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자동차 공장. 연합뉴스국내 주요 기업들이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 된 올해 2분기에 실적 악화에 직면하면서 생산·판매 전략을 가다듬고 각종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는 등 비상 대응에 나서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 2분기 美관세 타격액 1.6조…생산 전략 가다듬고 비용 절감
27일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관련 컨퍼런스콜(전화회의) 주요 내용 등을 종합하면,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 3조 601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8% 감소한 현대자동차는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함께 재료비와 가공비 절감 등을 통한 성장 경로 모색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의 수입차 품목 관세 효과가 2분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된 결과 영업이익 감소분이 8282억 원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4월부터 수입차에 대해 25% 품목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5월부터는 수입차 부품에 대해서도 25% 관세를 매겼다.
현대차 관계자는 "재료비와 가공비 절감은 물론, 부품 소싱 변경을 추진해 생산 효율화를 통한 대응을 지속하겠다"며 "핵심 사업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경상, 투자 예산의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지속적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향후 대응 방안을 설명했다.
차량 가격 인상 여부도 주목받고 있지만, 섣불리 움직이기보다 일단 시장 상황을 신중하게 주시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다만 "관련 전략은 시나리오별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혀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닫진 않았다.
마찬가지로 2분기 영업이익 2조 764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4.1% 감소한 기아는 '관세 타격액'이 7860억 원이라고 밝혔다. 현대차까지 합치면 2분기 현대차그룹의 관세 타격액은 총 1조 6142억 원이다.
기아는 미국 공급 물량은 최대한 현지 생산으로 커버하고, 미국으로 수출하려 했던 국내 생산 물량은 다른 시장으로 돌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럽에서는 3분기 출시 예정인 전기차 EV4를 비롯해 EV3, EV5, PV5 등 전기차 중심의 판매 확대 전략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영업이익 '반토막' LG전자·삼성전자…美 관세 염두에 둔 공급망 재편
LG전자 본사 트윈타워. 연합뉴스미국 관세와 수요 부진 등 영향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0% 가까이 줄어든 LG전자도 생산지 다변화 등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LG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6394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6.6% 감소했으며, 매출도 20조 7352억 원으로 4.4% 줄었다. 미디어엔터테인먼트(MS사업본부) 사업은 TV 판매 감소와 이에 대응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 증가 영향으로 적자 전환됐다. 생활가전(HS사업본부)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관세 영향 등으로 하반기 전망이 좋지 않다.
이와 관련해 LG전자 관계자는 "세탁기는 9월부터 멕시코에 생산지를 추가 운영해 관세에 대응한 유연성을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만약) 다음달 1일 상호관세가 발효되면 미국과 멕시코 생산지에서 공급을 확대해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론을 내놨는데, 가능성을 닫진 않았다.
연합뉴스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 넘게 줄어든 삼성전자도 관세 영향으로 가전과 TV를 포함한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이 부진한 실적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은 철강 비중이 커 미국의 철강 품목 관세(50%)가 직격탄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미국 생산 가전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산 철강의 사용 확대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도 내년 가동을 목표로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