 당국자의 발언, 즉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에 문을 열어두고 있다'는 발언을 거론하며 담화를 시작했는데, 특정 사건이나 성명 계기의 담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는 현 시점에서 북한이 미국에 하고 싶은 얘기, 확실히 해 둬야할 얘기가 있었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 담화가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는 실리지 않고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게재된 것도 같은 이유로 분석됐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첫째 미국과 비핵화 협상은 불가하다는 것, 둘째 "새로운 사고를 바탕으로 다른 접촉 출로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북한이 핵보유국 위상 인정, 러시아와의 밀착 등 지정학적 환경 변화를 전제로 기존과는 다른 형식과 목적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제기한 대목이다. 이는 '핵을 보유한 두 국가의 대결적 방향'을 막는 핵군축 협상이나 군사적 충돌 위험 관리 등 다른 목적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 부부장은 특히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가 나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백악관 앞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이런 담화에 대해 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하지 않았으며, 이를 위해 김 위원장과 소통하는데 여전히 열려있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비핵화냐, 아니냐'를 놓고 북미간의 기 싸움이 느껴지고, 또 북한으로서는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대화 재개의 전제 조건을 분명히 함으로써 대화의 문턱이 높아진 측면도 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이 '출로 모색의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이에 대한 공감과 절충이 이뤄진다면 대화 재개의 문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동북아 안정을 위해 북미회담 재개를 적극 지지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평화 분위기 안에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북미회담 재개를 촉진하는 여건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NSC 실무조정회의를 열고 8월 한미연합훈련을 축소, 연기, 유예 등 조정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