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사옥. 한수원 제공한국수력원자력이 저선량 방사선을 이용한 알츠하이머병 치료 가능성을 발견했다.
한수원은 산하 연구기관인 방사선보건원이 강동경희대병원, 충북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 보라매병원과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36명을 대상으로 저선량 방사선 치료를 한 결과 최대 12개월까지 부작용 없이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이 완화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저선량 방사선은 자연 방사선 수준으로 낮은 선량의 방사선이다. 보통 1회 방사선량이 100밀리그레이(m㏉) 이하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암 치료 선형가속기를 사용해 기존의 암 치료 선량인 2그레이(㏉)보다 낮은 선량인 0.04~0.05㏉를 매주 2번씩 환자들에게 쬐어 주며 3주간 방사선 치료를 했다. 이어 12개월간 대상자의 인지 기능, 영상·혈액 검사 결과를 추적 관찰했다.
대조군으로는 기존에 치매 약물을 복용하면서 저선량 방사선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들을 선택했다.
이 결과 대조군은 인지 기능이 계속 떨어진 반면 저선량 방사선 치료군은 최대 12개월간 부작용 없이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방사선 치료 연구나 알츠하이머 치료 임상 연구는 한국, 미국, 캐나다에서 대조군 없이 환자 5명가량을 대상으로 했거나,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 연구에 그쳤다.
이번 연구는 방사선을 암 치료가 아닌 난치성 퇴행성 질환에 적용한 세계 최초의 연구이자, 알츠하이머와 관련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임상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를 국제 학술지에 발표하고 추가 연구를 통해 장기간 부작용 유무와 치료 효과 등을 더욱 다각적으로 검증할 예정이다.
알츠하이머병은 치매 종류 중 50~70%를 차지하며,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와 타우 단백질이 쌓이고, 인지기능 이상을 동반해 점차 일상 기능이 상실되는 질병이다. 약물을 복용해도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많은 다국적 제약회사가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
그동안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은 저선량방사선에 대한 인체영향 연구를 통해 '저선량방사선은 고선량방사선과는 다른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결과에 대한 다수의 특허와 논문을 보유하고 있다. 또 실제 초파리 전임상 모델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치료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
이봉수 한수원 방사선보건원장은 "저선량방사선의 생물학적 효과를 의료 분야에 접목해 국민 삶의 질 향상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앞으로도 과학 기반의 공익적인 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