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9일 통일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통일부의 명칭 변경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획위원이 남북의 동족 및 동질관계를 부정하며 적대적 2국가론을 제기한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 '통일부' 명칭에서 '통일'을 빼고 다른 명칭으로 바꾸자는 시민단체 및 학계 일각의 문제의식을 언급하며 통일부의 입장을 물어봤다는 것이다.
앞서 남북협력민간단체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시민평화포럼 등 시민단체들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새 정부에 대한 정책 제언으로 북한 인권업무의 다른 부처 이관과 함께 통일부의 명칭도 남북관계부 등으로 바꿀 것 등을 제의한 바 있다.
새 정부 출범 후에도 일부 재외동포 단체들이 통일부 명칭을 '남북교류협력부' 또는 '남북평화협력부 등으로 바꿀 필요성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통일부 명칭변경에 대한 국정기획위원의 질문에 통일부는 일단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적대적 2국가 기조에 따라 이른바 '통일 지우기'를 진행하는 마당에 통일부의 명칭을 변경하는 것은 국내에서 정치적 논란 등 부작용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북한의 변화를 이끌 가능성도 낮다는 것이다.
통일부의 명칭을 변경하자는 주장은 이미 오래전부터 일부 시민단체와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남북이 지난 1991년 유엔에 동시에 가입하며 국제사회에서 별개의 두 국가로 승인된 뒤부터 남북관계를 민족내부의 특수 관계가 아닌 국가 관계로 봐야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했고, 정부 정책도 '통일'보다는 '평화 정착'에 방점을 둬야한다는 목소리가 계속됐다.
이런 맥락에서 통일부 조직 자체를 폐기하거나 외교부의 산하에 두려는 동향과 함께 최소한 '통일부'의 명칭을 '평화부'나 '평화협력부', '남북관계부' 등으로 바꿔야한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런 목소리는 사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지도 않았다.
과거 이명박 보수 정부는 물론 지난 대선 과정에서는 무소속 이준석 후보가 통일부와 외교부를 통합하는 방안을 제기했다. 진보 진영에서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두 국가라는 현실을 인정해 이제 통일 논의를 접고 평화 정착에 집중하자, 통일부도 정리하자'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연합뉴스다만 공통점은 양측 모두 논의 과정에서 많은 정치적 논란을 낳으면서도 실제적 결과는 없었다는 점이다.
최근 논의도 통일부의 명칭 변경이 남북관계를 풀고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취지이지만 이 과정에서 정치적 논란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새 정부의 '실용주의'와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 4조에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 한다"고 명기되어 있는 만큼, 정부가 배타적 통일개념이 아닌 '평화 통일'의 상징성은 계속 갖고 가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가 통일부의 명칭변경과 관련해 현 시점에서 일정한 방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국정기획위가 이 문제를 통일부 업무보고의 정식 의제로 꺼낸 것이 아니고 일부 시민단체의 여론이 있고 문제의식도 있으니 토론을 해보자는 취지로 전해졌다.
국정기획위는 다만 시민사회나 학계의 문제제기가 있는 만큼 추후에 다양하게 의견을 청취하는 기회는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부도 좀 더 진전된 논의를 거쳐 국정기획위에 보고하는 절차를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통일부는 이날 국정기획위원회에 "남북관계 복원과 한반도 평화공존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기본방향과 공약 실천계획"을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가칭 '평화통일정책추진기본법' 제정, 국민여론 수렴위한 사회적 대화기구 설치·운영, 장관직속 한반도평화경제위원회 설치방안,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의 공개 확대방안 등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