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정부가 네이버와 LG 출신의 AI 전문가들을 핵심 부처 수장으로 대거 발탁했다. 기업 현실을 아는 '실용 인사'를 통해 정부-민간의 가교 역할과 AI 산업의 실질적 진흥을 동시에 노리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른바 '기술을 아는' 인물들이 정부 요직에 포진하면서, IT 업계 내에서도 실용주의와 산업 맞춤형 AI 정책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모양새다.
'AI 정부', 네이버·LG 출신 IT업계 인선들 주목
"우리나라에서 자체적으로 AI를 개발해 본 기업이 네이버와 LG다"
23일 발표된 부처 후보자 인선에서 '인공지능(AI)' 중심의 현장 전문가 포진이 두드러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 인공지능(AI) 모델의 기반이 되는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한 네이버와 LG는 각각 2명씩 장·차관급 인사를 배출했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배경훈 LG AI 연구원장이 대표적이다. AI를 비롯한 과학기술 분야 정책의 선봉장으로 발탁된 배 후보자는 LG AI 연구원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AI 모델인 '엑사원'의 개발을 주도한 바 있다. 배 후보자는 AI 경쟁력에 있어 국가의 역할을 재차 강조해 왔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에 이어 중소기업벤처부 장관 후보자로 네이버 출신의 한성숙 고문이 발탁되면서 네이버도 2명의 장차관급 인사를 배출하게 됐다. 한 후보자는 네이버 서비스본부 총괄 부사장을 거쳐 5년 동안 네이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특히 네이버에서 퓨리오사AI를 비롯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D2SF 포로젝트'를 해본 경험 등을 고려해 중소기업과 벤처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발탁의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무조정실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창렬 LG 글로벌전략개발원장 역시 IT 업계를 거쳐 온 이력이 있다. 윤 후보자는 행정고시 34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대부분을 국조실에서 근무하며 1·2차장을 지내다 지난 2023년 7월에 LG에 합류해 글로벌 대관 업무를 맡았다.
'실용 인사'에 IT업계 "AI 진흥 기대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삼희익스콘벤처타워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AI미래기획수석·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기업벤처부 등 기업과 정책의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요직에 IT 전문가들이 지명되면서 업계에서는 '실용 정책'을 중심으로 한 AI 진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는 분위기다.
기업인들을 대거 기용하면서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기조가 더욱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아는 분들이기에 기업과 이슈가 있을 때 조율자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기대된다"며 "이재명 정부의 실용주의 기조에 맞춘 인사가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도 "산업에 전문성이 있는 분들을 발탁했는데 기업 쪽에 있던 분들이니까 정책만 다루던 분들과는 다르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IT 업계에서도 AI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현장 전문가들이 기업 현실과 정책 사이에서 조율하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AI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정부와 기업이 상생하면서 '윈윈'할 수 있는 마중물을 기대하며, '실용 인사'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 한 IT업계 관계자는 "정부 역시 기업 없이는 AI 성장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AI 의지를 보여주는 인사로 보인다"며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되기에 (AI 산업에) 우선순위를 둔 결정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AI 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인사로써 의지를 보여주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최종 인선 이후에 정책 동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다른 IT 업계 관계자도 "업계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이끌어주는 것은 긍정적인 방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도 "사업이나 프로젝트 성과는 별개로 봐야하기 때문에 정부 사업에 민간 기업들을 참여시키고, 관료 조직을 설득하는 게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