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주재로 열린 통상대책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앵커]
한미 통상협상을 놓고 대통령실과 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댔습니다. 빠르게 협상을 매듭지은 일본과 달리 좀처럼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것일 텐데요.
정치부 이준규 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이 기자.
[기자]
네, 대통령실에 나와있습니다.
[앵커]
우선 오늘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의 소식부터 전해주시죠. 관계 당국자가 사실상 총동원됐다. 이렇게 보면 되는 걸까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통령실에서는 잠시 전 통상대책회의가 열렸는데요.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정부에서는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등이 참석했습니다. 사실상 관세협상과 관련해 국내에 남아 있는 관료들 중 최고위직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인 셈입니다. 회의 후 브리핑에 나선 김용범 실장과 위성락 실장은 마감시한인 8월 1일 전에 상호 호혜적인 타결 방안을 도출하려는 한국과 미국 양국의 의지를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일본과 달리 난항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는 일축하면서 방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미국 측 주요 관계자들과 만나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세부적으로는 농산물이 협상 테이블에 올랐다고 밝혔는데요, 일본이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냈는지를 분석하면서 이를 참고해 협상에 임하겠다고도 말했습니다. 이른바 '패키지 딜'에 포함된 내용 중에서는 안보 분야가 다른 분야보다 조금 더 안정적이라며, 타 분야에도 선순환적 효과를 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협상 상황도 좀 살펴보도록 하죠. 미국을 방문 중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을 만났군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상무부 회의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과 면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기자]
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김정관 장관, 그리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방미 중인 상황입니다. 미국 상무부는 우리나라 산업부와 유사한 성격이기에 카운터파트너를 만난 셈인데요. 러트닉 장관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관세 협상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인사로, 우리보다 앞서 협상을 마친 일본 측이 집중적으로 공략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김 장관이 러트닉 장관을 만나서 강조한 것은 관세 완화, 즉 인하의 필요성이었습니다. 조선·반도체·배터리 등 이른바 전략산업으로 불리는 제조업 분야에서 한미 간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방안을 제안하면서, 이런 부분을 추진하겠으니 자동차와 같은 일부 품목별 관세는 물론 상호관세도 전체적으로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입니다. 김 장관은 "우리 기업들이 경쟁국 대비 불리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금번 논의결과를 바탕으로 8월 1일 전까지 국익 극대화 관점에서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도록 모든 역량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은 관세협상 마감 시한인 8월 1일 전에 상호 호혜적인 타결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추가 협상에 나설 예정입니다.
[앵커]
김정관 장관, 에너지 분야와 관련해서도 미국과 논의에 나섰죠?
[기자]
네.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 즉 산업과 통상과 에너지가 하나의 부처에 있지만, 미국은 에너지부가 별도로 존재하는데요. 김 장관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과도 면담을 가졌습니다. 현재 협상의 카드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 강화입니다. 일본처럼 대규모 투자 방안도 모색하고 있지만, 원전이나 알래스카 LNG 수입 확대 등 에너지 분야 협력 강화 또한 미국이 원하고 있는 것 중 하나여서 이들 분야에 대한 협력 합의가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 장관은 라이트 장관에게 오는 8월 말 부산에서 열리는 '에너지 슈퍼 위크'에 참석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오늘 오후부터 크게 관심을 모았던 소식이죠. 조현 외교부 장관, 이달 말에 미국에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외교장관 간 회담을 갖는다면서요?
조현 외교부 장관. 연합뉴스[기자]
네. 한미관계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조현 장관은 미국을 방문해 관세협상 마감시한 하루 전인 현지시간으로 오는 31일 루비오 장관과 만날 예정입니다. 외교장관은 관행상 취임을 하게 되면 주요국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하게 되는데요. 루비오 장관과는 조만간 만날 예정이었기 때문이 아직 통화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얼굴부터 마주하게 됐습니다. 이번 회담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한미 관세협상 국면에서 미국을 2차례나 찾았던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루비오 장관과 만나지 못한 채 유선 협의만 하고 돌아왔고, 또 워싱턴 D.C.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미 '2+2 통상협의'가 베선트 재무장관의 사정으로 인해 돌연 연기된 상황에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감시한 하루 전에 열리는 회담인 만큼, 세부적인 협상이 어느 정도 마무리될 경우에는 양 외교장관 간 회담이 협상을 마무리하는 자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협상 마감시한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인데,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습니까?
[기자]
앞서 이번 협상의 핵심 인물로 러트닉 상무장관과 베선트 재무장관,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를 꼽아 드렸는데요. 이 중 아직까지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인사가 '2+2 협의'에 참여하기로 했다가 일정을 사유로 무산시킨 베선트 장관입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오는 28일부터 29일까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허리펑 중국 부총리와의 3차 고위급 무역 협상에 참석할 예정인데요. 주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베선트 장관과 협의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오는 30일과 31일, 단 이틀뿐이어서 협상에 속도를 붙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베선트 장관의 미국 귀국 전에 우리 측 인사들이 스톡홀름 현지를 찾거나, 주말에도 일정을 조율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오는 30일과 31일에 일정이 합의가 된다면, 이번 협상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정치부 이준규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