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이훈기 국회의원이 인천 남동구의 한 전통시장을 찾아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창주 기자올 들어 가장 무더운 25일 낮 5시쯤, 인천 최대 규모인 모래내시장과 구월시장은 저녁장을 보러 나온 손님들로 북새통이었다. 가게들 입구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가능' 안내 표지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훈기(더불어민주당·인천 남동구을) 의원이 매주 민생 현장을 점검하는 이른바 '금요일 동네 한 바퀴'를 위해 이곳을 찾았다. 이날로 70번째를 맞았다. '민심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는 초선 의원으로서의 의지다.
이날 현장의 핵심은 이재명 대통령의 1번 민생경제정책이 얼마나 힘을 내고 있느냐다.
이재명표 '민생정책' 살피기…상인들 "이제 좀 숨통 틔어"
이 의원이 방문한 한 정육점에 민생회복지원금 소비쿠폰 사용가능 표지가 붙어 있다. 박창주 기자이 의원은 크고 작은 전통시장 상인들을 만나 안부를 물으며 "장사 잘 되나", "소비쿠폰 결제가 많은가", "개선할 점은 없나" 등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 데 주력했다.
대부분 상인들은 '소비쿠폰이라도 있어 숨통이 좀 틔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모래내시장 수산물 상인 박성민(50대)씨는 "소비쿠폰 쓰는 사람들이 매일 몰리고 있다"며 "평소 잘 안 팔리던 문어나 전복 등 비싼 상품들이 평소보다 잘 팔리고 있다. 오늘도 거의 다 나가 남은 게 별로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족발집을 하는 또 다른 한 상인도 "하루 20~30건 정도는 (소비쿠폰 결제가) 들어온다"며 "날이 너무 덥고 휴가철이라 힘든 시즌이긴 한데, 제한적이더라도 확실히 민생지원금 효과는 보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 의원이 부인 김미경 여사와 함께 장을 보고 있다. 박창주 기자현장에는 부인 김미경 여사도 동행해 장을 보기도 했다. 둘은 '인천 토박이 커플'이다. 특히 김 여사는 이 지역에서 초, 중, 고등학교를 나와 시장 상인들이나 손님들 중 알은체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장사 좀 더 잘 되게 힘써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소비쿠폰에 머무르지 말고 골목상권에 맞춰 더 적극적인 민생 지원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러 나왔다.
민생 탐방은 또 다른 시장과 도심 상가 등지에서도 계속됐다. 이 의원 부부는 상인들의 경영난 등 애로사항을 듣고, 또 지역상권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을 약속하며 끊임없이 동네를 돌았다.
"눈높이와 스킨십으로"…이훈기표 '민생 정치철학'
수산물 가게에서 소비쿠폰 이용 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는 이 의원 부부. 박창주 기자이 의원은 연신 쭈구려 앉거나 허리를 숙여가며 상대방과 눈을 맞췄다. 또 땀과 기름에 젖어 악수를 뿌리치던 상인들 손을 끌어 잡기도 했다. 그게 자신의 정치철학이라고 했다.
이훈기 의원은 "일명 불금(불타는 금요일)이면 서울에서 중요한 인사들과의 저녁 자리가 추진되기도 하지만, 초선으로서 누구보다도 지역민을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국회의원이 특권을 가진 위치가 아닌,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추고 스킨십하는 다정다감한 존재라는 걸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주 올 때마다 천 명 정도를 만나고 있다"며 "임기 내 20만 명과의 만남을 목표로 날것 같이 신선한 민원들과의 소통을 위해 더울 땐 더운 곳에, 추울 땐 추운 곳으로 달려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날 민심과의 만남이 끝날무렵, 가게 벽에 걸린 시계는 밤 12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작은 목소리서 영감 얻어 '사업 실현', 정책 AS까지
이 의원이 시민들 의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조성한 만수1녹지 맨발산책로에서 인근 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박창주 기자전통시장 탐방에 앞서 이 의원은 기존 동네 한 바퀴 프로그램의 성과물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그가 발을 디딘 곳은 만수2동 1녹지에 있는 황토길이다. 대단지 아파트들과 대로변 사이에 조성된 녹지공원으로, 비교적 어르신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이다.
'맨발 산책로가 있으면 좋겠다'는 시민들 바람을 듣고는 남동구청 등과의 협력으로 예산(1500만 원)을 마련, 지난해 9월 1.5m 폭에 80m 길이의 황토길을 깔았다.
주민들은 거목이 우거진 숲에서 흙을 밟을 수 있는 '웰빙 쉼터'라고 만족해 했다. 다만 맨발 산책을 한 뒤 발을 씻을 시설이 없다는 게 민원으로 남은 상황.
이날 황토길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시원한 공원에서 자연을 밟으니 건강해지는 것 같아 좋은데, 발을 씻는 수돗가가 있으면 더 좋겠다"고 바랐다.
함께 맨발로 산책하던 이 의원은 "세족장 설치를 위한 공사가 곧 시작된다"며 "황토길 길이도 공원 입구 쪽까지 대폭 확장하는 2단계 공사다"라고 즉답했다. 2차 공사는 조만간 시작해 이르면 오는 10월 완공 예정이다.
또한 이 의원은 주민들 의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산책로에 떨어진 이물질 처리 등 전담 관리 인력을 노인일자리로 만드는 '상생' 정책도 마련했다.
'전국 한 바퀴'처럼 파급력 강해진 동네 한 바퀴
지난달 5일 이훈기 의원이 SKT 해킹 사태와 관련해 '번호이동 위약금 면제' 이행을 촉구하러 SK서린빌딩을 방문한 모습. 이 의원 측 제공이훈기표 민생 탐방은 전국적인 사안에 대한 고민과 의정활동에도 열쇠가 됐다.
지난 4월 중순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SKT 해킹 사태다. 유심칩 정보가 대거 유출됐다는 소식에 뿔난 가입자들의 시선은 정치권으로 옮겨갔다. 가장 확실한 정보보호 방법은 가입 해지였지만, 위약금 문제를 풀어줄 '해결사'가 필요했던 것.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인 이 의원이 해당 사안에 총대를 멨던 이유다.
지역민들 민원에 귀를 열었던 게 결정적 계기였다. 그는 동네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한탄을 놓치지 않았다. "위약금 부담이 너무 크다", "책임은 전적으로 기업에 있다", "서민들 경제 부담을 덜어달라"는 등의 쓴소리가 귓전을 떠나지 않았다.
이훈기 의원 측 제공이 같은 민심의 채찍질이 이 의원을 SKT와의 전쟁에서 선봉에 세웠다. 국회 과방위 청문회에서 유영상 SKT 대표를 상대로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할 것이냐"고 몰아붙였고, 유 대표는 물론 소관 정부부처까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SK 본사에 항의방문 등을 이어가며 압박한 끝에, 지난 4일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조사 결과 '위약금 면제 적용'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현장에서 마주한 작은 민원들이 전국 현안의 해법과 동력을 마련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